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정당화
지역구 안 낸 것 패착
중도 포지션 말아먹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 1월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만 해도 소위 안철수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도열해서 마중을 나왔었다. 하지만 신당의 지지율이 부진하자 다 미래통합당으로 넘어갔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낙선했지만 작아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도 초라해졌다. 그럴수록 더더욱 안철수의 유명세에 의지하게 됐다. 

국민의당이 21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했고 당선자 3명(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이태규 전 의원/권은희 의원)을 배출했다. 

14일 국토 종주를 마치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목표치에서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에 대해 16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선택과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망국적인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극복해 실용적 중도정치를 정착시키고 우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싶었지만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성을 가지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겠다. 말과 행동이 같은 언행일치 정치를 꼭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다.
 
안 대표 스스로 자부심의 근거로 여기던 2016년 총선에서의 38석 신화는 더불어민주당 독주로 쪼그라들었다. 4년 전 안 대표와 함께 구 국민의당으로 호남 의석을 싹쓸이했던 중진들은 이번에 모조리 낙선했다.

안 대표 뿐만 아니라 0석의 민생당까지 봤을 때 중도 실험은 실패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15일 저녁 방송된 뉴스민 개표방송 <2020 컬러풀 TK>에서 “바보같은 것들이 국민의당 안철수라고 본다”며 “국민의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평 바닥시장에서 만났던 최저임금 정책에 불만 많은 자영업자들 그 사람들이 투표장에 안 갔을텐데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로) 들이닥쳤다면 국민의당을 찍으러 나왔을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민주당이 피해를 보는 그림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성폭력 방지 공약 등 좋은 컨텐츠가 있었지만 국민의당은 오직 안철수 1인 정당 전략으로 나아갔다. 안 대표는 독일에서의 마라톤 이미지와 2017년 대선에서의 뚜벅이 유세를 떠올렸는지 난데없이 430km 국토 종주를 단행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종주를 생중계하기만 했지 그 어떤 정국 관련 메시지를 어필하지 못 했다.

안 대표의 중도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 평론가는 “이번에 마지 못해 민주당 찍은 사람이 많다. 근데 국민의당이 그 중도 영역을 막 깨고 들어가서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그걸 하려면 정의당도 그렇고 인물이 있어야 한다. 결국에는. 오히려 소수정당에 인물이 더 중요하다”며 “미래통합당은 인물로 정치하는 곳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그릇이 있다. 누가 들어와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좌파정당은 통합당 지지율을 갉아먹는 게 좀 어렵다. 영남 공업단지를 빼고. 그렇다면 통합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 갉아먹는 정당이 파괴적으로 들이닥치면 정치의 변동이 오는데 거기에 가까운 포지션이 그나마 안철수의 국민의당이고 지난 총선에 그 효과가 있었다. 4년 동안 다 말아먹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태규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의 극단적 충돌 속에서 현역 의원 한 명에 두 자릿수 선거 기호라는 어려움 속에서 또한 현수막도 유세차도 사용할 수 없는 어려운 선거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코로나19로 인한 묻지마 선거였다고 해도 지난 3년간 정부여당의 폭정과 무능을 생각할 때 야권이 참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 한 핵심 원인은 혁신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천 물갈이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그 조직을 지배해 온 관성과 문화, 습성을 뜯어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야권 진영이 이대로 가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심과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해 집중 고민하겠다. 이는 국민의당 뿐 아니라 야권 전체에 주어진 과제”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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