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로 등록금 퉁치나
경제활동 못 하지만 나가는 것은 그대로
특수 대학생들 너무 어려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장사가 어려워진 600만 자영업자들의 사연은 부각됐지만 대학생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초중고등학생은 아직 미성년자라 부모의 경제적 지원 아래에 있는 경우가 절대 다수지만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되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있지만 비싼 등록금은 그대로다. 

민중당이 3일 오전 교육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민중당 주최로 대학생 피해 사례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사진=민중당 제공) 

박종화씨(동덕여대 졸업반)는 “개강이 2주 밀려 분명 16일부터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3월 내내 강의가 올라오지 않은 수업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등록금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같은 과 동기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등록금이 아까워 휴학을 결심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없어 한 학기에 수백만 원 하는 등록금이 아깝다고 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3월 내내 온라인 강의를 듣는데 이상하게도 등록금은 이전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술대는 특수성을 명분삼아 비싼 등록금을 책정해왔는데 코로나로 오프라인 실습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비싼 등록금은 여전하다.

김예은씨(홍익대 미술학부)는 “미대는 가뜩이나 계열별 특수성을 운운하고 등록금을 더 내고 있는데 이번 온라인 강의에서는 그런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며 “이번 온라인 강의에서는 미대나 문과대나 공대나 다 똑같이 진행되고 있고 계열별로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하다 못 해 크리틱(비평)도 제대로 못 받는다. 대체 그 계열별 특수성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은 알바를 할 수 없지만 생활비는 그대로 나간다.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은 “세상은 멈추는데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그대로”라며 “감염도 무섭지만 월세, 등록금, 학자금 대출도 두렵다. 청년들은 국가적인 재난 상황 속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피력했다. 

생활비라도 벌어야 했기에 극한의 알바를 감내하고 있는 대학생도 있다. 
 
쿠팡 냉동창고 알바를 하고 있는 유매연씨는 “개강을 앞두고 학교 근처로 왔고 알바로 생활비를 벌려고 했지만 코로나 이후 알바 자리가 사라졌다. 월세와 생활비는 그대로인데 돈을 벌 곳이 사라졌다. 그래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됐다”며 “코로나로 인해 쿠팡 매출이 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그 매출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장 파트에서 일하다가 손이 느린 사람은 냉동창고로 들어가야 한다. 그마저 느린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출근이 배정되지 않는다. PDA에 지금 내 속도가 표시되기 때문에 속도를 맞추기 위해 제대로 쉬지도 못 한다”며 “쿠팡 배송기사의 과로사 기사를 본날 냉동창고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머리가 아팠지만 쉬거나 천천히 할 수는 없었다. 물량을 못 맞추면 출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쿠팡 배송기사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물량을 맞추지 못 하면 짤리고 짤리면 생활비를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쿠팡 기사는 짤리지 않기 위해 일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가와 대학교가 멀어서 살 집을 미리 구해놓는 대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강요받고 있다. 

박상빈씨(경북대 대학원생)는 “개강 전에 대구로 내려가서 어렵게 방을 구했다. 갑자기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심해져서 대구로 내려가지도 못 하게 됐다. 학교도 비대면 강의를 계속 연장하고 있어서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월세는 통장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매달 30~40만원씩 부담하고 있다”며 “1학기 전면 비대면 강의로 전환하는 학교가 생겨나는 상황이다. 그러면 날 포함한 수많은 학생들은 한 학기 월세를 통째로 부담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입도 아예 없어서 1~2만원이 아쉬운 처지인데 십만원 단위로 돈이 나가니까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내 과실로 입주를 못 했으면 월세를 부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텐데 집주인도 나도 그 누구의 책임없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손솔 인권위원장은 유은혜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좀 더 구체적으로 미대생도, 한의대생도, 논문을 써야하는 졸업반 학생도 모두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예은씨는 △디자인과 대학생의 전문 프로그램을 위한 고급 컴퓨터 사용 불가 △동양화과 대학생의 맨투맨 지도 불가 및 상반신 사이즈의 그림 코팅 과제 요구 등 어려운 상황을 묘사했다. 

김지석씨는 △침을 놓고 약을 짓고 환자들의 상태 진단과 같은 실습 진행을 못 하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 △의료인이 되기 전 충분한 실습 기회를 보장받지 못 한 불이익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만 지불 등을 호소했다. 

박종화씨는 “수업 시간에 1대 1로 진행되어야 하는 논문 수업은 실질적으로 한 달 동안 스톱되는 것과 같다”며 “각자 논문 초고를 써서 온라인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논문 지도는 교수님과 면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으로는 졸업 요건 논문을 잘 쓸 수 있을지 또 졸업은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증언했다.

손 위원장은 이러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 △대학을 재난지역으로 선포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1학기 등록금 환불 △학자금+생활비 대출금 상환유예 및 이자 면제 △월세 기숙사비 긴급 지원 △청년긴급대책 제안 및 교육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했다. 

한편,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면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박종화씨는 “학교를 한 달 동안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 온라인 강의로 인해 절감된 금액을 학생들에게 반환해주기를 요구한다. 또한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온라인 강의 방식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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