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40만원’ 이후 ·· 정치권 혼돈 ‘기재부’ 뚫고 ‘청와대’ 결단
‘재난지원금 40만원’ 이후 ·· 정치권 혼돈 ‘기재부’ 뚫고 ‘청와대’ 결단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0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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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1인당 50만원 모델
민주당의 70% 커트 없애기
정의당의 오락가락 통합당 비판
청와대 수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농익은 상황에서 3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4인가구 기준 100만원에 1인가구 40만원 수준으로 소득 상위 30%를 빼고 70%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그 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국민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총선까지 8일 남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백가쟁명 그 자체이자 매우 혼란스럽다. 

김준우 변호사는 7일 방송된 MBC <정치人싸>에서 “양당이 다 주자고 하니까 줄 것”이라며 “선거판에서 더 악용 안 되려면 여야가 합의해서 그냥 빨리 주고 논점에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허일후 아나운서도 “나도 같은 마음인 게 줄거면 어떻게 나눌 거냐. 차라리 다 줘버리고 소득구간이 높은 분들은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면 된다. 나도 그게 깔끔할 것 같다”고 호응했다. 

같이 출연한 김태현 변호사는 “다 해놓고 발표해라. 자꾸 줄께! 어떻게 줄거냐? 소득기준 70%! 어떻게 나눌 건데? 건강보험료! 자세히 물어보면 좀 이따 말해줄게. 이거다. 그냥 TF 해가지고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그만큼 한국에서 기재부가 힘이 센 것이다. 그걸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기본소득 관련 어지러운 정치권의 상황을 묘사해준 정치인싸 패널들. (캡처사진=MBC)

문 대통령의 결정 이후 첫 스타트는 보수야당 미래통합당(통합당)이 끊었다. 현금성과 보편성에 반감이 있었지만 기존 입장을 뒤집고 1인당 50만원 지급으로 치고 나갔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일요일(5일) 서울 종로구 유세 일정 도중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즉각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지도 못 할 뿐만 아니라 지급 기준에 대해 국민에게 많은 불만과 혼란을 초래하였다”며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고작 한 주전 “매표 행위”라고 맹공하던 당의 노선을 뒤로 한 채 50만원 카드를 내밀었는데 명분으로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상위 30%를 빼고 70%에게만 한정하는 것의 비효율성 △자영업자의 피해 미반영 △70%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의 혼란 초래 등이 제시됐다.

통합당이 지적하는 포인트는 이런 거다.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월 185만원이기 때문에 1인당 5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건보료는 1~2년 전 소득 상황이 반영된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건보 직장가입자는 4대보험을 제공받는 안정적인 직업인이고 지역가입자는 그렇지 않은데 여기서 오는 불평등한 부분도 있다. 맞벌이 가구의 이중 건보료 문제도 부각시켰다.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 앞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 명령권 발동 △일주일 안에 금융기관 통해 지급 △필요한 추가 재원 25조원은 2020년 본예산 512조원 재구성 통해 조달 등 방법론을 피력했다.

만약 이런 요구사항이 수용된다면 황 대표는 “통합당은 즉각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서 정부여당과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했다.

현장에 있던 경제학자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1인당 50만원씩 통장을 개설하든 현금으로 지급하든 즉각적으로 국민 손에 쥐어지게 하라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오래 전부터 재난 기본소득 1인당 100만원 지급을 주장해온 정의당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5일 오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은 일관성있는 위기 대책 하나 내놓지 못 한 채 당대표, 원내대표, 선대위원장이 다 따로 즉흥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심 대표는 4가지 대책으로 △코로나로 인한 경영상의 해고 한시적 금지 △슈퍼부자 상위 1%에 초부유세 도입 △고위공직자 및 고소득층의 고통 분담을 위한 최고임금제 실현 △코로나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방빼’ 절대 금지(임대상가와 집세 동결/임대 기간 자동연장/퇴거금지 조치) 등을 촉구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황 대표가 대뜸 긴급재난지원금 1인당 50만원 지급을 외쳤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총선용 현금 살포이고 매표 행위라고 극단적이고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통합당인데 급회전도 이런 급회전이 없다”며 “앞뒤 맞지 않는 말과 오락가락하는 입장으로 여기에선 이 얘기 저기 가선 저 얘기하는 미래통합당에게는 원칙도 명분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당에게는 국민의 삶은 보이지 않고 양당 대결 정치만이 보이는 까닭이다. 통합당은 혹여나 지원금 받은 국민들이 여당을 지지할까봐 노심초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갖은 어깃장을 놓았다”며 “그러다 여론에서 밀리자 갑자기 대책도 없는 100조원 예산 투입(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외치고 늑장으로 50만원 재난지원금을 던지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심상정 대표는 미래통합당의 재난 기본소득 관련 입장에 대해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의 비판이 뼈아프게 정곡을 찌르고 있지만 황 대표는 어찌됐든 7일 11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 대통령은 7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0%.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오락가락. 지지부진하다. 국민들은 생계가 막막해 속이 타는데 언제까지 총선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을 건가”라며 “정부여당의 행태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국민은 안중에 없고 총선 밖에 생각 안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되려 여권을 비판했다.

이어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국민 50만원(4인가구 200만원)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512조 예산 중 20%만 조정하면 100조 예산을 확보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전국민 50만원 지급에 필요한 25조 재원을 추가적 세금 부담없이 조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이 나선 가운데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물론 집권여당 입장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방침을 통합당 만큼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6일 민주당 부산시당을 찾은 자리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어려운 계층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적을 둔 모든 사람을 국가가 마지막까지 보호한다는 모습을 한 번쯤 꼭 보여주겠다는 것이 당의 의지”라고 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다면 정부 역시 지체없이 수용하리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미 민주당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에 70% 커트 방침을 철회하고 전국민 지급으로 선회해달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집행력에 영향을 미칠 민주당의 힘이 실효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보수적인 기재부를 설득하기 위해 복지 대책이 아닌 재난 대책으로 접근해달라는 취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계층, 중산층, 상류층 가리지 않고 모두가 경제 시스템 속에서 소득이 줄고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재난 대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6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의 백가쟁명에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이 감지되는 와중에 여야의 대세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7일 14시20분 속보로 타전된 청와대 입장은 지원금의 범위를 확대해서 추경 심의할 때 여야와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총선도 코앞이고 이미 지급 기준까지 발표되어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의 직접적인 질문에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고 거기서 여러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을 열어뒀다 닫아뒀다고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당초 청와대 입장을 취재한 매체들(연합뉴스와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아직 당정청 차원의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르다는 분위기였다. 이미 기재부는 70% 커트에 맞춰 예산 구조조정 리스트를 만들고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의 기존 방침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관련된 논의가 청와대나 정부 내에서 진행되지도 않았다”며 “정책적인 기준은 지난번 발표 때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민주당 모델에 제1야당 통합당의 더 나아간 모델까지 있기 때문에 70% 커트 기준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역시 아무리 기재부가 재정건정성 논리로 입김을 발휘하더라도 여야가 합의한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제3당 원내교섭단체 민생당의 원내대표인 장정숙 의원은 6일 입장문을 내고 “대체 우리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장외설전만 벌이고 있다”며 “선거 기간 중이지만 이번주 안에 긴급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 긴급재난지원금을 4월 중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안과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에 요청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도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해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는 말처럼 총선이 끝나는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4월16일부터 추경을 처리하고자 한다”며 “가능하면 4월 중 지급을 마치도록 속도를 내겠다. 통합당에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고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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