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표하는 ‘2002년생’ 꼭 진보만 찍는 것 아니다
첫 투표하는 ‘2002년생’ 꼭 진보만 찍는 것 아니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27 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 정치진영
누구에게 표를 줄지 몰라
18세 선거권의 의미
젠더 문제도 영향줄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갓난 아기였던 2001년 4월16일~2002년 4월15일생 시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나이로 스무살 또는 19살이다. 통상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해당된다. 비학생 청소년들까지 합쳐서 대략 53만명으로 추정된다. 고3 유권자는 14만여명이다. 

한국인으로서 누구나 첫 선거의 기억을 갖고 있겠지만 10대일 때 투표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다른 문명 국가들에서는 10대 투표권이 일반적이다. 정당 가입과 피선거권까지 10대에게 열려 있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번 총선부터 적용될 18세 선거권은 특별하다. 교복을 입고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청소년들이 2018년 3월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청소년들이 2018년 3월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1등만 당선되는 지역구 선거구가 253석이나 되기 때문에 18세 유권자의 표심이 경우에 따라서는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물론 18세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지는 알 수 없다. 흔히 젊은 세대일수록 진보적일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1999년생으로 보수진영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우종혁 전 새로운보수당 대학생위원장, 김현동 전 새로운보수당 대변인, 최민창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청년특위위원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만 19세(1998년생)를 포함 20대 투표율은 73%(전체 투표율 77.7%)로 80%를 넘긴 60대 이상을 제외한 다른 연령대와 비슷했다. 누구에게 표를 줬는지도 30~40대와 비교했을 때 별로 차이가 없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흐름이 있었지만 20대가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준 경우는 47.6%로 30대(56.9%)와 40대(52.4%) 보다 더 낮았다. 기호 5번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준 것까지 더해도 별 차이가 없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했을 때 △20대 60.3% △30대 64.3% △40대 59.4% 등이다.  

기호 2번 홍준표 후보를 찍은 것으로 봐도 △20대 8.2% △30대 8.6% △40대 11.5% 등 그렇게 두드러진 차이는 없었다.

우 전 위원장은 26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이번 총선이 첫 투표”라며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니까 뭐 한 진영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조금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유시민 작가가 말실수를 하게 되면 기존에는 진보 인사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건 좀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그런 변화를 통해서 더 이상 어리다고 진보적이라는 것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대 진영의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다른 연령대 만큼만 받을 것 같다. 다만 젊은 세대일수록 구 자유한국당 계열의 보수정당에 대한 낡은 이미지와 관습적 비토 정서를 갖고 있는데 그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지만 그 프레임을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 전 위원장은 “청년들 사이에 미래통합당이나 구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안 좋게 생각하는 습관적인 언어들이 있다. 그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는 21세 청년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동생이 유일한 표본(2002년생)이긴 하겠지만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고 복지정책이 어떻고 이런 걸로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아마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이런 것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고 투표하는 첫 번째 경우가 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젠더 문제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이대남 현상(20대 남성의 보수화)을 설명하는 것들 중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극우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대중의 분노를 선동하는 데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런 것에 가장 크게 휘말릴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항하여 반대로 레디컬한 페미니스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대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커뮤니티들이 그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활동 장소이기 때문”이라며 “물론 10대들이 쉽게 선동된다는 그런 꼰대적 의미는 절대 아니다. 아무래도 자극적이고 재밌는 놀이처럼 여겨져서 젠더 이분법적인 판단 하에 정치적 선택을 하는 그런 영향권에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 청년 공약은 구호라도 과잉되어 있지만 청소년 공약은 그조차도 매우 드물다. 

우 전 위원장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한 지역구 정도의 유권자 규모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청소년 유권자들이 15만명인데 정치권이 이들의 표를 너무 작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분산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표를 되게 작게 보고 총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젠다에서 청소년들의 권리 신장이나 교육에 관한 정책들이 좀 경시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청소년 참청권을 지속적으로 밀어왔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공약으로 부각시키진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청소년 공약을 제시한 정당은 전무하고 개별 후보들이 가끔씩 지엽적인 약속을 하는 수준이다.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특위 위원장은 지난 12일 아래와 같은 청소년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①만 13세~19세 여성에게 생리대 무상 지급 
②여성·청소년을 위한 여성 건강 종합 프로그램을 구축 
③성착취 연루 청소년을 처벌대상으로 간주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대상 청소년’ 삭제 
④만 16세 선거권+만 18세 피선거권 보장 
⑤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학생 인권의 구체적 내용 명시 및 피해구제 방안 마련 
⑥친환경 공공급식지원 센터 설립 
⑦수능 절대평가 확대+수시와 정시 통합+고교 평준화 법제화+국제중 일반중으로 전환 
⑧아동 체벌 정당화 규정인 민법 915조 ‘친권자 징계권’ 삭제 
⑨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 
⑩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법제화 
⑪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지원 확대

⑦은 극심한 입시위주교육과 관련된 문제다. 그동안 입시위주교육 체제는 청소년의 인권 침해를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강요해왔다. 어른도 청소년도 대학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청소년은 입시위주교육에 따른 일상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권리 실현의 유예를 강요받고 있었다. 그래서 청소년 운동은 선거권 하향을 주장해왔다. 정치적 권리 다시 말해 참정권은 단순히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및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주권적 가치와 결부된다. 100여년 전 유럽 사회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여성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전반을 맥락으로 담고 있는 것도 이와 같다.

김길웅 칼럼니스트는 26일 출고된 제주신보 칼럼을 통해 “결혼, 군입대, 공무원시험 응시, 취업, 운전면허. 이제 선거권은 완결판입니다”라며 “투표권을 거머쥔 그대들이여 여러분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어른과 동등한 한 표인 것 알고 있지요? 축하합니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대들의 참여가 사회를 바꾸는 결정적 몫을 하게 되길 희망합니다. 새로운 세대들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의 다른 표현이지요”라며 “처음 유권자가 된 18세들이 이번 선거에 어떤 자국을 남길지 자못 흥미롭습니다. 벌써부터 투표장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그대들에게 채널을 맞춰 놓았지요. 가슴 뜁니다”라고 묘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