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호텔업계 피해 6천억원 육박
여행‧관광업계 초토화…올해 192곳 폐업 신고
“관광·숙박업 코로나19 여파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 로비 (사진=우정호 기자)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 로비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가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가운데 여행·숙박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리조트업계는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유·무급 휴직이 이어지고 있고,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부터 문 닫는 곳이 생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무너지는 관광업계를 떠받치기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폐업 수순을 밟는 여행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관광 및 숙박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호텔업계 피해 6천억원 육박

20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예약이 크게 줄면서 지난달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약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고객 감소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데 더해 일부 호텔은 확진자의 투숙 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며칠간 임시 휴업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점휴업’ 상태인 호텔들은 일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휴직과 급여 삭감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두 달을 넘긴 지난달 말부터는 급기야 5성급 특급호텔들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계열사 4개 호텔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1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6주 동안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3주씩만 근무하되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4월 한 달 동안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롯테호텔도 3~4월 7일 단위의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텔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 중단을 알리는 공지를 내걸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텔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 중단을 알리는 공지를 내걸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도 생겼다. 그랜드워커힐서울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한 달 동안 객실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파크하얏트서울도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 4~5성급 호텔 가운데 상당수가 평일 뷔페 레스토랑, 수영장, 헬스클럽 등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영업 중인 호텔들도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정도,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조차 15%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영업 환경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3월 전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이 70%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부분 호텔이 '개점휴업'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유례없는 불황에 호텔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인력 감축보다는 유·무급 휴직으로 비용 절감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호텔업이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감축은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실 청소나 시설 관리를 하는 비정규직과 외주 용역 업체 종사자들은 사실상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대기업이나 자본이 탄탄한 회사가 운영하는 경우 코로나19 악재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문제는 소규모 호텔·리조트들이다.

지난달 말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 ㈜에이치티씨(HTC)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HTC는 1997년 설립해 청풍리조트, 라마다앙코르 마곡호텔 등을 운영해 온 중견 업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호텔은 주중 점유율이 5%까지 떨어지기도 하지만 휴업하지 않은 채 버티는 것"이라면서 "호텔업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수많은 대책 중 호텔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은 전혀 없다"라고 푸념했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도 2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국내 호텔이 150여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50곳 가까이 늘어났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4월까지 판매를 중단했던 호텔 중 5~6월까지도 판매 중단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곳이 많다"며 "특히 외국인이 주로 찾던 호텔들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율이 높은 홍대(위), 명동(아래) 거리가 텅 비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20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율이 높은 홍대(위), 명동(아래) 거리가 텅 비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여행‧관광업계 초토화…올해 192곳 폐업 신고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정부가 무너지는 관광업계를 떠받치기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폐업 수순을 밟는 여행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여행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각 지자체나 자치구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192곳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유사업종도 일부 포함돼 있어 전부 여행사 폐업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일 2곳 이상은 문을 닫는 꼴이다.

그나마 대형 여행사는 주3일 근무제, 유급휴직, 무급휴가 등 자구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여름 성수기까지 수요 회복이 안 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업계가 초토화됐고, 버티고 있는 기업들조차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광·숙박업 코로나19 여파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

이 가운데 관광 및 숙박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3일 발표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연구소는 중국 사례를 감안해 유통업 등 내수·서비스 산업은 올 2분기부터, 제조업과 항공업은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비중이 높은 유통 등 서비스업은 다음달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외출 없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와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 문화가 서비스업의 새로운 구매 패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구소는 항공 관광 숙박업의 회복이 가장 늦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이동제한이 장기화되는 만큼 업황 정상화는 올 4분기 이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은 올 4분기부터, 관광 및 숙박업은 내년 1분기부터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