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에 출마한 이유
지역 공약에만 매달리면 안 돼
훈련된 정치인
위성정당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 정치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니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지만 서울 동작을의 이호영 정의당 후보는 당을 위해서 지역 기반을 갈고 닦기 위해서 출마했다.

이 후보는 13일 13시반 서울 동작구 이수역 14번 출구 앞에서 기자와 만나 “지역구 당선이 어려울 수 있는 선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당당하게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할 일”이라며 “이게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질적인 목표는 정당 득표율을 높이는 데 있고 그럼에도 지역구 결과도 아주 처참하게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한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것이 정치인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후보는 이수진 후보에 대해 "착한 나경원"이라고 일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동작을은 서울 빅3 지역구(종로/동작을/광진을) 중 하나다. 이미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치열한 양대 구도로 굳어진 곳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나름의 전략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후보는 기자에게 △위성정당에 대한 강한 비판과 원칙 수호 △이수진 후보의 우세 분위기에 따른 정의당 소신 투표 가능성 △지역 공약 아닌 국가적 의제 어필 △정치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이수진 후보에 대한 지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후보는 “이수진 판사도 마찬가지다. 정치에 전혀 뜻이 없이 굉장히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토론회에 나왔다”며 “그런 부분을 보면 잘 한 공천이라고 보기 어렵겠다. 좀 서민들의 삶을 잘 이해를 못 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착한 나경원을 공천했다고 생각한다. 겪어보니 그랬다. 물론 나쁜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실 그렇게 따지면 나경원 의원도 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니까 본인들의 삶이 (너무 엘리트였던지라 서민들의 삶에) 별로 공감을 못 하는 것이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시민들의 삶과 괴리돼 있다 보면 엉뚱한 법안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동작을 대진표는 △이수진(더불어민주당) △나경원(미래통합당) △이호영(정의당) △최서현(민중당) △조현숙(국가혁명배당금당) 등으로 짜여졌다. 

아래는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의당은 아무래도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으로 메시지가 주로 나가는 것 같다.
A:
저희는 이번에 꼼수정당들 가짜정당들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하고 있다.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좋게 봐주고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선거법도 꼬이고 의석 배분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정당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의당도 어려워졌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유권자들도 호응해주는가?
A:
대놓고 위성정당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주시더라. 민주주의를 망치는 일이다. 1·2당이 각성을 해야 한다. 유세 때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신다. 어쩔 수 없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아신다. 막상 투표를 하러 가셔서 용지를 보시면 체감하실 것이다. 1번과 2번이 없어지지 않았는가. 

Q: 공보물을 보니까 지역 공약보다 국회의원으로서 뭘 하겠다는 부분이 맨앞에 왔더라.
A:
지역 공약은 저희가 사실 중점을 두고 한 것은 아니다. 왜냐면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구청장처럼 지역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안 된다. 원래 아예 안 넣으려다가 그래도 저희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넣었다. 실제로는 관에서 주도하는 이런 사업들은 서울시 예산을 타서 하는 사업들이니까 국회의원이 이런 걸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이걸 본인의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구색 맞추기식으로 (마지막에 살짝) 내놓은 측면이 있다. 그래도 필요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역 정치인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면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이 있지만 너무 거기에만 집중이 되다 보니 토론회를 하더라도 다른 후보들은 전부 지역 공약 얘기만 하신다. 나는 지역을 돌면서 느꼈던 것들 들었던 목소리를 반영해서 입법으로 해결하는 게 국회의원의 할 일이다. 돈을 따내고 뭘 해줘야겠다는 식의 정치는 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물론 민원을 들어서 반영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다. 

Q: 동작구에 있는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내괴롭힘 문제를 풀어가는 활동을 하셨다. 
A:
그런 정치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피해자들이 별로 하소연할 때도 없고 성희롱, 성폭력, 직장내 갑질 이런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정치를 정의당이 해야 한다. 그런 정치를 하는 게 저희의 자부심이다. 지역구 당선이 어려울 수 있는 선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당당하게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할 일이다. 이게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이 후보의 지원 유세를 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Q: 너무 이수진 VS 나경원 양대 구도로 굳어지는 것 같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런 것 같은가?
A:
그게 많이 있다가 본선이 시작되면 노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셔서 비타민 음료 한 상자를 건네주고 가심) 숫자가 적어서 그렇지 (거대 양당 후보 외에 다른 후보를 찾는 분들이) 계신다. 지역구 투표는 정당 투표와 다르게 투표하신다. 정의당에 표 줬다고 많이들 얘기해주신다. 그런 걸 또 감안해서 선거를 하고 있다. 실질적인 목표는 정당 득표율을 높이는 데 있고 그럼에도 지역구 결과도 아주 처참하게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한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것이 정치인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본선 때 되면 유세차나 공보물, 운동원들을 쓸 수 있다. 거대 정당처럼 넉넉하게는 못 쓰지만 이게 노출되느냐와 안 되느냐는 정말 다르다. 그동안 2명 후보만 계속 비춰졌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둘만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선거 본선이 흘러갈수록 그게 영향을 조금 미치는 것 같다. 민주당(이수진 후보)이 많이 이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데 그러면 나에게 소신껏 투표하는 분들도 생겨날 것이다. 

Q: 다른 후보들을 많이 마주치는가?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정치는 어떻게 보는가?
A:
최서현 후보는 유세차를 안 쓰기 때문에 같이 보기 어려웠지만 조현숙 후보는 아까도 봤다. 그게(국가혁명배당금당의 정치) 우리 사회의 정치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Q: 평소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름으로 마무리하는 자아성찰형 메시지를 자주 포스팅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관련 사진을 올려놓고 “학익진 구사에 제대로 재미붙인 동작구 헤드헌터 이호영” 뭐 이런 건데. 센스가 돋보인다. 
A:
말장난이다. 그게 이제 정치인으로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개인적으로 하는 나의 사생활이자 메시지다. 내 페이스북 팔로워는 정의당 당원이나 진보적인 분들이 많아서 약간 머리식힐겸 해서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다. 좀 웃기려고 하다 보니까. 근데 또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아니다. 까칠한 사람이다. 보여지는 이미지 정치는 유머러스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면 무난한 사람은 아니고 그런 면에서 정치하기에는 안 맞는 사람 같다. 근데 그래도 책임감도 있고 여기가 노회찬 대표 나왔던 곳이라 지역구를 지역 책임자가 그냥 놔두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사실 좀 무리를 해서 이번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다음 선거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때는 완전히 승부를 봐야 한다. 높은 지지를 받아서 지역의 기반을 만들려고 한다. 소수자들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에 살다 보니까. 민주당은 많은 것들을 나중에 하자고만 한다. 

Q: 1982년생으로 아직 청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 정치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젊은 정치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젊은 정치가 그냥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젊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젊지만 단련된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냥 20대니까 여기 튀고 저리 튀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좀 훈련되고 단련된 것이 필요한데 그런 것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이수진 전 판사도 마찬가지다. 정치에 전혀 뜻이 없이 굉장히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토론회에 나왔다. 그런 부분을 보면 잘 한 공천이라고 보기 어렵겠다. 좀 서민들의 삶을 잘 이해를 못 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착한 나경원을 공천했다고 생각한다. 겪어보니 그랬다. 물론 나쁜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나경원 의원도 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니까 본인들의 삶이 (너무 엘리트였던지라 서민들의 삶에) 별로 공감을 못 하는 것이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시민들의 삶과 괴리돼 있다 보면 엉뚱한 법안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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