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축구도 올림픽도 ‘연기’…스포츠 특수 노리던 기업들 ‘한숨’
올림픽 특별판 낸 삼성전자, TV특수 노리던 LG전자 등 계획 차질 불가피
축구대회·리그 지원하던 자동차 업계도 ‘난감’

2020올림픽 슬로건 (사진=AP 연합뉴스)
2020올림픽 슬로건 (사진=AP 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은 판매 증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행사 후원 등을 통해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홍보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특히 도쿄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참여할 계획이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및 갤럭시Z플립에 올림픽 에디션(한정판) 제품을 준비해온 마케팅을 다른 경로로 판매하는 등 전략 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축구도 올림픽도 ‘연기’…스포츠 특수 노리던 기업들 ‘한숨’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2020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일본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앞서 18일 유럽축구연맹(UEFA)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로 2020'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긴급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12일부터 7월1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유로 2020은 내년 6월11일로 미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브라질월드컵과 소치동계올림픽이 있었던 2014년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3천492만대에 달했다. 반면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던 2015년은 2억2천621만대로 출하량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2016년 2억2천273만대, 2017년 2억1천517만대로 줄어들던 출하량은 러시아월드컵과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2018년 2억2천136만대로 2.8% 증가로 다시 반등했다.

TV업계에서는 올해 하계올림픽과 유로2020이 겹치면서 고가의 TV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올림픽은 실 관람객 780만명, TV 중계 시청자만 40억명에 달하는 스포츠 마케팅 대목이다.

삼성전자 올림픽 한정판 갤럭시 S2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올림픽 한정판 갤럭시 S20+ (사진=삼성전자)

올림픽 특별판 낸 삼성전자, TV특수 노리던 LG전자 등 계획 차질 불가피

도쿄올림픽 연기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등급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잃었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사업 부문은 도쿄올림픽 연기로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TV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두 회사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초고화질 프리미엄 제품인 8K TV 시장을 본격 확장할 계획이었다.

TV 시장은 그간 올림픽, 월드컵 등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형 스포츠 행사 때마다 대형 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는 특수를 누려왔다.

일반 가정도 8~10년에 한번 꼴로 이러한 이벤트에 맞춰 TV를 교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동반 효과가 났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2018년 세계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0만대 이상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림픽과 유로2020이 예정됐던 올해 TV 출하량이 2억2,548만대로 지난해보다 2.2% 늘어날 걸로 예측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이 최근 유로2020을 1년 미루기로 결정한 데 이어 도쿄올림픽 역시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이런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등급 후원사(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더 씁쓸하다. 전체 80개 후원사 중 14개뿐인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올림픽 관련 독점 마케팅 권한을 갖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인 ‘언팩’을 개최하며 ‘갤럭시 S20플러스’의 도쿄올림픽 특별판을 공개했던 삼성전자는 올림픽 시즌에 맞춰 이 제품을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지급하고 일본 현지 판매를 병행하는 글로벌 홍보 전략을 짰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림픽 기간에 최고 해상도의 QLED 8K TV 판매 확대 등의 마케팅에 공을 들여 왔다. 이달에는 2020년형 QLED TV를 출시하며 85~55형까지 총 9개 모델로 QLED 8K 라인업을 2배 확대했다.

하지만 올림픽 특수가 사라져 매출 타격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유럽, 인도, 북미 등 해외 TV공장의 생산 중단이 겹치면서 실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림픽 연기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LG전자는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서 삼성전자보단 올림픽 연기에 따른 매출 차질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올림픽 이벤트 효과에 맞춰 준비하려 했던 초대형 올레드(OLED) TV 등의 수요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져 마케팅 계획을 일부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등 계획된 일정은 변함없이 유지한다”며 “빅스포츠 이벤트가 내년에 바꿀 수요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는데, 올림픽 연기로 인해 뒤로 미뤄지는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EFA 주관 유로파 리그를 후원 중인 기아자동차 (사진=기아차)
UEFA 주관 유로파 리그를 후원 중인 기아자동차 (사진=기아차)

축구대회·리그 지원하던 자동차 업계도 ‘난감’

자동차 업계도 유럽 지역의 각종 축구대회와 리그 중단에 당혹감이 역력하다. 기아자동차와 한국타이어 등이 공식 후원하는 UEFA 주관 클럽대항전 ‘유로파리그’는 16강전이 진행되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중단됐다.

기아차는 5월 27일 폴란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맞춰 우승 트로피 전시와 함께 신차를 홍보하려 했지만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또 현대차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금호타이어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의 리그도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 기대했던 홍보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글로벌 마케팅까지 브레이크가 걸려 곤혹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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