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회의원이 너무 없다
관심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수많은 성범죄 이슈화되어도
20대 국회 안에 마무리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처럼 공적인 공간에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매우 낮다. 18대 41명(13.7%), 19대 47명(15.7%), 20대 51명(17.0%)이다. 반대로 보면 80% 이상이 남성 의원으로 채워졌다.

3월27일 오전 10시 국회 주변 카페에서 열린 N번방 대담에 정은혜 더불어시민당 의원,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정은혜 의원은 국회 안에 더 많은 여성 의원들이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정 의원은 “오늘 이런 자리가 되게 좋다고 생각하는 게 여기에는 찬반이 있을 수가 없다. 당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더라도 같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N번방 사태는) 국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과거 디지털 성범죄 관련 소라넷이나 다크웹 같은 범죄들도 있었는데 좀 더 넓게 볼 때 여성들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그동안 계속 다양성을 얘기하는 그 이유 자체가 남성들이 관심갖는 이슈가 여성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마다 관심사가 다르겠지만 여성 의원들은 당연히 성범죄 대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성범죄에 가장 예민할 수 있는 게 여성”이라며 “(2019년 10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바로 해본 일이 공동육아법과 조두순 접근금지법이었다. 의원들에게 많이 돌아다녔는데 법안 발의가 좀 늦어졌다. 그게 사실 10명 서명을 늦게 받아서 그렇다. 의원들이 반대해서라기 보다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들었던 생각이 뭐냐면 첫 번째는 반대하지 않는 법안은 그 누구도 강력히 찬성하지 않고 이번 사건처럼 논란이 되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국회는 움직이더라”며 “앤드류양(미국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워싱턴은 리더가 모인 곳이 아니라 팔로워들이 모인 곳이라고 발언했다. 국민들의 요구가 있을 때 거기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의원이라는 비판이었다. 나는 굉장히 심각하고 (조두순이 출소 이후 피해자에게 접근할 것을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다른 의원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예산도 별로 안 드는 이런 사안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소희 대표는 법사위원들의 인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김 대표도 “국가 주요 공공기관에서 여성의 비율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도 여성 의원들이 너무 없는데) 정말 법사위에 여성 의원들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법사위원은 형법 관련 개정안을 심사하기도 하고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들의 2차 심사권(자구와 체계)을 갖고 있다. 실제 법사위원 18명 중 여성 의원은 딱 3명(백혜련·이재정·이은재)이다.

손 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법사위원들의 의원실을 항의 방문했다. N번방 사건 관련 국회 청원 1호 법안 심사를 맡았지만 졸속으로 처리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 위원장은 “법사위원들에게 항의해서 국회 출입 제한까지 됐다. 법사위원들을 직무유기이자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회의록을 다 봤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 N번방이 무슨 사건인지 잘 모르는데 회의를 한다”며 “청원한다고 다 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런 발언을 하고. 회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니까 그 의원들은 억울해했고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묘사했다.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혼자 즐기는 것까지 갈(처벌할) 것이냐.”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
 
“법정형 가중처벌은 양형은 법원에서 알아서 해도 되는데 굳이 이런 구성요건이 필요하나?”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냐?”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N번방 사건이라는 것은 저도 잘은 모른다.”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김 대표는 “나도 회의록을 다 봤는데 3월3일 1소위인데 회의 거의 끝나갈 무렵에 아까 다 못 다룬 안건을 다시 다루자고 했다. 그때 핵심이 뭐였냐면 딥페이크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정도였다”며 “N번방 청원으로 법안 논의를 하는 것인데 정말 화가 났던 것은 국회 청원 1호 법안이라 상징성이 있지 않은가. 왜 10만명이 호응했고 텔레그램이 뭔데 이러는 거지라고 검색 한 번만 해봤으면 이런 사건이야? 했을텐데. (스마트폰 검색도) 안 했다. 보좌진들이 보고도 안 해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딥페이크 영상의 문제가 야동에다가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넣어서 거의 합성이라고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진짜 같이 하는 게 문제인데. (법사위원들은) 그런 걸 예술처럼 표현한 것도 문제삼을 거냐고 그랬다”며 “재미삼아서 청소년들이 혼자 즐기는 것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걸 그냥 야동 정도로 생각하고 딥페이크 영상이 뭔지는 알까?”라고 거듭 비판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손솔 위원장은 민주당이 송기헌 의원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손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정말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직무유기”라고 화답했다.

사실 디지털 성범죄 뿐만 아니라 일반 성범죄 사건들로 전국이 들썩였을 때도 국회는 별로 한 일이 없다.

김 대표는 “조두순 사건,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도가니 사건 등 굉장히 많았는데 정말 그때마다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왜냐면 그때도 N번방 정도의 공분이 있었다”며 “국민들의 분노가 그랬다. 이제 이게 응축되고 압축되어서 터진 것이지 항상 이 정도의 분노 게이지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국회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듣고 있던 정 의원은 “디펜스는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의지도 없지만 관심이 없는 게 가장 크다”며 “그분들이 직무유기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예를 들면 내가 커피마시고 싶어서 마시는데 이게 잘못이 아닌 것처럼 그런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N번방 사태가 불거지고 법무부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연일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정말 많이 봐줘서 그 1소위에서 잘 모르고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민주당이 강력하게 법안을 만들어서 5월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할 정도라면 송기헌 의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송 의원 혼자 잘못한 것이라고 보지 않고 민주당이 같이 책임질 문제라고 보고 만약 송 의원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공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대담은 70분 가량 진행됐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이제 20대 국회의 임기는 두 달도 안 남았다.

김 대표는 “20대에서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는데 총선과 맞물려서 묻힐까봐. 절대 그러지 않게 봐야겠지만 지금 (강력한 대책을) 말했던 분들이 임기가 두 달도 안 남았다”고 환기했고 손 위원장은 “5월 안에 반드시 (N번방 대응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21대 국회가 시작할 때 더 혼돈스러울 것 같다. 지금 정치인들이 후보다. 그래서 더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총선 전에 이 힘으로 입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사위에서 그런 발언을 들었을 때 국회가 공범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만약 20대 안에 대책을 못 만들면 정말 공범을 넘어 이 사건의 배후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얘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이 천명한 ‘N번방 재발금지 3법’은 △성적 촬영물 이용한 협박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 △불법 촬영물을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는 행위 자체 처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이다. 

더 나아가 여성계에서는 △시청한 사람도, 저장한 사람도, 유포하고 협박한 사람도, 제시의 방식으로 유포한 사람도 모두 처벌 △수치심 유발 신체에 대한 판단 여부를 판사가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의사에 반해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침해하는 모든 행위 성폭력으로 규정 △대규모 유포 행위에 집단 성폭력 개념 적용 및 가중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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