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눈물’ ·· “진보 대안세력으로서의 길”
심상정의 ‘눈물’ ·· “진보 대안세력으로서의 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17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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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독자 노선
선거제도 개혁이 곧 정의당의 길
선거제도 개혁 이전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지 못 하고 눈물을 흘렸다. 

김민수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몇 년간 미디어에 노출되는 심상정 대표에게 내가 느낀 인상은 고뇌하는 진보주의자라기 보다는 패도를 걷는 철혈대신이었다. 나는 성정이 음울하고 비관이 많은 편이라 심 대표의 당당함은 다소 이질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며 “개표 방송을 보면서도 심 대표의 생환이 주는 안도감 보다도 다른 후보들의 성적이 주는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심 대표가 깊은 회한이 담긴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 온....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 해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심상정 대표는 더 많은 후보자들을 당선시키지 못 해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사진=연합뉴스)

심 대표가 발언문을 읽지 못 하고 울먹일 때 그걸 지켜보는 많은 진보진영 인사들은 안타까워 했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2019년 연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정의당과 심 대표였기에 20대 국회와 똑같은 초라한 성적표(지역구 1석+비례대표 5석)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의당이 이렇게 된 것은 모든 것을 걸고 얻어낸 ‘연동형 30석’마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게 빼앗겼다는 점(비례대표 47석 중 36석)이 가장 크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10%(9.6%)의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의 목소리만을 가지게 되었다. 몹시 아쉬운 결과지만 원칙을 선택했을 때에 어느 정도 각오한 만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정의당은 75명의 지역구 후보를 냈다. 당선자는 심 대표(경기 고양갑)가 유일했다. 그 외에 윤소하(전남 목포)·권영국(경북 경주)·여영국(창원 성산)·이정미(인천 연수을) 후보만 득표율 10%를 넘겼고 나머지는 한 자릿 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의당만의 진보적 비전을 내놓지 못 해서였을까. 아니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 의존하는 정치적 행보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15일 저녁 방송된 뉴스민 개표방송 <2020 컬러풀 TK>에서 “정의당은 이제 민주당과 같이 뭘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면 자기 노선을 확실하게 걸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여당이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 찬스다. 통합당이 여당이면 또 힘들어진다. 정의당은 새로 기회가 온 것”이라며 “정의당 입장에서 그렇게 나쁜 선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뉴스민 기자는 “정의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대한민국에서 민주당도 보수정당이다. 저 극우정당 때문에 우리가 이런 상황이니까 밀어내고. 우리가 보수정당 하고 정의당이 진보정당 해라. 그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민주당과의 차별성 독자 노선을 걷지 못 하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존재는 사라지고 소멸하는 것”이라고 호응했다. 

심 대표도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씀 앞에 다시 선다”며 “가장 멀고 험하다고 느낄 때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이다. 20년을 외롭고 고된 길을 걸어왔지만 정의당 또 다시 시작하겠다. 정의당은 진보 대안세력으로서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정의당의 길에 대해 더 깊고 넓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의당이 만약 독자 노선을 가지 못 했을 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바로 ‘민주당 흡수’와 ‘민주당 분화’다.

김 평론가는 “민주당에 흡수되려면 민주당이 좌클릭을 해야 한다. 근데 민주당이 좌클릭을 할 것인가? 나는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경기도지사)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의당에 또 다른 시험대가 찾아올 것”이라며 “이재명이 지금까지 굉장히 당당하게 펴왔던 그 정책을 대통령이 되어서 펼 수 있느냐. 편다면 정의당은 위기가 온다. 못 편다고 해도 이재명이 진보로 보이는 착시효과 때문에 정의당은 당분간 또 힘들 수 있다. 이재명이란 시험대가 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대선 때는 오히려 좋았다. 이재명이 경선에서 낙선하면서 그 표를 심상정이 끌어왔다. 앞으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분화 시나리오는 이런 거다. 

김 평론가는 “민주당이 진보 대 보수로 분화된다면 진보와 같이 손을 잡는. 근데 문제는 민주당에 진보 대 보수라는 당내 블록이 있는가. 민주당에 좌파라고 할 수 있는 의원이 박용진 말고 없다. 박주민은 좌파 아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나 데이터 3법 할 때 뭐 했나. 그나마 우원식은 좌파라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이 질서있게 이념적으로 분화될 것 같지 않다. 조응천 의원이나 이런 사람들은 정치인의 도의는 알고 있지만 그 자신이 좌파 성향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물론 정의당의 생존은 곧 선거제도 개혁 자체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1표만 더 받아도 모든 것을 갖게 되는 승자독식 지역구 위주의 선거제도로는 뭘 해도 어렵다. 다만 선거제도 개혁만 요구할 게 아니라 다른 행위자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정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김 평론가는 “정의당은 선거제도의 문제가 계속 남아 있다. 지역구가 너무 많다. 한 지역구에 한 명씩 뽑는 것도 어렵지만 지역구 수와 선출 인원은 반비례 한다. 지역구 253개인데 정의당이 후보를 몇군데 내는 거냐. 후보 단일화 같은 것을 안 했는데도. 후보를 못 구한다”며 “옛날에는 민주노총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에 비해 대기업이 더 많고 10만원짜리 세액공제 조직하고 이래버리면 후보 내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의 길은 뭐냐면 굉장히 어려운 게릴라의 길을 가야 한다. 의석 이상의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소수라”라고 주장했다.

게릴라의 길은 이런 것이다. 

김 평론가는 “정의당이 옛날 민주노동당처럼 지역구에 후보를 많이 내서 막 들이닥치라는 것”이라며 “선거판을 흔들어 버리면 결선투표든 비례대표제든 도입되는 것이다. 선거제도가 먼저 바뀌고 정치체제가 바뀌는 것보다 정치 행위자들이 먼저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시도하는 게 아니라 선거제도를 바꾸게 다른 정당도 합의할 수밖에 없을 만큼의 변화를 들이닥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의당이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들게 남았다”고 전망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내 고(故)노회찬 대표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0.4.13 [정의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심 대표가 13일 마석 모란공원 내 노회찬 대표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사실 이번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통합당도 얼마든지 지역구 위주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정의당이) 통합당을 좀 움직여서 선거제도 개혁에 뛰어들도록. 통합당의 수도권 인사들은 이제 들어가면 앞으로 힘들 것 아닌가. 오히려 통합당 수도권 사람들이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그런 제안을 해야 한다”며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다 종이 한 장으로 뽑는 것이다. 그러면 위성정당도 만들 수가 없다. 이게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 영국의 노동당이 소선거구제에서 자유당을 제끼고 자유당이 급속 몰락한다. 자유당이 머리가 있었다면 선거제도를 먼저 바꿨을 것이다. 본전이라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라고 풀어냈다.

선거제도 개혁 쟁취를 위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

조윤호 전 정의당 조직위원회 차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권을 갖게 된 이래 최초로 비례에서 진보 계열 정당을 안 찍었다. 도저히 손이 안 갔다. 다양성이고 나발이고 국민 삶을 바꾸지 못하면 다 공허한 소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정의당에 비례 표를 주는 게 왜 한국 정치에 좋은지 내 삶을 바꾸는데 좋은지 이번 총선에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10% 가까이 얻었다는 정신 승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정국으로 여당이 압승할 정도로 몰아주기 분위기였는데도 이 정도면 참패다. 계속 선거제도 탓, 거대양당 탓만 하다 날샐 건지 지겹다”고 일갈했다. 

심 대표를 제외한 정의당 지도부와 당선자 5명(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은 17일 아침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마석 모란공원 故 노회찬 의원의 묘지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당의 길에 대한 당선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배진교 당선자는 “우리에게는 냉정한 성찰이 또한 필요하다”며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할 지혜도 현장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성찰과 국민들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로 우리 국민들 앞에 다가오는 민생 위기에서 대한민국 불공정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당의 당당한 모습을 당원들과 함께 맨 선두에서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오늘 노회찬 대표님께 드린다”고 밝혔다.

류호정 당선자는 “앞으로 저희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복지국가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약자, 서민의 편에서 정치를 계속 하겠다”며 “그 정치가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알려나가겠다. 대표님이 말씀하셨던대로 사는 것이 바빠서 세상사에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그분들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장혜영 당선자는 “아마 대표님은 저희가 대표님 성함 세 글자 부르는 것보다 대표님이 늘 말씀하셨던 투명인간들의 이름, 우리가 아직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의 이름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우리가 아직 알지 못 하는 그 이름들 저희가 대표님 뜻 받아 안고 열심히 부르면서 그 분들의 권리 저희가 반드시 인간답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강은미 당선자는 “반드시 연동형 비례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투명인간들 옆으로 가서 정의당이 더 깊고 넓게 국민들 속에 뿌리박도록 어떠한 흔들림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정당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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