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투쟁맨 ‘김용희’ ·· ‘심상정’에 거는 기대
삼성 투쟁맨 ‘김용희’ ·· ‘심상정’에 거는 기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31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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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해고 이후 투쟁
삼성 노조와해
준법감시위원회의 꼼수
이재용 부회장 옥살이 피하기 플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9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약 300일째 강남역 8번출구 삼성전자 사옥 주변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용희씨다. 김씨는 1995년 삼성항공 직원 신분으로 경남 지역에서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해고된 바 있다. 그 이후 25년간 삼성을 대상으로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을 포함 안 해본 일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상임선거대책위원장)는 3월31일 16시 크레인을 타고 고공으로 올라가 김씨와 만났다. 

심상정 대표는 김용희씨와 고공농성장에서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강민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의 전언 논평에 따르면 심 대표는 김씨에게 “하루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얼마 전에 흔들리는 마음을 글로 읽고 잠을 못 이룬 분들이 많다”며 “우리 김용희씨가 노동이 당당한 나라 맨 앞에서 서서 이렇게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굳건하게 마음먹고 꼭 버티고 꼭 승리해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씨는 25년간 끈질기게 투쟁을 해오면서 25m 철탑 위 1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폭염, 태풍, 한파를 모두 겪어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총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일들에 관심이 쏠리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3월27일 전후로 급격한 감정적 고통을 호소하며 페이스북 포스팅을 했고 이에 투쟁 동지들이 해시태그 운동(#삼성해고노동자_김용희는_지상으로 #반노동악질삼성재벌자본_이재용은_감방으로)을 전개하고 있다.

김씨는 심 대표에게 “비공개적으로 (삼성과) 협상을 몇 번 가졌는데 받을만한 조건들이 아니어서 불발시켰다”며 “하루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삼성이) 나서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심 대표는 “삼성이 성의있는 협상에 임하도록 결과를 가져오도록 내가 얘기하겠다. 아직도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에 맞서 그렇게 300일 가까이 싸우는 김용희씨에게 면목이 없고 이번 총선 치르면서 반드시 승리해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에 이 싸움이 의미있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총선에서의 진보) 정치는 책임지고 내가 승리로 이끌테니까 김용희씨는 아무튼 이 극한의 투쟁 속에서 반드시 살아 내려오실 수 있도록 굳건히 마음먹기를 바란다. 더 오래 가지 않도록 저희도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가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 대표는 2013년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 문건을 최초로 폭로했고,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의 협상을 위해 중재에 나선 적이 있다. 김씨는 그런 심 대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의당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고공농성장을 찾은 현직 국회의원은 심 대표, 여영국 정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 딱 3명 밖에 없다.

정권교체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뇌물관계로 엮여있던 것과 맞물려 법적 단죄의 과정이 있었다. 여기서 삼성의 무노조 방침에 따른 대대적인 노조 파괴 행태가 드러났다.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권을 짓밟은 삼성의 조직적인 행태는 생각보다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언론계 최대 광고주인 삼성이 여타 매체들에게 광고를 무기로 얼마든지 길들이기를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삼성전자서비스 최 전 전무가 구속되는 등 삼성의 노조 파괴 행태는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 2019년 12월 법원은 노조 와해 혐의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목장균 전 삼성전자 인사지원그룹장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7명을 법정 구속시켰고 피고인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녹색당은 3월29일 논평을 내고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전체 계열사와 협력업체를 통틀어 노동자들을 불법 사찰했고 특정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삼성 내에서 시민단체에 후원한 노동자들을 별로 관리해 온 것도 발각됐다”며 “지금 김용희 해고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를 촉구하는 일로 삼성은 김용희씨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와 명예복직으로 응답하고 나아가 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끝으로 심 대표에게 고공농성장 바로 아래에 있는 삼성생명 암 보험금 미지급 피해자들을 만나주길 부탁했고 심 대표는 고공에서 내려와 만남을 가졌다.

삼성해고노동자고공농성공동대책위원회,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과천철거민대책위 등은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공동투쟁)’을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동투쟁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와 교섭하고 있다. 감시위는 사실상 이 부회장의 실형을 면해주기 위한 법원과 삼성의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죄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경영권 승계라는 뇌물 대가성을 인정하며 실형 선고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대법원은 최씨 딸 정유라씨에 제공된 말 3마리(3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 승마지원 용역대금(36억원) 등 총 86억원을 뇌물액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삿돈 횡령이 일어났다고 봤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작년 10월 첫 공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밑밥을 까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정 판사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같은 경영 혁신 노력 △준법감시제도 도입 △재벌체제의 부작용 해소 등을 주문했다. 

그의 일환으로 감시위가 탄생했는데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만 가려 판결하지 않고 사후적 행동 변화를 조건으로 형량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양새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 저격수 역할을 해온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월10일 방송된 YTN 〈뉴스 앤 이슈〉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감시위가) 감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부회장의 위임과 부탁과 허락을 통해서 한다고 하니까 제대로 감시가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재판부가 요구한 사항을 삼성측이 받아들여서 이 부회장이 이걸 적극적으로 설치했다고 하는데 혹시 이게 감형 조건으로 정상참작 대상으로 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부고발인 제도가 있고 보호제도도 있다. 이런 멀쩡한 제도는 눈감고 감형을 위한 핑계거리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진짜 걱정되는 것은 이런 거다. 재판부의 재량에 의해 많은 감형 사례들이 있다. 양형 기준으로 보면 이 부회장은 사실상 10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재판부가 요구하고 제시한 것을 삼성이 받아들였으니 감형해주자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도 원포인트 사면을 받았을 때 평창 올림픽 관련 기여를 핑계로 했었는데 나중에 사면 대가로 여러 금품이 오갔다는 게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중에 나왔다.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이 우울해서 이런 걱정을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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