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절벽에 자동차 산업 ‘비상’…공장 가동 중단 잇따라
국내타이어 '빅 3' 유럽·북미 공장 도미노 셧다운

(로고=각 사)
(로고=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 19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판매망 마비,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산업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연달아 셧다운 되며 국내 타이어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빅3’사의 유럽 미국 공장역시 셧다운됐다.

타이어산업 특성상 완성차 경기 상황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수요 급감을 버티지 못해서다. 전 세계적인 연쇄 타격은 이제 시작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 울산5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5공장 (사진=현대차)

수출절벽에 자동차 산업 ‘비상’…공장 가동 중단 잇따라

1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수출 부진으로 멈춰선 현대차 울산 5공장과 기아차 모닝·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공장에 이어 기아차 소하리 1,2공장, 광주2공장이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소하리1공장은 카니발과 스팅어, K9, 소하리2공장은 프라이드, 스토닉, 광주2공장은 스포티지와 쏘울 등이 생산되는 곳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

기아차는 지난 10일 노조에 해외 수출이 이뤄지지 않아 물량 조절을 위해 휴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이번주 중 휴무여부와 일정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기아차의 9개 단위공장 중 소하리 1,2공장과 광주2공장을 제외한 화성 1, 2, 3공장, 광주 1, 3공장은 정상 가동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을 13~17일 임시 휴업키로 했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 등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역시 6~13일 가동을 중단한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도 미국과 유럽 대주주의 상황이 악화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를 대주주로 둔 한국지엠은 GM의 방침에 따라 팀장급 이상 임금지급 유예와 임원 임금 삭감을 결정했다. 팀장급 이상 간부직원의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며, 임원의 경우 20% 지급유예에 더해 5~10%의 임금 삭감을 실시한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시장에 전년동기 대비 39.6% 증가한 8965대의 차량을 판매했지만 수출이 20.8% 감소한 2만8953대에 그치며 11.8% 역성장을 나타냈다.

GM은 2018년 한국지엠에 64억달러(7조9000억원)을 10년간 지원키로 약속했지만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GM의 약속 이행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수출물량 배정에 명운이 달린 르노삼성 역시 상황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XM3의 흥행으로 국내시장에 83.7% 증가한 1만2012대의 차량을 판매하는데 성공했지만 수출이 57.4% 감소한 3088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9.5% 역성장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되며 수출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빠른 시일 내에 본사로부터 새로운 수출물량을 배정받아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과 판매가 멈춰선 상황인 만큼 상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대주주로 둔 쌍용자동차도 마힌드라의 투자 약속이 무산되며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자금 지원 약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과 사업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향후 3개월간 400억원의 자금지원을 승인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의 차입금은 2540억원으로,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7일 부산물류센터 매각 계약을 마무리하고 마힌드라로부터 받는 400억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고, 수출이 급감하면서 자동차부품산업과 철강 등 전후방산업에도 타격이 전이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한국타이어)

국내타이어 '빅 3' 유럽·북미 공장 도미노 셧다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셧다운 도미노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주요 3사의 유럽 미국 공장이 셧다운됐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타이어업계에도 연쇄 타격이 가시화됐다. 지난해 미중무역 분쟁에 따른 부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과 미국 테네시 클락스빌 공장이 지난달 30일부터 각각 7일간, 14일간 폐쇄했다.

한국타이어는 또 국내의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승용차 라인 가동도 지난달 29일부터 4일간 중단했다. 국내외 8개 공장 중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코로나19에 따른 도미노 셧다운을 피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공장을 진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폐쇄했다. 넥센타이어가 보유한 유일한 유럽 공장인 체코 공장도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셧다운됐다.

세 회사는 모두 해외 공장 셧다운에 대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휴무에 따른 재고조정과 공정의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공장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고객과 직원, 파트너사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에 공장과 판매법인등 거점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던 만큼 실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타이어 3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유럽과 북미에서 상당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3사의 지난해 유럽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은 △한국타이어 36.02% △넥센타이어 27.7% △금호타이어 14.3% 순이다.

북미 비중은 △넥센타이어 28.6% △한국타이어 28.0% △금호타이어 22.7% 순으로 3사 모두 약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매출을 합하면 한국타이어(62.2%)와 넥센타이어(56.3%) 경우 절반을 넘어서는 생산 물량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타이어 업계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도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위축을 초래해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위기 대응에 나선 건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는 전대진 사장은 월 급여의 30%, 기타임원은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헝가리와 미국 공장을 통해 유럽과 북미 전역에 네트워크를 확보, 마진이 높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에 힘써왔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에 타이어를 공급해왔다.

2016년 완공된 금호타이어 조지아 공장은 주로 승용차용 17인치 이상 타이어와 초고성능 타이어(UHP)를 생산, 이 중 상당 물량을 현대·기아차와 크라이슬러를 비롯한 북미지역 주요 완성차 공장에 공급해왔다.

넥센타이어도 지난해 준공한 체코 공장을 통해 올해 3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단계적으로 시설을 확충해 2022년 연간생산량을 110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체코 공장 생산 물량으로 현대·기아자동차, 포르쉐, 폭스바겐, 르노 등 글로벌완성차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해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