"코로나로 자동차산업 가장 피해 커"…2월 생산 26.4% 급감
산업연구원 "자동차 산업 수출·생산 차질 불가피"…장기화시 제조업 수출 3.4% 감소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산과 내수ㆍ수출 판매 실적 모두 악화됐다. 와이어링 하니스 등 중국산 부품 재고 부족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자동차산업 악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요위축으로 생산과 수출이 줄고, 이는 경영악화 및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자동차 산업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을 줄줄이 폐쇄하거나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로 자동차산업 가장 피해 커"…2월 생산 26.4% 급감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6.4% 감소한 18만9,235대로 잠정 집계됐다.

조업일수 감소는 현대자동차가 10.6일로 가장 컸고 기아(8.9일) 쌍용(8.5일) 르노삼성(4일) 한국지엠(2일) 순이었다.

수출 역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물량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25% 줄어든 12만3,022대에 그쳤다. 다만 북미 지역 수출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 등으로 10.6%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소비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전년 동월 대비 18.8% 감소한 9만7,897대를 기록했다. 국산차 중에는 쏘나타(6.9%)와 K5(3.8%)가 신차 효과로 전월보다 많이 팔렸지만 다른 차종은 판매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수입차는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계 브랜드의 판매량이 소폭 상승한 반면 일본계는 52.5%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산업연구원 "자동차 산업 수출·생산 차질 불가피"…장기화시 제조업 수출 3.4% 감소

이 가운데 자동차산업 악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수요위축으로 생산과 수출이 줄고, 이는 경영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은 약 3.4%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연구원은 1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최한 '국책연구원장들과의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2%p 하락할 경우 국내 제조업 수출은 3.4% 감소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12.5%)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반도체(-8.55%), 자동차(-8.30), 무선통신기기(-4.93%) 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간·지역간 인력교류 제약에 따른 조업차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요위축에 따라 해외공장 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월 울산·전주·광주공장 등에서 최대 9일간 조업차질을 빚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대부분 공급애로는 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가격하락과 재고 및 물류·조달비용 증가, 영업이익률 하락 등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수출 감소와 생산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경영애로와 수익악화에 대응하는 정책 지원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목표로 적극적인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장관은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생산 확대를 통해 외부충격으로 인한 생산과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FCA그룹 '피아트'가 생산되는 이탈리아 멜피(Melfi)공장 (사진=FCA그룹)
FCA그룹 '피아트'가 생산되는 이탈리아 멜피(Melfi)공장 (사진=FCA그룹)

코로나19 확산에 유럽 자동차기업 공장폐쇄 잇달아

국내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을 줄줄이 폐쇄하거나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작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내 FCA 및 마세라티 생산공장 6곳의 조업을 오는 27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세르비아와 폴란드 공장 역시 문을 닫는다.

FCA는 성명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공급 조절이라고 설명했다.
 
FCA는 크라이슬러,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닷지, 램, 란치아, 알파 로메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 최근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과의 합병 계약을 성사시켜 세계 4위권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했다.

럭셔리카 메이커 페라리도 지난 14일 코로나19로 부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오는 27일까지 이탈리아 내 2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으며, 마세라티 등 고급브랜드에 브레이크를 납품하는 브렘보도 이탈리아 공장 네 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15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4천747명, 누적 사망자 수는 1천809명에 이른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푸조, 시트로엥, 오펠, 복스홀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프랑스 최대 자동차 제조사 PSA도 유럽의 공장들을 일단 27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스페인에서는 이미 지난주 르노·닛산 연합의 공장과 폭스바겐의 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 공장이 수일 또는 수주간의 공장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아우디의 벨기에 브뤼셀 공장에서도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조업을 거부해 생산라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체코에 소재한 폭스바겐 스코다 공장과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도 14일간의 조업중단과 방역을 요구했다고 체코 CTK통신이 보도했다.

폭스바겐의 포르투갈 리스본 공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생산량을 16%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 측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리스본의 아우토에우로파 공장의 하루 생산량을 기존 890대에서 744대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 직원 5천536명 중 7명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한 정황이 파악돼 자가격리 중이나 현재까지 확진자는 없다.

유럽에서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강화된 환경규제로 고전해온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스페인의 시장분석기업 피덴티스는 초과생산 상태였던 유럽의 자동차기업들 사이에서 일시적 생산중단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수요 쪽에 타격을 입어 자동차 제조사들의 실적에 실질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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