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18세 선거대책본부
청소년 민중당 가능하나
조국 전 장관이 보여준 교육 불평등
청소년 미성숙?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당시 한국 교육의 불공정성이 다시 한 번 화두가 됐다. 그렇지만 입시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또 수시와 정시 싸움으로 입시 방법론만 논의됐다. 작년 하반기 내내 서초동과 광화문 두 파로 나뉘어 나라가 쪼개지는 것 같았지만 청소년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 했고 오직 상실감만 느꼈을 뿐이다.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중당 18세 선거대책본부(선본)가 <고등학생 유권자 대상 정책 개발을 위한 조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세 선본은 민중당 청소년 당원 4명의 공동선대본부장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이들에게 조국 사태 당시 느꼈던 감정, 청소년의 참정권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상천 선대본부장, 손솔 인권위원장, 김지원씨, 이아란 선대본부장의 모습.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이아란 선대본부장은 “내가 조국 사태 터졌을 때 입시를 치렀던 사람인데. 서초동이냐? 광화문이냐? 그럴 때 나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며 “두 파로 편가르기를 할 때 우리는 죽어라고 공부하고 죽어라고 스펙 만들고 대외활동하고 그랬는데 아빠 빽으로 쓱 들어와서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출발선이 다른 게 아니라 우리는 출발선 자체가 없고 저쪽은 이미 앞에 나가 있는 출발선이 있는 것”이라며 “그쪽은 하나 하나 인턴부터 뭔가 스펙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갔는데 우리는 바닥부터 다 직접 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양쪽 진영이 우리의 이야기를 담지 못 한 것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물론 조 전 장관을 비롯 여권을 몰아붙인 보수정당도 잘 한 것은 없다. 오히려 조 전 장관처럼 교육적 특권을 누렸던 특권층에 가깝다.

이 본부장은 “그저 부유한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정말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보수정당은) 갈라치기를 하고 그 사이에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워진다”고 주장했다.

교복을 입고 국회를 찾은 김상천 선대본부장도 “조 전 장관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치적 지지자들의 반응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분열되어 싸우기만 했을 뿐이고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도 이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을 떨어트리고 여당을 깎아내리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는 그 자체로 정쟁의 극단화였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지는 못 했다.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만 했다. 

김 본부장은 “(다른 정당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을 공정성 문제로 비난했던 구 자유한국당도) 실제로 조 전 장관 가족이 보여줬던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후속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그걸 못 하고 있다”며 “입시제도의 전면적인 대변화라든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대물림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때 당시 청소년 대다수가 교육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교육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많은 청소년들의 주된 입장이었다”며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소년들이 과연 미성숙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조국 사태 이후 그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 하는 여기 국회에 계신 정치인들은 과연 성숙한 정치인인가?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고 되물었다. 

이번에 첫 투표를 하게 된 김지원씨는 “조국 사태 때 우리가 느꼈던 것은 뭐 조국이 코링크PE를 뭐 어떻게 했네. 총장의 표창장이 위조됐네. 뭐 그런 복잡한 것들 말고 사실 부자들이 백 믿고 대학에 쉽게 입학하는 것 그 자체에서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꼈다”며 “법무부장관 가족이 불법을 저질렀던 것도 있겠지만 그런 백을 쓰는 것에서 박탈감이 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트위터 진보 코스프레도 화를 부추긴 측면이 있었다.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은 “입은 진보를 얘기했는데 몸통은 보수에 있었던 것 아닌가. 민주화를 외쳤던 많은 분들이 사실 기득권을 탄탄히 하고 불평등 안에서 더욱더 가진 사람들만 가지는 정치에 일조했던 것은 아닌지. 이런 걸 깨달았다”며 “사실 입시 뿐만이 아니라 입시 이후 취업과 삶의 전반에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길 것 같은 불안함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국회 소통관을 찾아 청소년 유권자 대상 총선 정책조사 결과를 발표한 18세 선본. (사진=박효영 기자)

18세 선본은 이날 한국 나이로 19세 만 18세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8세 선본은 △2월21일~23일 △전국 2002년생 청소년 남녀 21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6.7% 포인트 △무작위 추출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한 온라인 패널조사 등의 방식으로 여론을 수집했다. 나아가 심층 인터뷰에 동의한 20명을 선정해서 2월27일~3월2일까지 전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일상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이 83.5%(매우 그렇다 23.1% + 어느 정도 그렇다 60.4%)로 높게 나타났고 그 이유로는 학업이나 입시가 83.6%로 압도적이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대학 진학 및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 △부모나 교사의 압박 △수행평가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18세 선본은 입시 스트레스를 비롯 “수면이 부족하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세계 최장의 학습노동 감축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원 휴일 휴무제’를 법제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래는 손 위원장을 포함 본부장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총선에 대응하는 18세 선본이 만들어졌는데 총선 이후 상시 기구로 확대개편 되는 건가?
김 본부장:
일단 중앙당과 좀 더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이미 협의된 점은 18세 선본을 청소년위원회로 전환하거나 청소년당으로 만들자는 그런 의견이 나왔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손 위원장: 청년 민중당이 있듯이 청소년 민중당이 될 수도 있다. 저희는 1000명 이상의 당원들이 모이면 계층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청소년 당사자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동의하는 분들까지 포함해서 요구를 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당 청소년 조직은 앞으로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 헌법소원을 꾸준히 기획하고 여러 활동을 할 예정이다. 

Q: 아직도 기성 정치권이나 언론들에서는 청소년을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미성숙한 모습으로만 보는 편견적 이미지를 갖고있는 것 같다.
김지원씨:
OECD 국가들 중에서 청소년 행복도가 가장 낮은 곳이 한국이다. 원인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것을 놔두고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 동아리 확대나 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게 해준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만들어놔도 우리는 맘껏 놀 수 있거나 동아리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시라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 하면 청소년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소년보호법이나 소년법의 목적을 보면 청소년의 성숙한 성장을 위한다는 것이라고 돼 있는데 법률부터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전제하고 있다. 

김 본부장: 과연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어른들은 성숙해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가 뽑히고 거대 양당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60~70년 동안 계속해서 잘 해가고 있는 건가?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고 어른들은 성숙해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었을까? 이런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 참정권을 부여하고 말고는 정치적으로 성숙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시민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성숙한지 아닌지로 보면 굉장히 위험하다. 과연 금치산자 이런 경우는 참정권을 주지 않을 것이냐? 그렇 게 볼 일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청소년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Q: 민중당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얼마나 더 내려야 한다고 보는가?
손 위원장:
저희는 16세다. 권리는 기본권으로 접근해야 된다. 몇세부터 정치를 해야 한다는 뭐 그런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의무 교육을 다 받았다면 권리와 책임을 누려야 하기 때문에 16세로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 (18세 미만이라도 민중당은 청소년 당원 가입이 가능한데 당비 문제가 복잡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일반 당원에서 청소년의 이름을 지우거나 예비라는 이름으로 제약을 가하거나 그러지 않고 당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본부장: 권리는 의무의 부산물이 아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것이 천부인권이자 권리라면 의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진다고 하면 여남의 구도, 장애인 비장애인 구도 등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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