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이야기
쌍용차 노동자 문제를 통해
대학 교양 수업에서 국제정치에 흥미 느껴
언론인 외에 다른 길도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언론인이라고 하면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기자가 되고 싶다는 예비 언론인을 만나면 더더욱 그렇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 담론(기자쓰레기)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중앙뉴스>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스터디 카페에서 언론인이 되고 싶은 20대 청년 2명을 만나봤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 김벼리씨와 신현수씨. (사진=박효영 기자)

김벼리씨는 노동 문제를 통해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김씨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직접적인 사건이 된 것이 노동 문제였다. 나는 평택 사람이다. 평택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봤다”며 “그 당시에 내가 아는 지인들이 대부분 그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 등이 실제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폭도이자 범죄자처럼 다뤘다. 그들이 왜 파업을 하고 투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려졌다. 어떤 무기를 들었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그분들이 되게 고립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파업은 우리들의 헌법적 기본권인데 왜 존중받지 못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통해 사회의식을 갖게 됐을 뿐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씨는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노동권을 침해받아 항의를 하면 그게 불필요한 분란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이런 문제를 내가 취재하고 이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아젠다세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자가 되고 싶었다”면서 “사회 구조적으로 차별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언젠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내가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씨는 정치권에 관심이 많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현수씨는 원래 배우가 되고 싶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지금은 체육대학에 재학 중이다. 예체능에 재능이 있던 신씨는 대학 교양수업에서 국제정치학을 접하고 기자의 꿈을 갖게 됐다. 

신씨는 “나는 어려서부터 꿈이 다양했다. 의사, 검사, 경찰 등 많았다. 이걸 다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연기하는 배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 예고 입시를 준비해서 들어갔다”면서 “예고에서 연기를 3년 해보니 잘 안 맞았고 흥미를 잃었다. 대학을 가긴 가야 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수능이 아닌 내신과 실기 전형으로 갈 수 있는 체대에 진학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학에서 국제 거버넌스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해당 교수가 미국 매체에서 일했던 기자 출신이었다. 그때 지소미아로 시끄러울 때였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미중일 관계나 국제 역학관계 등 국제 정치학을 접하고 진지하게 사색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마침 신씨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신씨는 “그 즈음에 내가 대외활동으로 국회 도서관에 간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들을 만나서 청소년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그런 행사였는데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을 보면서 나도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신씨는 방송 기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번 새로운 사건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가 자기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신씨는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정말 하루 하루가 똑같고 따분하다. 나는 그런 걸 싫어한다. 새로움을 추구했으니까 꿈도 자주 바뀌었던 것 같다”며 “기자가 되면 매번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취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뭐 언론인 경력을 쌓아 정치권에 진출하는 길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현장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무엇보다 내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경찰이 되고 싶었던 것도 사건사고를 정의롭게 해결하고 싶어서였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청소년기 때부터 인권 감수성이 높았다. 

김씨는 “지금 강남역 철탑에 삼성 해고 김용희 노동자가 있다. 김용희 노동자처럼 누구나 해고 노동자가 될 수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인권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시혜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언제든지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뭘까를 고민했을 때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로 퍼져서 여론을 형성하고 정치권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그들의 스피커가 필요하다”며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언론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좋은 프레임을 짜서 효과적인 아젠다 세팅을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일찍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풀어냈다. 
 
김씨는 노동권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김씨는 “큰 틀에서 말하면 인권, 환경, 동물권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해준 아젠다라고 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노동권, 성평등, 난민 문제 등이 있는데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무엇보다 내가 여성 당사자라서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슈는 N번방 성착취 문제다. 사실 유례없는 사건이자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라면 너무 충격적일 것 같은데 이러한 사건은 계속 있어왔다. 너무 공포스럽고 충격적이라기 보다는 여기까지 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주로 정치권 소식에 관심이 많지만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논란, 여론조사의 신뢰성 등 고민하고 있는 이슈들이 다양하다.

신씨는 “정치 분야에 관심이 많다. 총선 전 올초부터 챙겨봤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나마 도입됐으니 이제는 뭔가 다당제로 바뀌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위성정당이 나오고 이게 뭔가 싶었다”며 “(숙명여대 재학생으로서) 숙대 트렌스젠더 입학 논란이 커졌을 때 너무 찬반 이분법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당장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입학 문제를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봤는데 과연 여론조사 결과라는 게 정확할까 의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직접 일주일간 네이버 폼을 활용해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봤다”며 “서술형으로 문항을 구성했고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면 왜 그렇게 보는지를 물었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랜덤으로 걸지만 짧은 시간 안에 별로 고민해보지 않은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도록 한다는 게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답변을 하고 나서 다른 생각이 들어도 이미 조사는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요즘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신씨는 “캠퍼스N이라는 대학생 매체가 있는데 거기에 지원을 하려면 개인 블로그에 자기 기사를 몇 개 이상 올려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이미 대학 수업 과제로 기후위기 관련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을 논문으로 써놓은 게 있었다. 그걸 제출해서 캠퍼스N 기자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기자단은 한 달에 2개 밖에 기사를 못 쓴다고 해서 내 블로그를 통해 내가 기사를 직접 쓰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부터 신씨는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자주 듣는데 YTN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알게 된 YTN에 입사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요즘 무척 바쁘다. 매일 상암동 YTN 사옥에 있는 카페로 가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노동 문제와 성평등 이슈에 관심이 많다. (사진=박효영 기자)

언론인이 되려면 신문방송학과 또는 언론정보학과에 가는 것이 좋을까.

김씨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재학생으로서) 보통 1~2학년 때까지 이론을 배우고 3~4학년 때는 테크니컬한 것을 배운다. 지금 경제학과와 법학과도 같이 복수 전공을 하고 있는데 진짜 언론정보학과 수업이 제일 좋았다”며 “모든 수업에서 토론을 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세 학과 중 가장 주입식으로 하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의 역사 등 이론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가져서 좋았다. 문과는 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신방과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 가서 언론 관련 여러 대외활동을 경험했다.

김씨는 “청소년 때 지역 신문에서 청소년 기자단 활동과 경기도 교육청 팟캐스트 활동을 했다. 청소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뤘다”며 “대학에 와서는 정말 대외활동으로 불리는 것들을 했다. 고용노동부, 통일부, 법무부, 대법원 등 여러 미디어 활동을 많이 해봤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도 했는데 동물권 관련 기사를 써본 적이 있다”고 정리했다.

그런 김씨는 최근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반드시 기자의 길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씨는 “기자가 되기로 했던 계기 자체가 뭔가 설레고 언론 업무의 매력을 느껴서라기 보다는 내가 바꾸고 싶고 참여하고 싶었던 사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니까. 효과적으로 내가 뭘 해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그 수단이 언론이었다”면서도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하고 여러 활동을 해보고 든 생각은 아무래도 기자의 기사는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탐사보도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사회를 바꾼 언론인들이 있지만 일단 기사를 쓰면 여론의 힘을 받아야 파급력이 생긴다. 내가 얼마나 문제의식을 갖고 이렇게 썼다고 한들 이게 파급력이 없으면 그냥 묻히고 만다”며 “기자가 쓰는 기사는 너무 여론에 의존적”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김씨는 “저소득층의 빈곤 문제가 있다면 이들의 고통을 기사로 알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간접적이다. 시민사회 활동가나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며 “언론은 여론을 통해야만이 뭔가 가능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사회적 직업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는 “글쓰기에 괴로움을 좀 느끼는 편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읽히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너무 크다. 기자는 글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막 세월아 네월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요즘은 인권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故 조영래 변호사를 존경하는데 그분이 쓴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다만 아직 고민 중에 있다. 여러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열어놓고 생각하려고 한다. 시민사회 활동가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언론인도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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