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당분간 지속’
중대본 “현재 상황 절대 녹록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도심의 인파는 급감한 반면, 도심 근처의 산과 바다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도심의 인파는 급감한 반면, 도심 근처의 산과 바다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주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 도심의 인파가 급감한 반면, 도심 인근의 산과 바다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특히 완연한 봄기운에 전국에 꽃망울이 터지면서 이를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주말(29일) 서울 인근의 한 바닷가 백사장에는 방을 탈출한 사람들로 한 여름을 방불케 북적였다. 때 아닌 텐트도 즐비했고 바닷가 주차장에는 이들의 차량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가양동 거주의 OOO씨는 “코로나로 종일 집에만 있기 너무 답답해서 나왔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가족과 바닷바람도 쐬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려고 나왔는데 나오신 분들 모두 같은 생각으로 나온 것 같다. 야외라 실내보다는 크게 염려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간 거리를 두고 조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가운데 도심을 피해 바다를 찾는 시민들(사진=신현지 기자)

그간 갇혀있는 답답함은 어린아이들이 더한 듯, 이날 어린아이들이 유독 많아보였다. 아이들은 파도에 실려 오는 자갈 구르는 소리와 봄바람에 마냥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맨발로 모래바닥을 뛰어다니며 천진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 목동에서 부모와 함께 바다를 찾은 한 초등학생은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건 알지만 답답해서 자꾸 벗게 된다.”며“학교를 나가지 못해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선생님도 볼 수 없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바다에 나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라고 환하게 웃었다. 

또 텐트 안에서는 영화를 보는 연인들도 보였다. 평소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겼던 이들은 코로나 여파로 올 신작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전국 영화관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온라인 영화를 즐긴다고 했다.

이처럼 때 주말 나들이객들이 늘자 바닷가 주변의 상가들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전망 좋은 바닷가 주위의 커피숍은 어느 곳이나 빈자리 없이 빼곡했고 간식판매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 입구에는 번호표를 뽑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가운데 한 나들이객은 “사람을 피해 야외로 나왔는데 오히려 사람 속에 갇히게 되어 은근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밖으니 나오니 좋다."라며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세상을 살게 된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하루 빨리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그러들기를 바랄뿐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신고 및 검사 현황 (4.1일 0시 기준, 1.3일 이후 누계) (자료=질본부)
국내 신고 및 검사 현황 (4.1일 0시 기준, 1.3일 이후 누계) (자료=질본부)

식당 주위의 어판장도 사람들이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족동반 나들이객이 많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유아들도 보였다. 상인들 가운데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손님을 맞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즉, 감염병에 느슨해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인은 “실내가 위험한 것이지 이런 야외는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느슨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다 같이 조심할 필요는 있다. 솔직히 우리 어시장에서 확진자 한 사람이라도 나온다면 그 피해는 우리 상인들이 다 지게 되는데 내가 잠깐 느슨해져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5일까지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정하고, 시설 운영 중단, 약속·모임·여행 연기, 재택근무를 동시에 권장했다. 즉, 이 기간에 가능한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사람들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학교, 종교단체 등 사람들이 접촉할 수 있는 물리적 기회를 줄여서 원천적으로 접촉 자체를 줄이는 예방법 실천을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월 1일 0시 현재, 총 누적 확진자수는 9,887명(해외유입 560명)이며, 이 중 5,567명이 격리해제 되었다. 또한 신규 확진자는 101명이고, 격리해제는 159명 증가해 전체적으로 격리 중 환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해외 확진자가 유입되면서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할 때 5일까지로 예정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국민들께서 답답해하고 우려하고 계시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아직도 병원과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 확진자의 수가 기대만큼 줄어들고 있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 유입도 계속되고, 국제적으로도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치를 완화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실천 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중대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96%가 ‘외출을 자제했다’고 답했고, ‘도서관, 카페 등 다중시설 출입 자제(95%)’, ‘모임‧종교행사 불참(92.9%)’ 등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지침을 실천하였다. ‘사람을 대면하는 수준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응답자도 69.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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