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마무리 하자는 심상정...그녀 혼자서 자수삭발(自手削髮)못해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n번방의 사건은 물부충생(物腐蟲生)일까?

물부충생(物腐蟲生)이란 중국 북송(北宋) 때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지은 범증론(范增論)에 나오는 성어(成語)다. 소동파는 "생물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 벌레가 생기고(物必先腐也而後 蟲生之), 사람도 반드시 먼저 의심을 하게 된 뒤에 남의 모함을 듣는다(人必先疑也而後 讒入之)"라고 함으로써 항우(項羽)에게 버림받은 범증(范增)을 묘사했다.

다시말해 이말은 사물이 썩으면 벌레가 생긴다는 뜻으로 불건전한 사회와 부패한 정치는 곧 범죄와 비리의 무대가 된다는 말이다.

지난달 3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역구인 고양시가 아닌 국회 본관 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혼자 피켓을 들고 말이다. 그녀의 1인 시위에는 소위 20대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노변담화(爐邊談話)했던 정치인 중 어느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 정당의 대표인 그녀가 지원세력도 없이 홀로 국회 본관앞에 선건 국회 청원 1호와 2호인 'n번방과 디지털 성범죄 법 제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 의원의 1인 시위를 두고 총선용이라고 비아냥 거리지만 정작 그들은 용기가 없는 똠방들이다.

심 의원의 용기있는 행동에 기자는 국가를 위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가짜아닌 진짜 국회의원의 진심을 보았다. 그녀는 진짜다.

기자의 작은 소망은 20대 국회가 어느 국회보다 난장판 국회였다고 역사에 기록될 지라도 맨 밑줄엔 최소한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처리를 위해 미래를 걱정하는 의원들이 한마음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라고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기왕 말이나왔으니 20대 국회로 가보자.

기자의 머릿속엔 지난 4년간 여와 야는 툭하면 욕하고 툭하면 나가고 3살먹은 어린 아이들도 아닌데 늘 티격태격 했고 반복되는 정쟁(政爭) 속에 법안 처리는 나몰라라 뒷전이고 탓탓탓만 하다가 임기가 끝나버린 맹물 국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2달여를 남기고 발의된 법안이 총 2만3955건이다. 이는 19대(1만7822건)에 비해 34% 증가한 것으로 실제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 법안은 전체 발의 법안의 32%에 불과한 7752건이었다.

기자는 4년전,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지난 4년전의 한 말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꼴통 국회였다. 여당도 야당도 상식이 사라진 국회 모습만 보여줬다는 것, 국민들 모두가 인정한다. 

지난해 후반기로 시계를 돌려보자. 여와 야는 불거진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막말과 고성, 야합으로 ‘동물 국회’가 재연됐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라는 대형 이슈가 터지자 창과 방패가 충돌했고 대화와 타협, 협치는 설 공간을 잃었다.

급기야 야당 대표는 단식카드로 여당을 압박하고 여당은 4+1로 국민들을 우롱했다. 여야가 격렬하게 맞붙으면서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역사는 20대 국회가 ‘할 일도 제대로 안 했고, 여야 협치에도 실패했다’고 적나라하게 기록할 것이다.

이제 5월 29일이면 20대 국회의원들의 금뱃지는 수명을 다한다. 그래서 심상정 의원이 그랬나보다. 

심상정 의원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단 하루도 안되겠습니까. 무슨말일 까요? 심 의원은 어제(3월 31일) 26만 명이 연루된 전대미문의 디지털 성 착취 범죄 사건에 대해 우리가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마무리하고 그만두자고 동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은 동료의원들의 협조없이는 언감생심 통과가 어렵다. 그녀 역시 자수삭발(自手削髮)을 하지 못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선거를 떠나 마지막까지 국회의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 하려는 심 의원의 결단과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과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선 뒤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21대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과 통합당 입장에서야 단 1분 1초라도 총선에 올인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라는 건 모르는바 아니지만 심 의원의 주장대로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라도 꼭 필요한 법안이라면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옳다.

n번방 주범과 관련자들에 대해서 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강력한 처벌 의사표시를 했다고 한다. n번방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이 이 법안을 통괴시킨 정당에게 표를 몰아 준다면 어쩔텐가.

제발 의원들 모두 총선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자과부지(自過不知)하지 말기를 바란다.

20대 국회의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면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그까이꺼' 하기가 그리 어려면 일이 아니다. 혹여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에 제 발 저린 인사들이 없다면 말이다.

기자가 시작하는 말머리에 사물이 썩으면 벌레가 생긴다는 뜻으로 불건전한 사회와 부패한 정치는 곧 범죄와 비리의 무대가 된다는 말로 물부충생(物腐蟲生)을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모든 분야가 어려운 처지다.

대한민국의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지금이 '어려운 때라고 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잡초보다 더 질긴 생명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부패한 곳에서 벌래가 나오 듯 우리 정치가 n번방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썩은 정치 집단이 아니길 바란다. 그래서 기자는 20대 국회가 마지막 소임을 다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서랍 속에 방치되어 있는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을 책상위에 올려라.그리고 방망이를 두들기자.

 딱 하루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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