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혼자서는 나갈 수 없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시간 27일 저녁 6시, 우리나라 시간 28일 새벽 2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를 거행했다 (사진=가톨릭평화방송 캡처)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시간 27일 저녁 6시, 우리나라 시간 28일 새벽 2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를 거행했다 (사진=가톨릭평화방송 캡처)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시간 27일 저녁 6시, 우리나라 시간 28일 새벽 2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를 거행했다.

평소 많은 신자들이 붐비던 것과 달리 텅 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교황의 특별 기도는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로 전파되었으며 교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홀로 성베드로대성당 앞에 마련된 제단에 오른 교황은 “저희는 이익을 탐하며 만사가 자기를 흡수해버리고 서두르다가 방향이 틀어지게 그냥 두었다. 가난한 이들과 중병이 든 우리 지구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병든 세상에서 언제나 건강하게 살 거라 생각하며 무정하게 달렸다. 경고할 때 멈추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교황은 “짙은 어둠이 우리 광장과 거리와 도시를 뒤덮었고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 삶을 사로잡아버렸다.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 방황하게 됐다. 우리는 혼자서 충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고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모두 같이 노를 젓고 격려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모두가 하나 되길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주님은 우리에게 겁내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희는 믿음이 약하고 무섭다. 돌풍의 회오리 속에 저희를 버려두시지 말아달라 "고 간청했다. 아울러 "이 세상을 축복하시고 육신의 건강을 주시며 마음의 위안을 달라"고 간구했다.

이어 교황은 로마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Chiesa di Sab Marcello al Coroso)에서 모셔온 1519년 성당에 화재가 났음에도 십자가는 타지 않았다는 기적의 십자가 앞에 홀로 선 채 인류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1522년 페스트가 로마를 휩쓸 당시 신자들이 이 십자가를 들고 16일간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고 이후 페스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날 특별기도는 전대사를 위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가톨릭 측에 따르면 전대사는 죄의 유한한 벌인 잠벌을 모두 면제해 주는 것으로 바이러스 희생자와 방역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의료진 등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기 위한 목적이다.

전통적으로 우르비 에 오르비(Urbi et Orbi)는 성탄 대축일과 부활 대축일(다음달 12일) 등 일년에 두 차례, 그리고 새 교황이 즉위할 때 발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특별기도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일 저녁 8시 가톨릭을 비롯해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함께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원하며 28일 새벽 2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특별 전대사를 위한 `우르비 엣 오르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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