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진보운동 이향희 당선될 수 있나?
그래도 보수 텃밭 정갑윤 5선
노동당 15대 핵심 공약 발표
토지 사유지 점차적으로 거둬들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08년 진보신당 때부터 12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자부하고 있다. 울산 중구에 출마한 노동당 소속 이향희 후보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은 그동안 2009년 4월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울산 북구)에서 조승수 전 의원(진보신당)이 당선된 사례와 광역·기초의원들을 종종 배출한 것 외에는 제도권 정치인을 보유하지 못 했다. 

이향희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을 자부하고 있다. (사진=이향희 후보 페이스북)

나도원 노동당 부대표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향희 후보는 TV 토론을 통해서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곧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 같고 3자 대결 구도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 중구 대진표는 △임동호(더불어민주당) △박성민(미래통합당) △송난희(국가혁명배당금) △이향희(노동당) △이철수(무소속) 등 5인으로 짜여졌다. 아직 여론조사 결과로 뒷받침 된 것은 아니지만 원외정당 노동당이 이런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 있다.

이 후보는 1976년생 40대 중반의 인생 궤적에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진보정당(사회당→노동당)과 시민사회 운동(울산장애인식개선센터/울산여성연대/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친환경의무무상급식 풀뿌리울산연대)에 전념해왔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울산 진보정치 판에서는 “남구에 김진석(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민중당)이 있고 북구에 조승수(민주노동당→진보신당→정의당)가 있다면 중구에는 이향희(사회당→진보신당·노동당)가 있다”는 정설이 있을 정도다.

이미 이 후보는 △2002년 재보궐 국회의원 △2004년 총선 △2010년 울산시의원 △2012년 총선 △2016년 총선 △2018년 울산 중구의원 등 총 여섯 차례 출마 경험이 있다. 모두 낙선했지만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2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서 파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4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후보자 TV토론회에서 “2002년 울산 중구와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겁도 없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26살 청년 이향희.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며 “많은 것이 변했지만 45살 이향희는 26살 청년 이향희처럼 여전히 발로 뛰고 있다. 이제 할 때 됐다. 이번에는 꼭 당선돼서 중구를 제대로 바꿔봐라. 많은 구민들이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향희가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 급식, 장애인,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중구의 현안에 발로 뛰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온 이향희의 활동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주민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의 큰 주제인 ‘코로나19 대응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하여 울산공공종합병원 건설로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고 지역 축제 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미량 부대표(왼쪽)와 현린 대표(오른쪽)가 공약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노동당과 이 후보가 희망을 걸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울산 중구는 보수 지지세가 강하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 지지세와 일반 시민들의 보수 지지세가 공존하지만 후자가 우세다.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이 2002년 재보궐 선거부터 연달아 5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정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박성민 후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네 번의 총선에서 정 의원은 4만5000표~5만1000표(최고 64% 득표율)를 꾸준히 받았다. 17대를 제외하고 민주당계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의 득표율을 다 합쳐도 정 의원을 넘어서지 못 했다. 지금 노동당 입장에서 반노동 행태를 보여온 문재인 정부의 민주당과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제로다. 그래서 이 후보가 독자적 개인기로 당선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박 후보가 정 의원의 5선 관록에 비해 개인 역량이 미흡한 점과 민주당-통합당-노동당의 삼분지계 전략으로 신승을 거두는 방향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역대 울산 중구 국회의원 선거 결과. (자료=박효영 기자) 

기자회견에서 현린 노동당 대표는 “내일이면 신문 광고도 나갈 것이고 현재 우리 당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중앙당 차원으로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밀어주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나 부대표도 “이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며 “3자 구도가 형성돼 있다”고 가정했다. 

이어 “노동당이 민주노총 지지 3개 정당들(정의당·민중당·노동당) 중에 하나가 되어 있다. 민주노총에서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노동당의 공공무상정책이 나름 화제가 되고 있어서 이런 걸 사회에 던지는 게 의미가 있다. 지금 판세 전반적으로 여러 기반이나 이슈 등에서 노동당이 선전하고 있다”고 어필했다. 

송미량 노동당 부대표는 “(울산 등 경남 지역에) 대규모 중공업이 있고 노동자 밀집 지역이라 충분히 진보정당이 해볼만했는데 저희 노동당은 계속 자유한국당 다음으로 제1야당이었다. 내가 의회(거제시의원 2014년~2018년)에 들어갈 때만 해도 그랬다”며 “하도 한국당이 정치를 엉망으로 해서 그들 보다는 민주당을 찍어줘야 한다고 해서 저희가 지금 완전히 고전하고 있는데 그 지점이 중요할 것 같다. 농어촌으로 갈수록 보수적이고 지역 기반이 튼튼한 보수정당의 강세가 있는데 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지도부는 이날 5×3 15대 핵심 공약(공공무상정책/5대 불평등 세습 근절/5대 사회 대전환)을 발표했다.

①의료인 양성 국가책임제 및 무상의료 실현
②국가공공무상주택 1000만호 공급
③국공립대학 평준화 및 무상교육 실현
④버스·지하철·철도 등 대중교통 완전 공영화 및 무상교통 실현
⑤통신기간산업 공영화 및 무상통신 실현

⑥파견업 전면 금지 및 특수고용직 기간제법 폐지
⑦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⑧비동의간음죄 도입
⑨군 동성애 처벌조항 삭제 및 동성혼 법제화
⑩만 35세 이하 및 장애인 출마자 선거비용 완전공영제

⑪평등·평화·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
⑫주 30시간 노동시간 단축과 문화사회법 제정
⑬지금 즉시 탈핵 및 2050년 탄소제로 실현을 위한 사업정지특별조치법 제정
⑭지분으로 매년 2%씩 납부하는 토지보유세 신설
⑮노동·성평등·차별금지 교육 정규 교과목화

당 강령으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표방하고 있는 노동당으로서 내세우는 공약 자체는 사실 근래에 현실화시키겠다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는 측면이 있다.  

현 대표는 “아시다시피 거대 정당들과 달리 노동당은 정책연구소가 따로 없다. 연구용역을 줄 수가 없다. 당원들이 직접 정책 연구를 하고 세미나를 해서 정책을 마련했다”며 “우리 당의 정책위원회가 있고 각 지역의 당원들이 직접 정책위원으로 참여해서 매주 모여서 정책들을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단 노동당이 진보신당 시절부터 지난 12년 동안 당에서 생산된 정책들을 재검토했다. 물론 우리 당이 공약했던 것들 중에 상당수가 아직도 유효한 게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지금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해서 공약들을 정리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부각되고 있지만 다시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 단순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증요법으로 극복해나갈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국민 생존권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동당과 19개 문화예술단체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노동권과 생존권 보장, 문화협치를 내용으로 한 정책협약을 맺었습니다.
7일 노동당은 19개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등에 대한 정책 협약을 맺었다. 나도원 부대표(왼쪽)의 모습. (사진=노동당 페이스북)

불평등 타파에 집중하는 노동당으로서는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세워서 투기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신화를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우 지지부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②을 하기 위한 ⑭은 전체 대한민국 사유지 7만5000㎢(국토 총 면적 10만363㎢) 규모를 점진적으로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는 내용이다. 개인 소유의 토지 점유권만 인정해주되 매년 소유권 지분 2%씩 차츰 차츰 토지보유세 형태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가가 법으로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토지 불로소득으로 인한 전체 불평등 수준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노동당의 판단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송 부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토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전체 땅값은 1경 1500조원이고 여기서 사유지 비중은 80%(9500조원)다. 그런데 상위 1%가 53.9%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로 가면 96.7%다. 조선시대가 아니고 민주공화국이지만 부동산 불평등으로 인한 부작용은 전근대적인 수준이다. 누군가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에 살고 있거나 집없는 노숙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30억원 고가 아파트에 살거나 혼자 건물 4채를 보유하고 있다. 극단적인 격차 사례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투자’ 개념과 불로소득 패러다임은 아주 일반적인 재테크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헌법 23조·121조·122조에 토지 공개념이 녹아들어 있다. 국가가 한정된 토지를 공공의 목적에 따라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보다 토지 공공성이 앞선다는 개념이다. 다만 노동당은 점진적으로 개인의 토지소유권 자체를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관점의 간격이 있다.

현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과잉 노동을 하고 과잉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한국이 기본적으로 토지에서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있고 심지어 국가가 장려하고 있는 형태”라며 “집값이나 전월세라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거기서 모든 불평등이 태동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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