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9741명 어린이 식사와 마스크 등 긴급 지원 필요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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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부천에서 작은 인쇄소에 다니는 K(45세)씨는 요즘 퇴근길이면 숨도 돌릴 틈 없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에 있는 두 아이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보람이(8세)와 유치원생인 희망이(6세). 3년 전 아내와 사별을 하고 싱글 대디로 남매를 키우고 있는 그는 요즘 회사에 나가도 정신은 온통 집에 두고 온 아이들에게 쏠려있다.

출근하면서 정신 없이 챙겨 놓고 나온 밥은 잘 먹고 있을까? 혹시 아이들이 주방의 가스레인지는 만지지 않을까? 켜놓고 나온 전기장판이 과열되지는 않을까? 낯모르는 누군가 들어와 아이들을 헤치지는 않을까? 등 등. 이렇게 종일 노심초사하다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차려놓고 나온 밥은 그대로 말라 붙어있고, 종일 굶은 채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잠이 들어있는 모습이다.

이에 K씨는 안도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눈물에 아이들을 선뜻 안아들지 못한다. 원래 두 아이들은 방학 기간이면 동네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점심을 해결해왔던 것인데  코로나19에 센터가 지난달 문을 닫으면서 상황이 이렇게 돌변한 것이다

엄마가 있는 아이들이면 이 같은 고충은 덜했을 것이지만 K씨는 아내를 사고로 떠나보낸 뒤 시골의 노모까지 병을 얻어 아이들을 돌볼 여지가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은 더하다. 그런데 이 같은 K씨가 전국에 수만 명, 코로나19에  개학연기와 아이들 돌봄센터 등이 문을 닫으면서 싱글 맘, 생글 대디가정의 아이들이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그 해결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양 부모가 있어도 취약계층의 아동의 상황은 별 다르지 않다. 대림동에 사는 초등생 3년 이우주양(가명)은 부모가 일을 나가면 두 살 터울 동생 찬주(가명)와 종일 집에 갇혀 지낸다.우주 역시 원래는 아동센터에서 점심을 해결했지만 코로나에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닫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점심은 동생과 함께 집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물론 엄마가 준비해 놓은 점심을 동생과 챙겨먹는 것이지만 고사리 손에 서툴기 그지없다. 그래도 동생을 위해 가스레인지를 켜고 계란프라이를 붙여낼 줄 안다. 또 간식이 생각날 때면 엄마가 사다 둔 생라면에 스프를 쳐서 동생과 부셔먹기도 한다.

집근처 놀이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 연립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마련되어 있을 턱이 없다. 또 놀이터가 있어도 마스크가 없는 우주는 엄마 몰래 놀이터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동생 찬주 때문이다. 동생 찬주는 천식을 앓고 있어 더욱더 감염에 주의해야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 동생이 나가자고 보채도 눌러 앉히는 착한 누나다. 이렇게 이들 남매는 늦은밤 집으로 돌아올 부모를 기다리며 배고픔과 답답함으로 긴하루를  보낸다.
  
조손 가정의 아이들도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건 마찬가지다. 아들 내외의 이혼으로 두 손주 민호(가명·13)·민윤(가명·11) 형제를 키우고 있는 광명의 임수자 할머니(69세).임 할머니는 그동안 방학이면 지역아동센터에서 두 아이의 점심 해결에 안심하고 유과 공장에 일을 나갔는데 코로나에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닫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나이라 두 손주가 집안에서 불이라도 낼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손주들 점심을 챙겨놓고 나오지만 달랑 김치 하나 내놓고 나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아이들이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을 말릴 수도 없다는 것이 더욱 임 할머니를 안타깝게 한다. 

잘못해서 뜨거운 국물에 살을 데이든지 아니면 불을 낼까 종일 가슴을 졸이다 집에 돌아오면 손주들은 쓰러져 잠이 들어있고 이를 보는 임 할머니는 터지는 울음을 참느라 한참이나  숨을 참는다.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기우가 될 처지가 되었다. 그동안 생계수단이었던 유과 공장이 코로나 사태에 인원을 감축한다는 소문에 잠도 오지 않는다. 

이에 임 할머니는 “이제 손주들 라면조차 배불리 먹일 수가 없게 됐다. 어떻게든 배곯지 않게 키우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내 일자리까지 뺏어 우리 손주들 굶어죽게 생겼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 점심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라고 울상을 짓는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저소득층의 아이들이 끼니는 물론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그 대안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전국 4009곳 시설의 어린이 11만9741명이 식사와 마스크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초록우산은 최근 경북도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아동을 위해 5억원 상당의 후원금품 전달식을 가졌다. 이어 경북 23개 시·군·구 1만명의 아동들에게 5억원 상당의 세이프 박스를 지원했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세이프 박스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로 구성됐으며, 개인위생을 위한 위생용품과 가정간편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는 물품으로 도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제작됐다.

이날 문희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은 더욱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기에, 큰 힘을 보내주는 후원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도 아이들의 일상에 봄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도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위한 '수원시다함께돌봄센터' 2호점이 오는 23일 문을 열고 본격 운영된다고 전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 아동들에게 맞춤형 돌봄 서비스 제공, 맞벌이 부부 등의 양육부담 줄이고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운영된다.

만6세~12세 초등학생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이용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과 맞벌이 부부·다자녀 가구의 자녀 등이 우선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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