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당대회
준비위 관련 TF 설치
끝없는 갈등
민생당 출범 이후에도 한 달 내내 싸워
원외정당 지속?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호남 중진 의원들부터 비례대표 후보들까지 이번 총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민생당이 5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원외정당 신세가 되어도 당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봐도 될까.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등 가치 하나로 버텨온 원내외 소수당들처럼 추운 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생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이 17일 국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장정숙 원내대표,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정화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생당은 2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

최도자 민생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최고위에서 △이내훈 비례대표 후보(2번) 최고위원 지명 △이연기·정우식 신임 대변인 임명 △당헌 부칙 2조 3항에 따라 2020년 5월 내에 전당대회 의무 개최 재확인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설치 △전당대회실무준비 TF 설치 △미래를위한혁신 TF 설치 등이 결정됐다.

최 대변인은 “(전당대회준비위) 구성과 사무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관련 당규가 미비하므로 당규 제정 후 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 전당대회준비위 규정 제정과 그외 실무 준비를 담당할 전당대회실무준비TF 설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출범 당시 3인의 공동대표 체제였지만 총선 이전에 박주현 전 공동대표가 사퇴했고 이날 유성엽 전 공동대표도 사퇴했다. 현재는 김정화 공동대표 1인 체제다. 유 전 대표의 사퇴 소식은 언론의 무관심 속 다음날 일정 안내 공보 문자를 통해 알려졌다. 

사실 민생당은 20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정당이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지를 오롯이 보여줬다. 

2016년 총선에서 화려하게 출발한 38석의 국민의당은 양당 질서에 균열을 낼줄 알았다. 하지만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전 대표가 곧바로 당권을 잡은 뒤 바른미래당(2018년 2월)+민주평화당(2018년 2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2020년 1월) →민생당(2020년 2월) 등으로 재편됐다. 끝없이 분열하고 반목했다. 당명만 5개였다. 

민생당은 출범 직전부터 3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에 합의해놓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호남 지역정당은 안 된다고 번복해서 미세한 갈등을 겪었다. 출범 이후에도 △선거대책위원장 선임 문제 △비례대표 순번 △현역 비례대표 재선 금지 조항 △연합정당 참여 문제 등을 놓고 지지부진한 세력 다툼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민생당은 당세가 취약하고 유력 대권주자가 없어서 총선을 치르기가 몹시 곤란했다. 그런데 대안신당계, 평화당계, 손학규계 등 3개 계파로 분열해서 출범 이후 한 달간 맨날 싸우기만 한 것이다. 그런 갈등 구도 자체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러다 3월25일 총선을 3주 앞두고서야 선대위 체제로 겨우 전환됐다.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 및 청년 세력과의 정치적 연대 시도 △재난 기본소득 도입 주장 등과 같은 주요한 의제들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됐다. 총선 과정에서도 민생당의 정책 컨텐츠는 전혀 부각된 것이 없었다. 김 대표는 4월1일부터 2주간 바닥 민심을 경청하기 위해 ‘민생 찾아 세바퀴’ 캠페인이라는 전략 선거운동을 진행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손 전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내세운 목표는 원내 교섭단체 달성(지역구 10석+비례대표 10석)이었지만 결과는 0석이다.

그나마 신 국민의당(2020년 2월)의 경우 대권주자 안철수 대표의 개인기로 총선에서 3석(최연숙·이태규·권은희)을 확보했고 보수진영의 러브콜이라도 받고 있지만 민생당은 암울하기만 하다. 

민생당 정치인들의 뿌리를 보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거나 안철수계다. 국회 밖에서 진보적 가치나 극우적 가치로 정당 활동을 해본 적이 전무하다. 민생당이 수습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원외정당 신세로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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