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황 대표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곧 혁신 포기
태구민 강납감 당선됐지만
앞으로도 혁신 못 할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다들 이번 총선에서 보수가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최소 3차례의 혁신 기회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구 자유한국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서만 당선될 정도로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을 때도 무릎을 꿇고 비상대책위원회 기간만 7개월을 거쳤다. 그러나 혁신은 없었다. 

혁신없는 한국당의 종착역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였다. 황 전 대표는 작년 11월20일 느닷없는 단식에 돌입했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이번 총선 레이스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었다”며 “황 대표가 단식했을 때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본회의에 부의됐고 (통합당 내에서도) 황 대표로는 안 되겠다고 책임론이 일었다. 그때 당이 중요한 기로에 있었다”고 밝혔다. 

정주식 편집장은 황교안 전 대표의 단식이 있던 2019년 11월부터 통합당의 총선 참패가 예고됐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총선 이후 정당별 전망을 위해 <중앙뉴스>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 플랫폼 위드위드 사무실에서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에는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 편집장,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 우인철 미래당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정 편집장은 “(11월17일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리더십 위기가 불거졌을 때) 황 대표가 뭔가 물러나거나 자구책을 내놓을 거라 봤는데 갑자기 청와대 앞에 텐트를 치고 이상한 요구들을 내걸었고 어이없게도 그게 먹혔다”며 “그 이후 당내 쇄신 요구가 쏙 들어갔다. 측근들을 주요 당직에 다시 앉히고 재신임을 해줬다”고 환기했다.

이어 “그게 어떤 의미였냐면. 한국당이 과감한 혁신의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황 대표의 리더십은 당시만 해도 검증이 끝난 상태였다”며 “황 대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당 안팎에서 이미 공유된 것이었는데 한국당이 용기가 없었고 대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세연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존재 자체가 민폐”이자 “좀비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보수적 공화주의자로 불리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을 접하고 확신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작년 11월15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국민적 신망을 상실한 좀비 정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이 이런 통설(총선은 야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위협한다”며 “역설적이게도 문 정권의 폭주와 민주당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최대 동력을 시대착오적인 제1야당이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교수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는 최대 원군은 수구 정당 한국당의 존재 그 자체인 것”이라며 “적대적 공존 관계인 한국당과 민주당,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은 문빠와 박빠가 민주공화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5개월 전 이미 보수진영 내에서도 평가가 끝나 있었다. 하지만 보수우파가 다 뭉치면 또 다시 뭔가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고 혁신은 요원했다.

정 편집장은 “그때 만약 리더십을 교체했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쉽게 낙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도 “통합당이 이미 탄핵을 당했어야 될 세력이었다는 게 컸다”며 “2016 하반기부터 2017년 내내 시점상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되고 나서 그런 국정농단이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져왔던 통합당 세력이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때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상 심판받지 않고 계속 이어오다가 이제서야 심판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황 대표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곧 혁신 포기태구민 강납감 당선됐지만앞으로도 혁신 못 할 것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인철 대변인, 정 편집장, 김종민 부대표, 김찬휘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유승민 의원은 새로운보수당이 보수통합에 응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으로 “탄핵을 건너자”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자는 의미였다. 통합당으로 보수통합이 이뤄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출신 황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상 탄핵을 인정하고 성찰하는 기조가 통합당의 컨센서스가 될 수 없었다. 

김 부대표는 “유권자들은 촛불 끝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총선을 기다려왔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압승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것 보다는 통합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우파를 퇴출시키는 게 중요해서 중도층이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기에서 민주당이 크게 잘못한 것이나 위험 요인이 없었던 것이 결론적으로 양당제의 고착으로 귀결됐다. 가장 중요한 것이 통합당에 대한 퇴출적 성격”이라며 “보수우파 정치인들 중에서 국민들이 꼴보기 싫어하는 정치인들이 다 퇴출됐다. 그런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식적으로 전략 투표가 이뤄졌다고 보여진다. 민주당이 잘 해서 180석을 얻었다기 보다는 이런 반대급부적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대표는 한 마디로 “혁신 못 한 것이 결정타다. 중도가 매력을 전혀 못 느낄 수밖에 없다”고 결론냈다.

과거 그 자체이자 ‘구리다’는 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다. 아무리 핑크색으로 덧칠해도 본질은 그대로였다.

김 공동대표는 “그냥 과거의 정당이 돼버렸다. 지금 젊은이들이 ‘구려’ ‘뭐 저래’ 노인들 모여서 하는 그런 느낌이 되어버렸다”고 일갈했다.

이어 “강남에 살고 좋은 대학 나온 20~30대 청년들에게 실제 들어봤는데 굉장히 태구민(서울 강남갑 당선)을 공천한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더라. 보수적이지만 박근혜를 지지할 수 없는 친구들이고 그렇다고 진보를 지지하지도 않는 친구들”이라며 “그러니까 보수가 찍고 싶은 정당을 찾는데 그것에 대한 대답이 태구민인가. 태구민이야 말로 과거지향적이고 과거 이데올로기의 상징이 아닌가. 과연 보수가 우리를 대변해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더라”고 설명했다.

정 편집장은 “이번에 인재영입 할 때 통합당은 콜센터처럼 돌렸다고 한다.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아무도 안 받아서. 오실래요? 제안을 해도 거기는 못 가겠다고 한 것”이라며 “사람이 보통 나이가 먹으면 보수화된다는 일반론으로 통합당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나이가 먹어서라기 보다는 당이 늙고 있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50대의 선택이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전부 다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고 60대 이상 표심을 보면 한 32% 이상이 민주당을 찍었다고 한다”며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전체 대비 27% 정도 되는데 이걸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당이 늙어가고 있고 젊음의 미학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정리했다. 

현재 통합당은 황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로 갈지 조기 전당대회로 갈지를 놓고 격렬하게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또 티격태격하고 있다. 22일 오전 겨우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다고 결론냈다.  

정 편집장은 “지금 못 하는 것은 못하는 건데 앞으로도 동력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우 대변인도 “국회의원들이 새로 4년을 하게 되는데 나름 지역구에서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와도 없던 리더십이 갑자기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에 혁신의 타임을 잡고 성공했어도 어려웠을 선거이고 혁신이라도 좀 하고 실패했다면 다음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놓치고 온갖 강성 발언이 나오고 지역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의원들이 그대로 국회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후에도 비관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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