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의 본질 리스크 돌려막기
폰지사기 미국 금융사에도 투자
모자 펀드 방식
청와대 행정관 무마했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조원대 금융 피해자를 양산한 ‘라임 사태’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만큼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간부 김모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나갔을 때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수시로 보고받고 무마를 위한 뒷배 역할을 했다는 그림이다. 

무엇보다 라임 피해자가 강력 항의를 했을 때 대신증권 센터장이 라임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인물로 김씨를 지목한 만큼 검찰 수사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일단 라임 사태를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설립 5년만에 6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을 정도로 명실상부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작년 7월 라임이 주력 판매한 메자닌펀드(Mezzanine)와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수익률을 카드 돌려막기 하듯이 굴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다가 고객들의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요청(환매)이 빗발쳤고 2019년 10월 환매 중단을 선언한 뒤 라임 사태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메자닌은 건물 층간 라운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증권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을 결합해 놓은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CB(Convertible Bond / 전환사채)와 BW(Bond with Warrant /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있다. CB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고, BW는 정해진 가격에 새로 발행된 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이다.

라임은 이러한 메자닌 펀드상품을 잔뜩 만들어서 투자자를 모집했고 투자금을 받아 비상장된 기업들에 투자했다. 하지만 그 기업이 다시 라임이 보유한 부실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바닥을 치는 메자닌 펀드 상품을 기업의 재매입을 조건부로 팔아치워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라임은 안 알려진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사모채권을 모펀드(母)로 만들고 또 다시 자펀드(子)로 새끼를 쳐서 리스크 회피와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우량 기업이 아니라서 언제든지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데 한 번 휘청여서 해당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펀드에 들어있는 돈을 쏟아부어서 가격 하락을 막는 것이다.

투자 기업의 위기를 펀드 돌려막기로 상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투자자 환매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무역금융펀드(무역펀드)도 마찬가지다. 무역펀드는 기업의 원자재 구매나 운임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로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문제는 라임이 무역펀드 판매로 받은 돈을 폰지사기 의혹이 있는 해외 금융사에 투자한 것이다. 폰지사기는 1920년대 미국 금융가에서 돌려막기 금융사기를 해서 악명이 높은 찰스 폰지의 사례로 관련 금융사기 전반을 일컫는다.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다시 돈을 돌려줄 때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쓰는 방식이다. 

라임의 무역펀드는 미국 헤지펀드사 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에 투자를 했는데 IIG는 폰지사기 자행과 더불어 부실 채권을 거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펀드의 40% 가까운 자금이 IIG 헤지펀드에 투입됐다. 이를테면 라임은 IIG에 모펀드 자금을 넣어놨고 그 모펀드의 자펀드가 돈을 끌어오지 못 하면 대대적인 환매 중단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팔아치운 라임 펀드는 총 1조6679억원이고 이중 50% 가량이 제1금융권에서 판매됐다. 문제적인 우리은행(3577억원)이 가장 많고, 신한은행(2769억원), 하나은행(871억원). 부산은행(527억원), 경남은행(276억원) 등이 있다. 은행은 주로 ‘플루토 11호’라는 펀드를 취급했는데 이 펀드는 그나마 라임 펀드들 중에서 꽤 안전한 상품이었다. 그러나 플루토에도 시한폭탄이 숨어있었다. 

플루토가 투자한 부동산개발업체 ‘메트로폴리탄’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2000억원이 날라갈 판이 된 것이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의 CB를 사주는 등 돌려막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런 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다.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①적합성(상품 판매시 소비자의 재산 상황 및 투자 경험 등을 고려) 
②적정성(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상황 등에 비춰봤을 때 부적절하면 그 사실 소비자에 고지) 
③설명의무(상품의 중요사항 설명) 
④불공정행위 금지(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비자 권익 침해 금지) 
⑤부당권유 금지(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오인할 수 있는 행위 금지) 
⑥허위과장 광고 금지(광고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사항을 포함시키고 허위과장된 내용 금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가 라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주요 사항은 △돌려막기 등 펀드 운용상의 불법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혐의 등이다. 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들이 금융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숨기거나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증언은 화수분이다.

정리하면 라임은 금융당국의 통제를 덜 받기 위해 전부 사모펀드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모펀드 올인 전략은 고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비상장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등 제약없이 상품 설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매우 불투명하고 위험성이 어마어마하다. 라임은 ‘모자 펀드’ 방식을 악용했다. 아들 펀드를 만들어 공모펀드 방식으로 안전하게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사모펀드 성격이 강한 엄마 펀드에 맘껏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이 ‘환매’라면 그게 언제든지 가능한 게 개방형이고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폐쇄형이다. 라임은 이 둘을 교묘하게 섞어서 유동성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 투자 대상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CB였다. 라임은 손해가 난 모펀드의 전환사채를 또 다른 모펀드로 돌려막기 해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안에서 썩고 있는 상태를 숨기기 바빴다. 

현재 라임에 관하여 회계법인, 금융당국, 검찰 등이 나서고 있는데 이르면 3월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라임은 어떻게든 돈을 회수해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법률적으로 청와대 행정관이던 김씨가 금감원에 조사 진행경과를 묻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와대 상부 보고용이라는 외피도 있다. 다만 대신증권 센터장이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서 펀드를 팔고 라임의 부실함을 감춰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해당 센터에서는 1조원에 가까운 펀드가 판매됐다. 

SBS와 국민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건 형님한테만 말씀드린다. 이쪽(김씨)이 핵심 키다. 사실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존재한다. 1조원대의 피해자들이 이를 갈고 있고 권력의 무마 의혹까지 있기에 파장이 크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를 비롯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도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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