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내 자동차 수출 43% 감소 예상…국내 완성차·부품업계, “필요 유동성 규모 약 ‘33조’”
자동차 부품업체 유동성 위기 확대…연쇄도산 우려도
정부, 자동차 업계 등 7대기간산업에 40조 규모 지원…자동차 업계 “신속 집행이 관건”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4월 국내 자동차 수출이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완성차업체의 실적이 흔들리자 자동차부품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서는 3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22일 정부는 자동차·조선 등 7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 규모의 안정기금을 조성할 것을 밝혔으며 산업 특성과 개별 기업 수요에 맞춰 대출, 지급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조성을 반기며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월 국내 자동차 수출 43% 감소 예상…국내 완성차·부품업계, “필요 유동성 규모 약 ‘33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 19일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자동차 수출이 12만65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 5개국과 인도, 멕시코의 영업점이 문을 닫은 상태다.

국내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주요국의 신차 거래가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수출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각각 72.9%, 5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각각 39.1%와 48.7%, 한국GM도 31.2%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수출이 줄어들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생산물량의 10대 중 6대가 해외로 수출됐다.

연합회는 국내 완성차·부품업계가 당장 필요한 유동성 규모를 32조8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 금융기관 대출 만기연장, 수출금융 등에 필요한 자금이다.

연합회는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 인하를 최소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취득세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유동성 위기 확대…연쇄도산 우려도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전문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여파에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현금이 바닥났다.

90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형 타이어 업체들마저 공장을 멈춰 세우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부진하자 자동차부품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차량용 샤시와 바디 부품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화신은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화신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이내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237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은 712억원 수준으로 빠듯하다.

화신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매출 비중이 95%를 웃돌아 현대차그룹의 실적에 특히 민감하다. 실적 저하로 현금흐름이 나빠질 경우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신용등급은 BBB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은행 차입금 연장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부산주공의 현금성 자산도 연내 도래하는 차입금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2019년 12월 말 기준)는 약 1000억원지만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20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이 800%를 초과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6일 수시평가를 통해 부산주공이 발행한 제4회 무보증 전환사채(CB)의 신용등급을 B+로 유지하되,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렸다.

부채비율이 800%를 초과하면서 기한의 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금흐름의 불안은 금융기관 차입금 만기 연장 실패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신평사들은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1차 부품업체가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CP(매출채권)는 연 7조200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어음 인수,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감면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부, 자동차 업계 등 7대기간산업에 40조 규모 지원…자동차 업계 “신속 집행이 관건”

한편 22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자동차·조선 등 7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 규모의 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 특성과 개별 기업 수요에 맞춰 대출, 지급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22일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을 반기면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부품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정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하려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계는 전날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를 넘기려면 32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수출, 공장 운영 등을 위한 단기차입금으로 17조원, 3∼4개월 동안 필요한 인건비 등 고정비용으로 25조원 등 총 42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필요한데, 업계가 10조원 정도를 감당할 여력이 되니 나머지를 정부가 금융권을 통해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탓에 수출과 현지 생산이 막히고 국내 생산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이 국면을 버텨내기 위해선 충분한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호소였다.

자동차·부품 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 급한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되길 기대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원 속도가 중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만기 회장은 "실제로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제대로 먹힐지가 관건 같다"며 "특히 상황이 어려운 중소협력업체들에 대한 대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현장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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