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과 보편
속도와 시기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17명의 광역단체장과 226명의 기초단체장 모두가 나름의 머리를 쥐어짜며 경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대 규모의 광역단체장으로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광역단체장의 경제 대응책에 담긴 ‘선별’과 ‘보편’의 철학을 엿볼 수가 있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지사는 재난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중요한 정책 비교 모델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인철 미래당 정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저희 미래당이 처음에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한 것은 박원순 모델에 가깝다”며 “차상위계층에게 지급하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긴급지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이재명 지사가 얘기한 것은 포커싱이 보편적인 경제정책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박 시장이 한 것은 긴급생계비 지원으로 한 것이다. 포커스와 철학이 달라서 둘 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대상과 취지가 달랐다. 둘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당은 2월20일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대구경북에 3조5000억원 규모의 긴급생계자금 지원 등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우 위원장은 “미래당도 2월20일까지는 선별적인 것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아직 발표를 못 했지만 저희의 시작은 선별적인 이야기였고 지금은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형 ‘재난 기본소득’은 △1326만5377명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소득과 자산에 관계없이 1인당 10만원씩 지급 △재원 1조3642억원 소요 △경기도 소속 기초단체들의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복지비와 중복 수령 가능 등이 골자다.
 
서울형 ‘재난 긴급생활비’는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가구별 30~50만원 지원 △수혜 대상 117만7000가구(460만8000명 추산) △재원 3271억 소요 등이 골자다.

우 위원장은 “두 분은 초점이 달랐고 각자 합리적인 면이 있다”며 “필요한 고민들을 해주고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시장과 이 지사는 한국 정치에서 귀중한 자산이자 중요한 분들이다. 방역에 있어서 정말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경기도 모델의 장점에 대해 우 위원장은 “여주시 같은 경우도 1인당 10만원 지급하는데 4인 가족이면 경기도 10만원×4=40만원에 여주시의 10만원×4=40만원까지 총 80만원이다. 경기도민들에게 긴요하다”며 “서울시는 가구 기준이라 50만원 지원이라고 해도 금액 차이가 별로 안 크다”고 밝혔다. 

서울 모델의 장점에 대해서는 “디테일에 좋은 것이 많다. 프리랜서 지원 정책이라든지 긴급 청년위기 지원이라든지 긴급생계비 지원과 관련된 유사한 다른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시행한 것이 있다”며 “박 시장의 그런 고민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우인철 위원장은 두 광역단체장의 경제정책에 대해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매우 어려운 취약계층을 선정해 시급히 지급해야 한다는 정책적 효과로 봤을 때 보편 모델이 더 낫다는 관점이 나오고 있다.

우 위원장은 “서울시의 긴급생계비는 30일간 신청을 받아서 심사에 7일 걸리고 동사무소에서 하는 것은 그 이후에 할 수 있어서 속도라는 면에서 아쉽다”며 “저희가 선별 모델을 꺼낸 것은 긴급하다는 것이었다. 급한 불을 먼저 끄고 그 다음에 보편으로 확대해나가자는 로드맵을 밟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우 위원장은 “아쉬운 것은 시기다. 긴급생계비 지원으로 가더라도 박 시장이 3월 초에 조금 빨리 했으면 어땠을까. 박 시장이 긴급생계비 지원을 3월초에 치고 나갔으면 많은 주목을 받았을 것”이라며 “한 달 가까이 지나서 경제위기 분위기가 높아졌을 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재난 기본소득과 이 지사였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사실 박 시장의 정책들 중에 소프트하고 좋은 것들이 많다. 찾동 등(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박 시장은 디테일에 강하고 합리적이고 이 지사는 크게 치고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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