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에 대한 편견
협박의 고리
개방적이고 건강한 성교육
인격적 존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누군가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성착취를 당해놓고도 신고하지 못 했던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소위 ‘일탈계’로 불리는 노출, 스폰서 구하기, 조건만남 등을 시도했던 만큼 잘못이 크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면에 한국사회의 왜곡된 성 인식이 있다.

3월27일 오전 10시 국회 주변 카페에서 열린 N번방 대담에 정은혜 더불어시민당 의원,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손솔 위원장은 여성 청소년에 대한 편견이 협박의 도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손 위원장은 “사실 N번방 사건을 보면 가해자들이 정확히 피해자의 취약점을 알고 찾아다녔다”며 “일탈계를 찾았던 것은 10대 여성이 그런 행위를 남몰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서 협박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게 성착취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적으로 여성의 성을 그런 은밀하고 뭔가 숨겨야 하는 그렇게 보는 것 자체가 깨지지 않는 이상 계속 이런 걸 협박의 도구화 하는 범죄들이 계속 될 것”이라며 “청소년 여성이 그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장은 재차 “명확히 성착취 사건인데 거기서 피해자가 뭘 했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성립이 가능하지 않다”며 “피해자가 어디서 뭘 하든 그 영상을 찍게 하고 협박하고 강간하겠다고 얘기하고 그런 사람들을 놔두고 어디서 뭘 했냐고 왜 피해자에게 뭐라고 하는지 이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가해자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일탈계를 해서 빌미를 줬다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10대 여성이 스폰서를 구하려고 했다가 걸려들었더라도) 왜 그 청소년들이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사회적 구조에 뭐가 문제였는지를 봐야 한다. 왜 교육과 가정에서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그걸 막지 못 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고 동조했고 손 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CBS 라디오)에 피해자 분이 직접 인터뷰를 했는데 생활비가 없어서 그랬다고 했다”고 호응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도 어떤 이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 한다.

김 대표는 “댓글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게 중학생이 무슨 생활비가 필요하냐고 하더라. 만약 본인이 부모도 어렵고 자신도 알바를 해서 벌 형편이 아닐 때 그 친구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되는 것인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N번방 운영자들 중에 한 명이 16세 중학생이었다. 피해자도 10대고. 이 정도면 분명히 개인이 아니라 명백한 사회의 문제”라며 “10대들이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된 사태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 살피고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네가 문제야 저 사람이 문제야 언제까지 이렇게 책임 떠넘기기를 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김소희 대표는 성적 표현이 은어화되고 비속어처럼 쓰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정 의원도 “저희 부모님이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는데 (리틀맘인) 10대나 20대 초반 여성들이 원래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 한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가 일탈계로 갔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고 성착취 현상에 주목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손석희 jtbc 사장도 조주빈의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의 협박과 치밀함은 그 정도였다.

김 대표는 “정말 무서운 게 손석희라는 언론 권력을 갖고 있는 분도 취약한 가족의 신상과 연결되자 아무 말도 못 하고 돈을 송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권력을 가진 사람도 그랬는데 아무 것도 없는 10대 여성들은 오죽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 (친일사관 역사학자 이우연씨와 미술평론가 반이정씨의 10대 여성에 대한 문제제기) 그건 딱 그 논리다. 여자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 성범죄에 노출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맨날 미국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다면 중동에서 성범죄가 없어야 한다. 아동 성범죄의 경우라면 아동이 얼마나 선정적인 옷을 입고 다니겠는가. 그러면 그게 기준이 되는 건가. 

김 대표: 그렇게 치면 바바리코트가 제일 야한 옷이다. 

정 의원: 그래서 그런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내가 자꾸 교육 얘기를 하는 것은 특히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나이가 만 12세 정도다. 

김 대표: 지금은 더 낮아졌을 것이다. 

정은혜 의원은 유아 성교육 법안을 발의하려고 했지만 좌절됐다고 말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정은혜 의원은 유아 성교육 법안을 발의하려고 했지만 좌절됐다고 말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본격적으로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 의원은 “사실 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게 있는데 나도 아버지가 목사라서 기독교단체로부터 반발을 많이 들어서 그랬는데. 미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사건(2019년 11월)도 그렇고 나는 만 4세~5세에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설득을 잘 해야 하는데 보수단체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관계를 가르쳐주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받아들여서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유아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정 의원은 “유치원 아이들이 저 친구의 어디까지 터치해도 되고 저 친구는 나의 어디까지 만져도 되는지를 다 알려주고 그 다음에 성기나 이런 것도 정확한 명칭으로 은어로 많이 쓰는데 그걸 정확하게 알려줘야 혹시나 범죄를 당했을 때도 정확한 명칭으로 피해 증언을 해줘야 그게 또 법적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덜란드나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미국도 그렇게 성교육 선진국이 아니다. 여론조사를 해서 당신의 첫 성경험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기억이었냐고 물었을 때 네덜란드는 7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하고 미국은 대부분 되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답한다”며 “미국도 행복해서 원해서 내가 결정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육체적 건강도 있지만 정신적 건강도 있어서 그게 다 성 만족도와 연결된다”고 정리했다.  

김 대표도 “개방적인 성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며 “성기도 신체의 일부다. 예를 들면 우리가 처음 본 상대방에게 눈을 눈깔이라고 하지 않고 머리를 대가리라고 하지 않지 않는가. 은어이자 비속어인데 성과 섹스는 감추고 은어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꾸 비속어로 사용되고 10대들만의 성적 용어로 가둬지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될 수 있어야 성적 자기결정권도 존중받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포르노로 성을 처음 접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정 의원은 “성이라는 것이 아름답고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몸으로 하는 대화인데 포르노로 먼저 성을 보는 사람은 그게 첫 경험인 것”이라며 “그 첫 경험이 굉장히 왜곡됐다는 것이다. 여성을 조종하는 일종의 위계관계로 성을 배우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잘못된 인식을 학습한다”고 밝혔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대담은 70분 가량 진행됐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김 대표: 자꾸 프레임 싸움이나 젠더 갈등 이런 게 아니라 각 사회 구성원이라면 각자의 책임이 있는 것 같다. 가정, 학교, 정치권, 법조계 등 각각의 책임감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해가야 한다.

손 위원장: 나는 정말 수적으로 남성 다수가 그것(잠재적 가해자 취급에 대한 억울함)에 매몰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남녀 대결로 가져가고 싶어서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유포하고 말들을 만들어내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만났던 다수의 남성들이나 정당 연설회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런 뉘앙스로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다수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여성 혐오적 표현을 못 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남성 시민들의 책임이라고 본다. 

정 의원: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놓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 때까지도 배운 게 뭐냐면 아빠 빼고 다 믿지말아라. 오빠 빼고 다 믿지말라고 그렇게 가르쳤던 게 전부 남성이었다.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쪽이 남자였다. 

김 대표: 나는 이번 N번방 사건이 남녀 대결로 절대 안 갔으면 좋겠고 이건 인간 존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걸 왜 남녀 프레임으로 가는 것 자체가 아직도 상하관계 인식 속에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이걸 끝냈으면 좋겠다. 사람이 치욕스러움을 느낄 때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 할 때다. 이런 부분이 되게 취약한 것 같다. 정치적으로나 남녀 구도로 보는 관습을 이제는 끝내야 된다.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도 중요하다.

정 의원은 “내 딸이 지금 18개월인데 항상 옷 갈아입힐 때도 허락을 맡았다. 물론 대답을 잘 못 하지만 엄마가 지금 기저귀를 갈게. 옷 입혀도 되지? 벗긴다? 항상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준다”며 “딸이 그때는 몰랐지만 3~4살 되면 알아듣고 지금 옷 벗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교육 환경 속에서는 남성도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할머니들이 우리 손주 고추보자. 이런 식으로 남성도 성희롱 피해자가 된다. 여자들도 근육 너무 멋있는데 그러면서 그냥 남성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는 일도 있다. 이런 것도 성희롱인 건데 남녀관계만 바꾸면 100% 성희롱인데 이런 걸 교육을 못 받다 보니 그냥 넘어가게 된다”고 묘사했다.

김 대표는 ‘애완견 비유’와 ‘대상화’를 통해 인격적 존중에 대해 이야기했다.

즉 “개는 예쁘면 그냥 만지게 되는데 개에게 예쁘니까 만져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을 개나 물건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을 인격이 없는 것처럼 여기고 그냥 소비해도 된다고 판단하고 취급하는 게 대상화의 핵심이다. 우리도 그런 대상화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 한채 아이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 같다. 지나가다가 그냥 아이들 예쁘다고 쉽게 쓰다듬고 그런다. 외국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성인간에 지나가다가 너무 예쁘신데요? 그러면서 만지고 그러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태도와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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