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의 수락 시그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경사노위에 왜 불참했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00만 조합원을 돌파해 제1의 전국노조가 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아닌 다른 사회적 대타협 협의체를 촉구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 협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코로나로 기업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김 위원장은 대량 해고만은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정 총리는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은 추후 발표하겠다. 긴급한 노사정 대화 추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파지만 조합원 전체 여론은 강경한 불참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긴급’과 ‘대화 추진’으로 볼 때 정 총리는 일단 급하니까 경사노위를 패싱해서라도 노사정이 만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이미 정 총리는 20일 저녁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총리 공관에서 만났다.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넘어 국내 최대 전국노조가 된 민주노총이 먼저 들어오겠다고 했으니 형식이 뭐가 됐든 논의 테이블을 열어보자고 설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수언론 및 경제지와 두 사용자단체 입장에서는 한국노총보다 강경한 노동권을 요구해왔던 민주노총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어서 고심 중이다. 특히 경사노위라는 법적 기구가 있는데 그걸 제낄 수가 있느냐는 명분도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 내내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정부와 보수진영의 압박을 받았지만 불참 기조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와 노동시간 52시간 시행 유예 등 반노동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민주노총 구성원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사용자단체,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없이 경사노위 논의를 이어온 바 있다. 경사노위에서는 사실상 경제성장의 지표가 필요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권 규제 완화를 원하는 재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합의안이 도출됐다. 한국노총은 현실적인 타협 노선을 걸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를 더더욱 거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대위기를 우려해서 먼저 비 경사노위 협의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의 이니셔티브(주도권) 확보를 위한 카드일 수도 있다.

공공서비스노조총연맹은 20일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 등 큰 권한이 있는 정부기구에 참여하는 민주노총이 유독 사회적 책임을 동반하는 경사노위에만 불참하고 있다. 경사노위를 제쳐두고 비상 협의를 제안한 이유는 총선 이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방기하고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서비스노조가 민주노총을 견제하기 위해 이렇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런 논평은 민주노총에 적대적인 경제지의 좋은 소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정부가 민주노총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보여지는데 양대 노총과 양대 사용자단체가 모두 모이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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