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주목해야
달러 아무리 풀어도 부족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세계 최대의 주식시장인 미국 증시(S&P500/다우지수/나스닥)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국가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교역량이 급감하다 보니 당연히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유례없는 불황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을 미국 증시가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달러를 뿌려대려고 해도 달러는 부족하다. 이것은 곧 기축통화인 달러로 무역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달러값이 한화 1300원에 치솟고 있는 와중에 20일 11년만에 600억 달러(74조7000억원)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가 체결됐다. 우리 정부의 외환 보유고는 4019억 달러(500조3655억원)로 세계 9위지만 대다수가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채권과 증권 형태로 채워졌다. 코로나 같은 대재난 시국에서는 현금화가 빠르지 못 하면 불안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시는 1월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이후 두 달 동안 30% 가량 빠졌다. 변동성이 높아 불안한 금융시장을 상징하는 각종 지수도 치솟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다 보면 반등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매수세가 형성되지만 코로나 여파가 8월까지 간다는 공포감이 있어서 그렇지도 않고 있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등 주식을 팔려는 흐름에 제동을 거는 조치들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뉴욕 증시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작동했다. 16일 미국 당국이 4년만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결정했지만 실제 세계 무역이 나아지지 않고 달러만 풀어서는 금융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실제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 3월 흐름만 봐도 폭락(-34.4 만큼 빠짐) 일변도다.  

물론 달러를 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실효적이지 않을 수 있더라도 풀긴 풀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기준금리를 0.00%~0.25% 포인트로 낮췄고 직후 한국은행도 0.75% 포인트로 사상 최초 제로금리의 문을 열어젖혔다. 연준은 7000억달러(858조 20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기로 했다. 금리 내려서 대출 권장하고 채권 사들여서 돈줄을 여는 것이다. 속도는 400억달러씩 10차례 이상에 걸쳐 차근차근 돈을 푼다. 일종의 장기 유동성을 위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연준이 기업어음을 직접 사들여서 달러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1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9774명에 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8월까지 코로나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그런 발언이 미국 증시를 더욱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등 역사적인 위기 때보다 더 최악의 위기라고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일시적인 서킷브레이커 정도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분위기다. 아예 주식 거래를 막아버리는 ‘휴장’까지도 가야 한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실제 필리핀은 주요 금융시장(주식·채권·통화)을 닫아버렸다. 금융시장이 열려봤자 계속 최악으로 치닫기 때문인 건데 그만큼 달러 수요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1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까지 치솟았었다. 간만에 엄청난 고환율이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크게 아래와 같은 5가지가 있다. 

①코로나 공포로 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 
②주식시장 급락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와 환전 
③한국 증권사들의 해외 주가지수 선물 투자  
④글로벌 기업 및 헤지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변경
⑤주식 매수에 필요한 최소 필요액인 증거금 요구 상승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달러를 왕창 푸는 것을 지속함과 동시에 전세계적인 코로나 종식이 앞당겨지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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