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몰려오는 조선업…1분기 세계 선박 발주 71% 급감
한국 조선업 유가급락·물동량감소에 수주절벽 우려
조선업 반등은 언제? …코로나 지금 속도면 하반기 반등 가능성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조선업이 가동 중단 사태를 피하는 등 생산 활동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올해 기대했던 수주량 회복에 빨간불이 들어온 모습이다.

이에 작년까지 2년 연속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달성한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 등 여파로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주저앉고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 경기 나빠지면서 선박 발주가 줄고 발주 예정이던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등 수주 절벽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정되면 이르면 5월부터 유통업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 돼 하반기 쯤 제조업도 회복세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먹구름 몰려오는 조선업…1분기 세계 선박 발주 71% 급감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의 선박 발주는 23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에 그쳤다.

2018년 1분기 1083만 CGT였던 수주가 지난해 810만 CGT로 25.2%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또 지난해에 비해 71.2%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선박 발주 가뭄은 코로나19에 따른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주들이 선뜻 대형 선박 발주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난달의 경우 선박 발주의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는 중국의 자국 내 발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 2천52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은 37.3%인 943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한국의 수주실적은 358만CGT로 중국(468만CGT)에 못 미쳤지만,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수주가 이뤄지면서 2년 연속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하반기 수주량은 한국 585만CGT, 중국 387만CGT였다.

대우조선해양 도크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도크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 조선업 유가급락·물동량감소에 수주절벽 우려

한편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에도 시황 회복을 기대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기대에 못 미친 수주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올 초만 해도 수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수주 절벽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발주 자체가 줄어든 데다 국가별 수주 실적에서 한국은 중국에 크게 밀리면서 1위를 내줬다. 1분기 한국의 선박 수주 실적은 36만CGT(13척, 16%)로 중국(151만CGT, 55척, 6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1분기에는 한국 조선소의 주력인 대형 LNG선 발주가 없어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대규모 LNG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수주 실적이 곧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급락으로 세계 경제가 비상상황이어서 이런 기대감이 희석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지난해 9월만 해도 올해 선박 발주가 1300척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달에는 756척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선박 발주 987척보다 23.4% 감소한 수치다.

조선업은 선박을 수주하고 나서 1년 정도 뒤에 실제 생산 활동에 들어가 당장 올해 선박 건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2분기(4∼6월) 이후 연말까지의 수주로 초반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 내년 이후 실적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또 발주 가뭄으로 선박 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도 줄줄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 조선업이 기대했던 LNG선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타르 등에서 예정됐던 LNG 증산 프로젝트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80척 규모로 예상되는 카타르의 LNG 프로젝트 등이 올해 수주를 이끌 것으로 기대해 왔다.
 
조선업 반등은 언제? …코로나 지금 속도면 하반기 반등 가능성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정되면 이르면 5월부터 유통업 등 내수·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업과 항공업 등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봤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세계경제는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망을 중심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발간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내수·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철강·조선 등 제조업 부문의 업황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빠르면 5월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주요국보다 빠른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다만 방역실패로 확진자가 재차 증가할 경우 비슷한 격리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의 복귀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국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경우 정부의 소비진작책과 억압수요(pent-up demand) 회복 등으로 내수비중이 높은 유통 등 서비스업의 회복이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홈코노미(home과 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소비활동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행태)와 언택트 소비(Un+contact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 문화가 새로운 구매 패턴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산업의 경우에도 비대면 교육 서비스의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에듀테크 시장의 중장기적인 안정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의 제조업도 코로나19의 확산 여파에 따른 완성차 생산차질과 선박 발주 심리 위축 등으로 업황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철강산업도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수급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로 완만한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유 및 화학업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안정된 이후에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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