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어도 소수당의 길 개척할 것
양당 격전지에 뛰어든 이유
중도 무당층의 표심 잡을 것
청년 마음껏 3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 정치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니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지만 서울 광진을의 오태양 미래당 후보(공동대표)는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 광진을은 서울 빅3 지역구(종로/동작을/광진을) 중 하나다. 이미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치열한 양대 구도로 굳어진 곳이다. 오 후보는 미래당 차원으로 추진하던 연합정당 시도가 좌초되고 3월23일 뒤늦게 광진을 출사표를 냈다.

광진을 대진표는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오세훈(미래통합당) △허정연(국가혁명배당금당) △오태양(미래당) 등으로 짜여졌다. 

오태양 후보는 당선 가능성과 무관하게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11일 오 후보의 지원 유세를 와준 방송인 김제동씨는 “(현장에 있던 오 후보의) 어머니께서도 아들이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다 물러가고 나면 더 좋은 봄날에 아마 당선 인사를 하기 힘들 것 같고 낙선 인사라도 좀 보이면 더욱더 잘 보살펴 달라”고 말했다.

농담섞인 이야기지만 맞는 말이다. 오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거의 제로다. 혹시라도 고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 아깝게 지고 오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도의 표를 확보하면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있다.   

오 후보는 10일 20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주변에서 기자와 만나 “원내 1당 2당이 아닌 이상 선거 때 소수당이 욕먹는 것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딛고 자신의 정치적 길을 개척하는 게 소수당 정치인의 숙명이고 나는 그 길을 선택했다”며 “(민주당 지지 세력의 눈치를 봤다면) 만약 그랬다면 내가 민주당 위성정당 논란의 길에 있어서 쉬운 길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이 길을 가는 것은 지금의 양당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의 폐해다. 이런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곳 광진을에서도 여기가 양대 정당의 격전지인데 여기에 뛰어든 이유가 균열과 대안을 반드시 이곳에서 찾겠다”고 강조했다.

4년 전 20대 총선 때 광진을 유권자는 총 15만2000여명이었고 이중 9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당시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는 3만3701표(37%),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4만3980표(48%), 국민의당 황인철 후보는 1만2938표(14%)를 얻었다. 

투표율 60% 기준 잡고 오 후보가 5% 이상 약 5000여표 이상을 획득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득표율 10%가 선거비용 절반, 15%가 전액을 보전받기 때문에 오 후보는 이미 선거운동 비용을 다 날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론조사 추이로 봤을 때 오 후보는 조사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고 고 후보는 50%, 오세훈 후보는 40% 정도 나온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제동씨가 11일 오 후보의 지원 유세를 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래는 오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현장 유세를 해보면 연령별로 반응이 어떤 것 같은가?
A:
청년 대학생이 확실히 반응도 반갑고 적극적으로 해주시고 귀담아 들어주시는 것 같다. 중년층들 중에는 조금 안타까워한 분들이 많다. 여기가 민주당 전통 강세 지역이고 호남 인구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도 이제 고향은 광주고 이곳 광진에서 35년 자랐으니까 그 진정성은 인정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인물은 괜찮은데 정당 투표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 

Q: 요즘 광진을 판세에서 핫이슈는 무엇인가? 여전히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인가?
A:
지금 두 가지 이슈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서로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는 불법 정치자금이 있고 고 후보는 팬클럽에서 불법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이 있다. 서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고 후보는 계속 촛불 개혁의 완성을 얘기하신다. 그런데 촛불 개혁의 완성을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가 그걸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가. 그러면 도대체 지난 3년은 뭐 였으며 그 기간 동안 여러가지 일들로 고통받고 고생한 우리 국민들은 과연 무엇인지. 그 고통과 희생은 당연한 것인지 묻고 싶다. 권력을 줬으면 그 권력을 가진 만큼 공익과 국민의 민생을 위해 써야 하는데 나는 청와대 권력이 상당 부분 특정 정치 세력들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오세훈 후보의 심판론도 심판론 이전에 심판받은 사람들이 심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Q: 그래도 광진을 유권자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가?
A:
그렇진 않다. 내가 보기엔 정권심판론이나 정권안정론 보다는.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일단 여기서도 여권 지지자들 중에는 묻지마 투표 성향이 좀 있다. 민주당 이게 벌써 30년 표심이었기 때문에 누가 오더라도 일단 민주당. 고 후보에 대해서도 그런 말 많이 한다. 청와대 낙하산 후보라고. 지금 광진을의 민생 현안은 추 후보가 20년 이상 국회의원을 하면서 광진이 발전한 것이 없고 달라진 게 없고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쉽게 말해서 많이 화가 난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실제 원하는 것은 역량이 있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정치인을 원하는데 고 후보는 대변인 9개월 한 것이 부대변인 빼고. 그게 정치 인생의 전부인데 이 지역구를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을 표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나는 실제로 들었다. 청와대와 광진을은 직선거리로 10km 밖에 안 되지만 심리적 사회적 거리는 매우 멀다고 생각한다. 과연 청와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분이 이곳 광진 주민들의 민생에 대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까. 나는 물음표라고 생각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후보가 선거 유세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Q: 현장에서 미래당 10대 정책들 중에서는 무엇을 어필하고 있는가?
A:
청년 기본소득(청년마음껏 3년법)을 가장 많이 말하고 있다. 대학생, 청년, 여성들이 호응이 많다.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재원 문제를 여쭤보기도 한다. 물론 기성세대 어른들은 그 돈이 어디서 나는가. 청년들에게 퍼줘야 되겠는가. 그러는데 저희는 이렇게 말한다. 청년들에 대한 투자는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투자다. 기초연금 있고 아동수당 있듯이 청년들에게도 경제적 자립 기반이 최소 3년이 필요하다. 

Q: 민주당 지지자들의 원망이나 비난은 없는가?
A:
(고 후보가 아깝게 패배하면 오 후보가 욕을 많이 먹을텐데)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간혹 있다. 아니 유권자의 표심이라는 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누구 표를 뺏는다는 것은 말 자체가 안 된다. 도대체 표심의 주인이 어딨냐. 대한민국 정치에. 내가 말씀드리는 게 나는 여기에 중도 무당층과 청년층의 표심을 갖기 위한 것인데 이 표심이 마음 둘 데가 없는 표심이다. 기존에 민주당과 통합당에 실망했던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그분들의 표심이 내게로 지지 호소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뺏어오는 게 아니라 갈 데 없는 분들의 표심을 자리잡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Q: 나 역시도 3월23일 갑작스런 출마선언을 알지 못 했다. 미리 계획된 카드였는가?
A:
일단 비례 후보 중심의 선거전략을 세웠고 선거연대 전략을 오래전부터 검토했고 비례 후보 선출은 내가 알기로는 모든 원내 정당들 중에 가장 빨리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거연대 전략은 1월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뛰어들었다. 저희가 추구했던 것은 연합정당론이었지만 아쉽게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가 남은 것은 독자 선거였는데 전략 지역구는 계속 검토를 하고 있었다. 먼저 선거법이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에 따라 판세가 달라지고 두 정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이걸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전략 지역구를 선택해보자고 했다. 그 시점에 광진을이 선정됐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이곳이 갖는 정치 구도적인 측면도 있지만 양대 정당의 격전지라고 하는. 또 한편으로는 오태양이 35년 생활을 한 기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곳으로 와야 했다. 물론 늦은 것은 사실이다. 전략 지역구를 조금 일찍 시작했으면 구도 판세 속에 좀 더 영향을 미쳤을텐데 그래도 저희가 선거 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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