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야만
긴축통화파는 없다
모두가 확장통화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 경제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금통위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 더 돈을 푸는 데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7명 정원인 금통위는 이번에 3명(서영경·주상영·조윤제)이 교체됐고 1명(고승범)이 연임됐다. 

이들은 2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는데 조윤제 위원은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휩싸였고 한국 경제는 그동안 지속된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는 비상한 상황에 처했다”며 “한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제 신임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전달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윤제 금통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조 위원은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2012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정책 싱크탱크 ‘국민생각’ 소장을 지낸 바 있다. 그 인연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2019년 주미대사로 일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한은에 1988년 입사해서 2013년 최초 여성 부총재보를 쟁취한 서영경 위원은 “한은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역할에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과거에 생각하기 어려웠던 0%대 기준금리와 한국적 양적완화, 증권사 직접 대출 등이 시행됐다”며 “경기 부진과 고용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전례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민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추가 정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서 위원은 직전에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을 맡고 있었다.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제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자 내려서 대출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최대한 풀겠다는 것이다. 서 위원이 밝힌 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 방안으로는 △회사채 △CP(기업어음) 등을 인수하는 것이다. 기업에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면 뭐든 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주상영 위원은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에 직면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금융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초로 연임된 고승범 위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위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금통위에서 4년 근무한 고 위원은 최대한 돈을 안 푸는 철학을 고수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위기에 적극 대처”라는 말을 쓸 정도로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다 어렵고 미국마저 달러 가뭄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연일 달러를 헬리콥터로 뿌리고 있다.

고 위원마저 적극성을 역설한 만큼 금통위의 분위기는 향후 더더욱 돈을 푸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현행 연 0.75%의 기준금리에서 더 내릴지 아니면 이미 한국판 양적완화(환매조건부채권의 매입 한도를 없애 시장에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를 단행했듯이 기업이 발행하는 추가적인 금융상품을 더 사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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