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적자전환 위기…인천공항점 매출 감소폭 ‘95%’
‘코로나 19’ 직격탄에 롯데·신라 인천공항 면세점 포기
면세점 업계 “코로나에 쌓이는 면세품 재고 한시적 내국인 판매 허용 요청”

16일 오후,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던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 (사진=우정호 기자)
16일 오후,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던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여행객 급감으로 면세업계가 대규모 적자전환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출이 급감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을 놓고 사업자와 인천공항공사 간 줄다리기도 장기화될 양상이다.

이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창고에 쌓여 있는 면세품 재고를 한시적으로 내국인에게 판매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재고 부담이 커지자 면세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면세점 적자전환 위기…인천공항점 매출 감소폭 ‘95%’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주요 면세점은 올해 1분기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텔신라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281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면서 면세사업에서만 220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손실 대부분은 공항점에서 나왔다. 95%에 달하는 인천공항점 매출 감소폭과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아웃바운드 영향을 많이 받는 면세점은 이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입국 제한과 항공기 노선 감소에 따라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출국장 면세점은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갔다.

매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던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폭풍에 석달도 채 버터질 못했다. 작년 3월 매출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대 벽을 넘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반토막났다. 올해 3월 매출 규모는 1조원을 하회할 전망이다.

결국 시내점보다 대부분 손실이 반영된 공항점 비용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게 면세점 사업자들 주장이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해 주기로 했지만, 정작 면세점들은 임대료 할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측이 내년도 감면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전년도 여객 증감률에 따라 최대 9%까지 증감해 책정하는데, 올해 여객수 감소에 따른 특별 감면을 해준 만큼, 내년 임대료 9% 감면은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내년 여객수가 정상화되면 이듬해인 2022년에는 9% 상승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사실상 감면 실익이 없어지는 셈이다.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사진=신라면세점)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사진=신라면세점)

‘코로나 19’ 직격탄에 롯데·신라 인천공항 면세점 포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라면세점은 지난 8일 인천공항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을 당시와 비교해 코로나19로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에서다.

두 업체는 올해 1월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참여해 각각 DF3(호텔신라)와 DF4(호텔롯데) 구역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당시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따냈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면세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가 면세점 계약(10년)을 포기한 것은 결국 높은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컸다. 입찰 당시 인천공항이 제시한 계약 첫해 최소보장금은 DF4구역 638억원, DF3구역은 697억원에 달한다.

당연히 양사는 최소보장금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의 임대료는 첫 해 낙찰금액으로 고정된다. 이에 따라 양사가 첫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도 6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인천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2000명도 되지 않아 매출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인천공항이 제시한 임대료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 롯데와 신라는 인천공항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약을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존에 유찰됐던 DF2(향수·화장품), DF6(패션기타)와 더불어 롯데와 신라까지 계약을 포기한 DF3와 DF4 총 4개 구역의 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다만 유찰 후 재입찰 가능성은 열려있는 만큼, 공사 측이 임대료 조건을 바꾼다면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면세점업계는 최저수익 보장액을 대폭 낮추거나 임대료 체계를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 형태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생색내기나 조삼모사 대책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국토부는 면세점 입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3월부터 6개월 간 임대료 25% 감면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해 한 달 수백억의 임대료를 내는 대기업 면세점들의 반발이 컸다.

2018년 성황이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2018년 성황이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점 업계 “코로나에 쌓이는 면세품 재고 한시적 내국인 판매 허용 요청”

이 가운데 17일, 롯데·신라·신세계·현대·HDC신라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은 최근 재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보세물품 판매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관세청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가 관세청에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재고 면세품을 통관을 거쳐 내국인에게도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유행이 지나 처리가 어려운 3년 이상 된 재고가 대상이다. 통관 과정이 까다로운 식품·화장품은 제외하고 패션·잡화·시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보따리상 등 해외 관광객이 면세품을 구입해 국제우편 등을 통해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요구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매출이 거의 ‘제로(0)’에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2월 매출은 1조1025억원으로 전달 대비 45.5% 감소했다.

3월에는 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데다 국제선 여객 수가 90% 넘게 급감한 탓이다. 면세점들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되자 무기한 휴점에 들어간 상태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면세품 재고를 국내에 유통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에 관련 절차까지 면밀히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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