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과 민중당 저격
두 당의 우려
원 오브 뎀 아닌 민주당 위성정당 우려
정개연 아닌 시민을위하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합정당의 추진 주체 행세를 하면서 맘에 안 드는 소수당을 배제하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이 자체 판단에 따라 참여하기로 한 연합정당 플랫폼에서 원 오브 뎀이 아니라 사실상 주인처럼 구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7일 오후 ‘정치개혁연합(정개연)’과 ‘시민을위하여’ 두 플랫폼 정당 중 후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협약을 맺었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윤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수 정당이라고 해서 극우 정당, 극좌 정당 이런 데를 같이 하자고 할 수 없다”며 “저희는 이념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주축이 되어 창당한 민중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치개혁연합이 민중당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지만 그것은 민주당과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 아니다. 지금 여야 또 진보와 보수 나뉘어 있어 선거 지형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념 문제 소모적인 논쟁이 유발되는 것을 우린 굳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성소수자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운 녹색당과 종북 누명이 있는 민중당에 대한 압박이었다. 

녹색당 비례대표 6번 후보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인데 트렌스젠더 성소수자다. 

김 후보는 이날 18시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의 선거운동 게시물을 공유하며 “코로나19 문제로 사회적 거리두기하고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존재 중 성소수자는 없고 일단 나를 제외하시겠다는 건가? 사회적 거리를 나랑 얼마나 두어 보겠는가? 벌써부터 이렇게 친밀하게 손수 언급해주시니 가까운 마음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고 반발했다.

사실 여권의 이런 기류는 시대착오적이지만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대선 토론 때 “동성애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고 작년 11월 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동성혼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재차 “소모적인 문제이자 선거의 이슈가 되는 것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고은영 녹색당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것은 연합의 태도가 아니”라며 “결국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유감스럽다. 미래당과 어떤 조치를 취할지 긴급히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아침 국회 정문에서 열린 녹색당과 미래당의 '녹색미래 선거동맹' 기자회견. (사진=박효영 기자) 

녹색당과 미래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정개연의 제안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날 아침 국회 정문 앞에서 ‘녹색미래 선거동맹’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당은 △기후국회 실현 △정치 세대교체 구현 △선거제도 개혁 완수 등 3대 공동의제를 정책 협상 목표로 설정했다. 동시에 △정당간 수평적 연합 △원탁 테이블 구성 △소수당 우선+원내정당 후배치 원칙을 천명했다.

민중당도 이날 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는데 이상규 상임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참여하기로 한 것은 선거 연합당이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이어 “특정 정당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정당은 선거연합당이 아니”라며 “미래당과 녹색당 등 다른 원외정당들도 이런 공감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초 제안한 정치개혁연합과도 이런 방향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저녁 방송된 유튜브 채널 <알리레오 라이브 뷰>에서 하승수 정개연 사무총장의 질문을 받고 “민주당에서 (민중당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유는 아무 득될 게 없다는 것이다. 민중당이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종북 논쟁이 보수당 쪽에서 생기게 되고 하기 때문에 그것이 득표 효과도 별로 없는 데다가 이념적 논란만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내가 민주당 입장이면 우리는 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얘기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개연은 선거제도 개혁 정국에서 원내외 7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 공조가 이뤄질 때 민중당도 함께 했기 때문에 공식 참여 제안을 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 본인부터가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활동할 때 통합진보당으로 뭉쳤다가 당권파와 분란만 반복한 채 결별했던 만큼 반감이 많다. 민주당의 상당수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민중당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다. 

시민을위하여를 중심으로 5당(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이 참여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날 발표된 협약에 따르면 △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5당이 시민을위하여에 들어가기로 했다. 협약서에는 △소수당이 추천하는 비례대표 후보에게 앞 순번 배려 △보수 야당의 사법개혁 퇴행 시도와 대통령 탄핵 추진에 맞서 공동 대응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개혁적 가치 구현 등 3가지 합의사항이 담겼다.

민주당은 정개연이 아닌 조국 수호(조국 전 법무부장관) 서초동 집회에 참석한 이들로 구성된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시간 문제를 내세웠다. 나아가 후보를 안 내는 플랫폼 정당이라 참여 정당들이 결정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다만 민주당은 정개연이 통째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이번주까지 문을 열어놨다. 정개연에는 민중당·녹색당·미래당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정개연을 통해 모두가 모이는 빅딜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당장 18일부터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강경 반대인 정의당과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민생당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두 당과 연합 협의는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사무총장은 민감한 비례대표 순번 문제에 대해 “정당간 사전 협의가 있어야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시민을위하여의 후보 심사나 순위 확정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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