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저유가 사태에 해외 10개 현장 발주 연기…입국제한 인력파견 어려움도
코로나19 장기화 땐 해외 건설현장 연쇄 셧다운 가능성

오만 소하르(Sohar) 석유 화학 플랜트 (사진=GS건설)
오만 소하르(Sohar) 석유 화학 플랜트 (사진=GS건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해외건설 수주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유가 급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감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우리 건설사들이 진출한 해외 현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또한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 비중이 높은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의 발주 축소나 연기를 초래하고, 수주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저유가 사태에 해외 10개 현장 발주 연기…입국제한 인력파견 어려움도

9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 9개 국가에서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주 연기는 코로나 사태나 저유가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달 말 발주 예정이던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 공사는 이달 22일로 입찰이 미뤄졌고, 역시 3월 말 예정이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는 이달 15일로 연기됐다.

또한 해외 건설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국 내 모든 이동을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취하면서 이곳에서 공사를 진행하던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의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대림산업은 포트딕슨에서 울사도(ULSADO) 정유공장 공사를, 삼성물산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복합몰·오피스 등 빌딩 공사 5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초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31일까지만 긴급조치를 운영하기로 했으나 오는 14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아울러 페루 친체로 공항1단계 공사는 이달 말에서 5월 말로, 홍콩 통합 크리스천병원 공사는 3월 말에서 5월 초로 미뤄졌다. 지난 2월 말과 3월 말로 예정됐던 카타르 담수발전 공사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 시설 공사 입찰은 각각 4월 말과 5월로 넘어갔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조치로 공사 현장인력과 수주인력 파견 등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베트남·나이지리아·알제리·모로코·이라크 등 28개 현장에서 직원 32명이 국내로 정기 휴가를 나왔다가 입국제한조치에 걸려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148개국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중인데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중동·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일부 건설사는 수주 담당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게 되자 현지 직원에게 화상으로 수주 전략을 전달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5∼6월까지 장기화하면 공사현장 인력 파견과 현장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건설사들은 우선적으로 입국제한조치 해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접수되고 있는 건설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입국제한조치 해제"라며 "해당 국가에 국토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고, 다양한 외교채널을 동원해 현장 운용을 위한 필수 인력에 대해서는 부분 입국이라도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 땐 해외 건설현장 연쇄 셧다운 가능성

아직 극소수 현장에 그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연쇄 셧다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쇼크로 국내 건설사의 올 3월 해외 건설 수주액은 최종적으로 18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에 건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셧다운 외에 직원들의 출입국 문제뿐 아니라 건설 자재,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수급 문제로 현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정부가 특정 시간에만 자재 공급을 허용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시 자재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해외 각 현장에서는 본사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공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동은 물론 아시아 등 전 세계가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월 해외 건설 수주액이 최종 18억달러로 집계됐다. 1월 56억달러에서 2월 37억달러로 줄더니 3월에는 더 위축된 것이다. 이 가운데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의 3월 수주액은 9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에 건설업계는 공사비 미지급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해외수주 못지않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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