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곁 떠나 미래통합당 간 사람들
잘 나갔던 시절
코로나 대구경북으로 이미지 좋아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현상’으로 한국 정치를 뒤흔들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치 인생 9년여간 내리막길만 걸었다. 그런 그가 다시 부활을 노리고 있다.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정당 득표율 20%를 얻는 게 목표다. 그래서 청어들을 괴롭혀 경쟁하게 만드는 ‘메기’가 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당사에서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 대표는 대구경북 의료 봉사를 다녀왔기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라 화상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화상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20%를 얻으면 국회에서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대 양당이 함부로 힘을 휘두르지 못 하고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메기 역할을 하겠다.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렵지만 마음과 진심을 호소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4년 전 총선에서 안 대표는 구 국민의당 파란을 일으켰다. 정당 득표율 26.74%(635만5572표)를 받아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고 비례대표 13석을 획득했다. 무엇보다 호남 지역구 의석을 싹슬이해서 25석을 건졌다. 도합 38석이다. 하지만 2016년 말 국정농단이 터지고 2017년 조기 대선에서 패배한 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다가 상처를 입었다.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서도 3위를 기록했다. 1년 전 대선에서 지지율 1위권까지 갔던 대권 주자가 서울시장 후보로 3위를 했다는 것은 굉장히 뼈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유력 정치인으로서 안 대표의 파워는 아직 죽지 않았다.

1월19일 안 대표가 복귀했을 때만 해도 공항에 소위 안철수계 의원들이 두손 모으고 도열했을 정도로 세력 과시가 됐다. 안 대표는 2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여성폭력 방지 정책, 커리어크라시와 이슈크라시, 블록체인 정당 등 나름의 컨텐츠를 발표하며 신당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2~3%대 낮은 정당 지지율과 희박해진 당선 가능성에는 장사가 없었다. 권은희·이태규 의원 외에 이동섭·김수민·김삼화·김중로·신용현 의원들은 전부 미래통합당으로 들어갔다. 안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김철근 후보(서울 강서갑) 등도 넘어갔다.

초라해진 안 대표의 처지가 부각됐을 때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안 대표가 코로나19 확진자 7400여명이 발생한 대구경북으로 가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솔선수범했다는 진정성이 어필됐다. 내려온 앞머리와 땀범벅 된 수술복 차림의 안 대표의 이미지는 이틀 내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랭크됐다.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정치인이 된 이후 가장 잘 했다”, “진정성있는 모습이 멋있다”와 같이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땀에 젖은 수술복 차림의 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코로나로 남편 목숨을 잃었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 한 중년 여성의 사연을 읽어내려 가며 눈시울을 붉히는 등 진정성있는 모습을 계속 부각했다.

기자간담회 직후 안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 <철수가중계>를 통해 “옷을 다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니 탈수가 돼서 좀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주위에 기자가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 하고 터벅터벅 걸었던 기억이 난다”고 표현했다.

이어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병원 로비를 방호복 입고 지나가는데 지구종말의 날 같은 영화에서 넓고 복잡한 거리가 황량하게 돼 아무도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3월 임시국회 내 ‘진정한 영웅들을 위한 특별결의안(고생하는 의료진 격려 차원)’ 통과 △코로나19 장기전 대비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여야 당대표 연석회의 개최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 컨트롤타워 교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즉각 해산 등 5가지를 제안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4월6일로 개학을 한 달 넘게 미뤘지만 안 대표는 그때라도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걱정을 표했다.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안과 함께 장기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연석회의 정례화에 대해 안 대표는 “추경의 규모나 긴급생계지원금 지급 여부부터 한계 상황에 내몰린 서민들과 화훼 농가를 비롯한 산업 피해 실태를 공유하고 그분들을 살리는 방법 찾기에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자”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전문 정당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기로 했다. 현재 비례대표 후보 40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태규·권은희 의원(최고위원)을 비롯 김경환 최고위원 등도 면접을 봤다. 1·2차에 걸친 면접을 통해 20명의 후보 명부를 정한 뒤 21일 당원 투표가 진행된다. 당원들의 추인이 떨어지면 23일 최고위원회 최종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궁극적으로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이 기득권 거대 양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끝나버린다면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국민들이 만들어낸 헌신, 봉사, 통합, 공동체, 시민의식 긍정의 단어들을 살려내고 그 기준으로 평가받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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