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유상증자·선불 항공권 판매, 경영권 분쟁 ‘2라운드’ 가능성도
대한항공, 자금난 타개책으로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선불항공권' 판매 나서는 대한항공
경영난 틈타 3자 연합 ‘반격 준비’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우정호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마비된 가운데 국내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역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금난 타개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편, '선불항공권 판매'를 발표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한항공의 경영난을 틈타 지난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세력에 패한 3자연합 측이 지분 모으기에 나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도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자금난 타개책으로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 중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노선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하는 등 매출 급감이 이어지며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증자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비롯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운항이 사실상 멈춘 상태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조기상환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으로, 항공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한편 대한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이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관련주 주가는 급락했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선불항공권' 판매 나서는 대한항공

한편 대한항공은 자금난 타개를 위해 '선불항공권 판매'를 실시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완화 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최대 15%까지 저렴하게 항공권을 살 수 있는 '선불 항공권'판매 이벤트를 오는 5월 31까지 실시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선불 항공권은 목적지나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구매 가능하며, 추후 여정을 확정한 후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필요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이다.

대한항공이 마련한 '선불항공권'은 오는 7월 1일부터 출발하는 국제선 전 노선에서 일반석, 프레스티지석, 일등석등 모든 좌석 등급을 대상으로 한다.

선불 항공권은 구매 가격에 따라 향후 사용시 대한항공 홈페이지 운임에서 100만원은 10%, 300만원은 12%, 500만원은 15%의 할인율이 각각 적용된다.

100만원짜리 선불 항공권을 구매하고 고객이 실제 여행시 대한항공홈페이지운임의 80만원짜리 일반석 좌석을 구매할 경우 10% 할인된 72만원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만약 실제 여행시 120만원짜리 일반석 좌석을 구매할 경우에도 10%가 할인된 108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사용하고 남은 선불 항공권 잔액은 다른 항공권 구매시에도 할인 적용을 받거나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선불 항공권'은 유효기간이 일반 항공권과 달리 2년으로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선불항공권발급 고객 명의를 기준으로 스카이패스 회원 가족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행을 계획 중인 지인에게 선물로도 활용 가능하다. 유효기간 내 환불시 별도의 수수료는 부과하지 않으나, 유효기간 종료 후에는 3만원의 환불 수수료가 공제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 경영난 틈타 3자 연합 ‘반격 준비’

한편 대한항공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끝나지 않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카카오가 지분을 정리하고 나간 반면,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이 지난달 주주총회 이후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면서 양측의 지분율이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주총 당시 42.13%에서 42.75%로 높아졌다. 3자연합은 지난달 한진칼 주총에서 패배한 결정적 요인을 지분 부족에 있다고 보고 향후 45% 지분 확보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3자 연합은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해 자체적으로 45%의 지분을 확보한 뒤 우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표를 받아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시 주총은 당초 올가을로 예상됐으나 오는 7~8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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