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6411 ·· “듣보잡과 준비 안 된 사람들이 정치해야”
김제동의 6411 ·· “듣보잡과 준비 안 된 사람들이 정치해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12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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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정치
노회찬의 6411
미래당과의 인연
소수당의 원내 진출
미래통합당에 쓴소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방송인 김제동씨가 평범한 사람들의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그동안 헌법적 국민 주권론을 중심으로 여러 사회 현안들에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번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정당 및 후보 지지 연설은 처음이다. 

김씨는 11일 15시55분 서울시 광진구 건대입구역 주변에서 열린 오태양 미래당 후보(광진을) 선거운동 유세에 참석해 “사실 지금 청년 정당이라고 미래당을 만들어서 12년 정도 됐는데 이때까지 아무 소득없이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듣보잡들이다. 듣도 보도 못 한 잡것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근데 지금 산에 가보면 듣도 보도 못 한 잡것들이 산을 지킨다. 나는 국회든 정치권이든 어디든 듣보잡들을 위한 사람들 스스로가 듣보잡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실 우리가 길거리에 가면 다들 잡것들 아닌가. 근데 이 잡것들은 나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잡것들이 되면 존귀한 것들의 시대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잡것들의 시대는 곧 존귀한 것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미래당과 오태양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사업가, 대학 교수, 1970~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소수의 사람들만 정치 권력을 향유해왔다. 김씨는 그런 “존귀한 것들”이 아닌 듣보잡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하고 진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故 노회찬 의원은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정의당) 당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새벽 4시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새벽 첫 차에 몸을 실은 청소 노동자들의 애환을 환기하면서 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투명 인간이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 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명명했다. 

노 의원은 무릇 정치란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한다.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이라고 외쳤다. 

관련해서 정의당은 미래당·녹색당과 선거 연대를 천명한 바 있다. 김씨는 노 의원의 ‘6411번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서두에 깔고 그 마음으로 미래당의 강점을 어필했다.

김씨는 “사실 청년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게 별로 없다. 왜냐면 내가 공감한다고 이야기해봐야 나도 이미 나이 47살이고 이미 라떼 아저씨가 된 것 아닌가.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ㅇㅇ이(현장 연설을 보러 온 부모의 어린 아들)는 모르듯이 서로 각자의 인생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각자의 인생이 아까 내가 말했던 듣보잡 그들 각자의 인생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후보와 그의 어머니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오 후보의 어머니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겨주고 다시 넘겨 받을 때에도 “여러분 어머니 뿐만 아니라 대부분 어머니들에게 마이크를 드리면 나는 됐다. 대부분 됐다. 그러신다.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 다 손사레치지만 이렇게 청년들이 주축이 된 미래당이나 원외정당들이 결국 그 안에 들어가서 나는 됐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도 대변돼야 하는 중요한 주체이지만 그들의 정치적 권리는 외면돼왔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늘 주장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투표권을 줬으면 좋겠다. 0세부터. 1세부터. 그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이거 농담이다. 또 욕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아이들을 제일 무서워했으면 좋겠다. 왜냐면 아이들이 누굴 찍을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런 아이들까지 꼼꼼하게 잘 챙겨줬으면 좋겠다”며 “청년들을 가장 닮은 사람들 지금 같이 온라인으로 수업할 때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등록금을 깍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분들 편에 서 있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김씨가 소셜테이너로 대중에 각인됐던 것은 2009년 故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봤을 때부터였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혹자는 김씨가 더불어민주당 성향이라고 지레짐작하곤 하는데 왜 뜬금없이 미래당 지지 연설을 하게 된 걸까. 

김씨는 “여기 청년 정당 미래당과는 인연이 한 8년 정도 됐다. 그때는 오 후보가 30대였다. 여기 같이 있는 사람들은 다 20대였다. 방송할 때 와서 공보물 만들 돈이 없다고 초상권없이 그냥 쓰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그때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꼴도 보기 싫다”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2011년 당시 서남표 총장 체제의 카이스트 대학생 4명이 극단적인 성적 경쟁 시스템으로 인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오 후보는 뜻을 같이 하는 청년들과 함께 청춘 콘서트를 기획했다. 김씨를 비롯 다양한 사회 명사들이 청춘 콘서트에 참여했고 김씨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오 후보는 청춘 콘서트 기획자들과 함께 2012년 3월 청년당을 창당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우리미래’(당명 변경 전의 미래당)로 재창당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씨는 미래당에 꾸준히 정치 후원금을 내고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미래당 구성원들과 짓궂은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8년 전 자기들끼리 직장 다니고 학교를 다니면서 이렇게 저녁에 와서 선거운동 하고 있다. 8년간 지켜봐온 분들이다. 사실 오늘 와서 꼭 존경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며 “서울 올라와서 돈 한 푼 못 받고 12년째 청년 정치에 매달리고 있는 이 사람들의 절박함이, 이 청년들이 선거운동 하는 것 자체가 청년들에게 나보다 더 큰 위로와 격려 그리고 존엄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후보는 김씨를 소개하기 전에 절박한 마음이 들었는지 사전 연설을 길게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비주류의 청년 정치는 주류 정치와 같이 잘 포장되지 않았고 뭔가 잘 준비되지 않은 느낌이 많다.  

김씨는 “아직 오 후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의 가장 큰 자산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까지 준비가 된 사람들 자기들 것만 준비했지 우리들 것 준비한 것 못 봤다. 그래서 준비가 잘 안 된 사람들끼리 함께 준비하고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4년을 준비하고. 맨날 선거 때만 큰절하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의원하고 나오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맞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미래당은 10대 공약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원내 진출을 이뤄낸다면 의원 1석당 40명의 청년 정치 일꾼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즉 국회의원 <연봉 1억5000만원+9명 보좌진 월급+각종 보조금>을 모두 합하면 최저임금 월급(179만원)을 줄 수 있는 40명의 일자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소수가 과도하게 받는 임금을 자진 반납해서 더 많은 청년들에게 정치 경험을 안겨주겠다는 미래당의 발상이다. 

김씨는 그런 미래당을 처음 접한 유권자들에게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방금 대기할 때 어떤 주민이 분홍색 깔개를 선물해주고 갔는데 날씨 쌀쌀한데 청년들 바닥에 그냥 앉아있다고 주고 갔다. 그래서 우리 정치에 앞으로 이렇게 청년들이 직접 정치하는 아무런 가진 것 없이 정치하는 청년들에게 여러분들이 이렇게 분홍색 깔개 깔아주듯이 그렇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세상에 목소리들이 울려퍼지기 힘든데 이들은 스스로 이렇게 일하고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서 모든 기성 정치인들을 물러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중에 3~4석 정도 꼭 좀 할당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독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미래당 외에도 더 많은 소수당들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미래통합당 찍어주는 것도 괜찮다.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당 투표에서는 정의당이나 녹색당이나 다른 원외정당들이 최소한 300석 중에 2~3석 정도는 가져도 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미래통합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씨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강한 발언을 하고 마무리로 “뭐 또 이런 얘기 하고 나면 욕 억수로 먹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행히도 연예인 댓글란이 없어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센 발언이 있었다. 물론 전제와 근거가 있다.

김씨는 “국회에 지금 딱 두 가지 꽃만 있다. 나는 그 두 가지 꽃 중에서 거대 양당의 꽃 중에서 한 가지 꽃은 완전히 쓸모없는 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정당이 진보와 보수라고 나뉘어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한 정당 정도만 보수다. 한 정당은 이 땅에 있어서는 안 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 칼을 꽂는 정당. 그 다음에 무엇보다도 자기 나라 국민들을 대변할 수 없고 자기 나라 국민들을 총과 칼로 찔러죽인 사람들의 후예인 그런 정당은 사라져야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더불어민주당 정도가 보수 정당 정도의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정의당과 녹색당, 미래당이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수권 경쟁을 하는 그런 정치 지형이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솔직한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김씨는 이날 광진을의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김씨는 “고민정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억수로 친하다. 혹시라도 나를 여기서 본 분들은 고민정 후보한테 내가 미래당 지지 연설했다는 걸 비밀로 좀 해주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친해가지고. 오세훈 후보와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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