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 두산건설… 2011년 기점으로 내리막길
코로나19 여파 경기 불안에 매물 나와도 주인 찾을지 불분명

강남구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강남구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작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 두산건설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로 매각 성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 원 규모 긴급 지원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의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하는 차원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11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 두산건설… 2011년 기점으로 내리막길

지난달 31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최근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 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매각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두산건설은 1960년 두산그룹(당시 OB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동양맥주가 전액 출자해 세운 '동산토건'으로 출발했다. 1985년 중부고속도로 제3공구를 착공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고 1993년에는 현재 사명인 두산건설로 변경했다.

2001년에 출범한 아파트 브랜드 '위브'(we’ve)가 승승장구하며 2000년대까지만 해도 두산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으나 이때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시작한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업이 결정적이었다. 이 사업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두산건설의 경영상황도 극도로 악화됐다. 

2010년까지 흑자를 내던 두산건설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태로 인해 2011년 2942억원의 순손실 기록했고, 이후 9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작년에도 95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은 10년 동안 두산건설을 지원해야 했다.

두산그룹이 2012년 이후 두산건설에 투입한 자금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룹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던 두산중공업도 휘청거리기 시작하자 지난해부터 두산건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 측은 두산건설 매각의사를 공식 부인하고 있으나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매각 의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에선 아파트 브랜드 '위브(we’ve)'와 준수한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 브랜드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두산건설은 최근 수년 동안 10위권 내 서울 공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또 작년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약 7조5000억원에 달해 향후 4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의사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주택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어 새로운 인수 의사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악성 채무는 두산중공업이 떠안고 알짜 사업 부문만 떼어 내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 경기 불안에 매물 나와도 주인 찾을지 불분명

하지만 국내외 경기 둔화 가능성에 현금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부동산 시장 전망마저 어두워진 상황에서 매각이 매끄럽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지난해 별도기준 차입금 규모는 7257억 원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차입금 규모가 일부 감소했지만 리스부채를 제외한 6581억 원의 차입금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차입금이 5851억 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88.9%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대보증을 제공한 PF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27억 원으로 과중한 상태로 봤다. 한신평은 전날 두산건설의 제94회차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을 기존 'BB-(안정적)'에서 'BB-(하향검토)'로 내렸다.

문제는 두산건설이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느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국내외 경기가 출렁이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너도나도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데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계속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은 물론 건설사들의 앞날도 당장 밝지 않아서다.

다만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알짜 자산을 중심으로 두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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