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일대 9억 이하 주택 가격 하락
서울 시민 주택 구매 의사도 낮아져
강남3구‧성동 이어 수원까지 집값 하락세 합류

 

서울시 도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도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영향이 주택 시장에 까지 번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마이너스 하락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 각종 교통 호재로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던 수원도 아파트 값 오름폭이 줄면서 풍선효과가 시들해진 모습이다.

노‧도‧강 일대 9억 이하 주택 가격 하락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경기 침체와 보유세 충격이 겹치자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로 집값이 무섭게 올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일대의 9억 아랫집들도 속수무책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로써 서울 집값 하락 방어선이 사실상 무너졌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값은 최근 석 달 새 많게는 4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6단지 전용면적 59.39㎡는 올해 1월 4일 4억원에서 이달 최저 3억6300만원에 거래돼 두 달 새 3700만원이 떨어졌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는 전용 84.29㎡가 지난 2일 7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달 최고가인 8억1100만원과 비교하면 16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북한산아이파크 5차 전용 84㎡는 지난 1일 7억6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14일 최고가인 7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700만원이 하락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 통계상에서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이후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던 노도강 집값 상승률은 지난 16일 일제히 하락했다. 고가 아파트 규제를 피해 몰렸던 수요자들이 코로나19로 주택 매매를 꺼리며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서울 시민 주택 구매 의사도 낮아져

실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서울 시민의 주택 구매 의사는 현저히 낮아졌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21대 총선 관련 경제 영향 및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서울 시민의 주택구입태도지수는 52.8로 연구원이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4분기 이후 역대 최저치다.

주택구입태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주택 구입에 긍정적인 의사가 많다는 뜻이며 낮으면 그 반대다. 올해 1·4분기 주택구입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9.1p(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전분기 대비 -22.8p 떨어져 주택구입태도지수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40대 -22.7p. 50대 -18.0p, 30대 이하 -16.7p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서울에서도 규제가 몰린 도심권에서의 주택구입태도지수가 전 분기 대비 -26.2p 떨어져 낙폭이 컸다. 노·도·강이 위치한 동북권은 전 분기 대비 -23.3p 하락했고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가 위치한 동남권은 같은 기간 -17.7p 떨어져 서울 전역에서 주택구입태도지수가 가장 낮았다.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강남3구‧성동 이어 수원까지 집값 하락세 합류

강남 3구에서는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전주 대비 -0.14% 떨어져 낙폭이 컸으며 송파구도 -0.10%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의 영향으로 15억 초과 단지 위주로 하락세 지속되고 매수문의 감소했다. 지난주 0.01%의 변동률을 기록한 강동구는 5주 만에 다시 보합 전환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18억8000만∼19억5000만원,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층·형에 따라 지난주보다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진 18억5000만∼20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으나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포구(0.03%), 용산구(0.01%), 성동구(0.00%) 등 마용성을 비롯한 강북 14개구 전체도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성동구는 작년 7월 둘째 주부터 상승 전환한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가격 상승세가 높았던 노·도·강 일대의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상계동 은빛1단지 전용 59.95㎡는 3월 초 14층이 4억16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14일 13층이 이보다 낮은 3억8900만원에 팔렸다.

경기도도 풍선효과가 시들해지면서 아파트값 상승폭이 지난주(0.40%)보다 줄어든 0.28%를 기록했다.

신분당선 연장 호재와 비 규제지역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폭이 높았던 수원은 신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강화, 코로나19, 가격 급등 피로감이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된 의왕시(0.38%)와 안양시(0.33%)도 상승폭이 축소됐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달을 기점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일부 나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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