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부 친문으로
더시민과 열린당
더시민 후보들도 통제할 듯
위성정당 자체가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사실상 각기 다른 기능을 맡은 3개 정당으로 총선을 치른다. 하나는 본류 정당으로 지역구 후보들의 민주당, 두 번째는 연합정당 형태로 보이지만 말 잘 듣는 작은 당들을 모아놓은 더불어시민당(더시민), 세 번째는 강경 조국수호파(조국 전 법무부장관)가 자발적으로 만든 열린민주당(열린당)이다. 

여기에 더해 큰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지만 △깨어있는시민연대당(최성 전 고양시장) △미래민주당(천세영 대표) △조국수호당(박중경·이태건 창당준비위원장) 등 군소 친조국 정당들까지 세팅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범여권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의 정도상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웃음짓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의 정도상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겉으로 보면 민주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2일 14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열린민주당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탈당해서 열린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은 없을 것이고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없다”고 경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열린당에 관하여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손사레를 쳤다. 

열린당을 최초로 기획한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4월15일 총선까지는 (민주당과) 전략적 이별”을 할 것이라며 “그후 상황을 보고 함께 한다는 대전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4월16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발언했다.

민주당에서 군산 공천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끝내 자진 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든든한 두 개의 기둥으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열린민주당은 더 강하고 더 선명한 민주당이다. 그렇게 의제를 끌어올린 뒤 민주당과 입법화 제도화에 나갈 것이다. 그러려면 두 당은 한 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변인은 열린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공식화했고 앞 순번을 배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출사표를 던진 열린민주당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출사표를 던진 열린민주당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열린당이 ‘공식 2중대 정당’이자 ‘형제당’ 이미지로 굳어지자 민주당 지도부가 강경하게 부인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하는 스탠스부터 시작해서 둘 간의 정서적 관계는 매우 가깝다. 

특히 2019년 1월 목포 부동산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최근 열린당으로 합류한 손혜원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당시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동할 정도로 영부인(김정숙 여사)과 가까운 강력 친문(문재인 대통령) 인사로 통한다. 정 전 의원 역시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원년 멤버로서 2011년부터 2012년 12월 대선 때까지 현재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의 정치적 원동력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에도 ‘안티 윤석열 조국 수호’ 활동에 매진했고 서초동 집회를 주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싸우는 척 해도 어차피 총선 후엔 합쳐지겠죠”라고 평론했다.

민주당이 공식 플랫폼 정당으로 선정한 더시민 같은 경우도 대표 두 명(최배근·우희종 교수)이 열린당 강성 친문 세력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친문 친조국 인사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판을 디펜스하는 수비수로 활동해왔고 일제 불매운동과 조국 사태 때 완전한 친문 정체성을 갖게 됐다. 

더시민의 비례대표 순번도 자연스럽게 민주당 입맛에 맞는 후보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정말 원내외 소수당의 국회 진출을 돕고 싶었다면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만든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을 선택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공식 위성정당 건설 비난을 피하기 위한 연합정당 방법론과 명분만 이용하고 좀 더 컨트롤이 용이한 친조국의 더시민을 택했다. 

실제 이날 더시민으로 파견될 민주당 공식 비례대표 후보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열린민주당이 선명한 친문 인사들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군소정당과 시민 추천 후보들로는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할 수 없다. 중도층은 등돌리고 지지자는 열린민주당을 지지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더시민 공천관리위원회는 참여 소수당인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에 1번부터 4번까지 1석씩 배정해주고 5번부터 10번까지는 다른 시민사회 추천 인사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민주당 몫 비례대표 후보들은 11번부터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들은 듣보잡(듣도보도 못한 잡놈)이 아닌 검증된 자신들을 5번부터 배치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그러는 너희들은 물구나무(가자환경당 입당 시험)라도 서봤냐? 듣보잡들에겐 2~3석만 주고 자기들 10번 안쪽으로 배치해 달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후보 순번을) 11번부터 하기로 했으면 그 원칙을 우리가 무너뜨리면 안된다. 최대한 노력해서 득표율 올리는 방안을 찾아야지 조금 어렵다고 해서 앞으로 당기는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의 욕심을 내려놓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실제 선거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는 알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더시민 지도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소수당이 각 3명 내외로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되 공관위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지 못 하면 각 당별 1명의 후보도 순위 배정을 받지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소수당들의 후보를 최대한 배제하고 민주당 후보를 최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물밑에서 할 수밖에 없다.

몇몇 언론들에서는 민주당이 복수의 위성정당으로 중도층도 잡고 강성 친문 지지층도 잡으려고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후자 일변도로 지형이 짜여졌다. 

결국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선거법 개정 이후에도 계속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20일 출고된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동일한 정당을 두 개로 찢어놓고 선거에 나오는 것은 멀쩡한 부부가 부채를 모면하거나 수급을 더 타내기 위해서 위장 이혼을 벌이는 짓과 동일하다”며 “아니 훨씬 나쁘고 파렴치한 짓이다. 이 위성정당들은 자기들의 이혼이 위장 이혼일 뿐 여전히 자기들은 잉꼬부부라고 떠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벌어지는 선거는 목불인견의 난장판으로 변해 있고 국민들은 어느 당이 어느 당과 내연 관계인지 또는 아예 결혼할 예정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선거가 끝난 뒤에 그 위성정당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전혀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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