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수 민주당의 민족주의 프레임
상대 진영 악마화
열성 지지층
통합당과 강성 보수 퇴출?
좀 더 지켜봐야
3당 합당 민자당 위치에 민주당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럽 정치를 기준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도 보수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기 때문에 보수가 완전히 비주류화 됐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과연 그게 진보인가”라며 “박성민 선생님(정치컨설틴 민 대표)이 보수는 퇴장하고 진보가 새 길을 연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자기를 중도보수라고 얘기했듯이 보수의 세대교체라고 본다. 보수의 시대적 교체다. 1950~70년대를 대표하는 보수에서 87년 이후의 보수 세력으로 세대교체가 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찬휘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신보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총선 이후 정당별 전망을 위해 <중앙뉴스>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 플랫폼 위드위드 사무실에서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회에는 김 공동대표, 정주식 직썰 편집장,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 우인철 미래당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김 공동대표는 “구보수가 신보수를 진보로 욕을 한 이유가 좌빨이다, 빨갱이다, 종북이다 그런 식의 프레이밍을 했는데 신보수가 구보수를 프레이밍하는 데 확실히 성공한 총선이었다”면서 “토착왜구에 한일전이다. 토착왜구니 한일전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지면 일본에게 당하고 우리 민족이 망한다. 미래에 대한 경고 형태다. 그게 굉장히 청년들에게 먹혔다고 보는데 이게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민족주의적 싸움 외에 국내적 불평등이나 다른 내부적 문제는 가려지기 때문이다.

김 공동대표는 “팩트를 가장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 이게 민족주의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신보수가 한국의 지배층이 됐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민족주의적 접근은 쉽게 삼성 지지로 넘어갈 수 있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일본과 누가 싸우느냐. 한국의 삼성이다. 이런 식으로 쉽게 대결 구도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와 프레이밍을 만들어낸 선거라서 나는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네 번 연속 이겼다는 것만이 아니라 진보정당 운동 입장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잘 싸워나가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고 민주당을 여전히 진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총선 직후 거대 양당체제가 아니라 통합당이 찌그러지고 민주당이 주류가 된 일본 자민당(자유민주당)과 같은 1.5당 체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40%의 포션(정당과 지역구 득표율)을 통합당이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중도를 대표하는 제3정당이 없던 측면에서 양당 체제의 강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보수 정당은 20%대 지지율로 상당히 비주류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등장하든 어떤 비대위가 등장하든 그 질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이) 제3의 중도 보수정당으로 탈바꿈되지 않는 한 거기는 향후에 구석기 유물처럼 될 것 같다”며 “1987년 6월 항쟁 체제 그때 기축을 이뤘던 세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그게 진보라는 것은 아니다. 그 세대가 아예 주도하게 되어서 굉장히 수구적 형태의 보수는 날카로운 역사적 뒤안길로 퇴출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통합당처럼 강성 극우 보수적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

김 부대표는 “현재의 통합당 스탠스만 보면 퇴출되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보수가 빨리 등장해야 한다. 지금 통합당의 꼴로 다시 혁신하고 탈바꿈할 수 있느냐? 강한 물음표가 있다. 해산해서 신당 창당으로 가든지 이런 방식의 구성이 되지 않는 한 극우적 형태의 보수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정부를 악마화하면서 무조건 반대만 해왔던 통합당의 디폴트가 있다. 총선 이후에도 그런 흐름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이를테면 긴급재난지원금이나 N번방 입법 등 주요 사안에서 여전히 정당성없는 반대만 일삼지는 않을까.

김 부대표는 “한축에서는 100% 20대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서 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장외투쟁하고 명분없이 반대만 하는) 모양새를 가질 수도 있고 고춧가루 뿌리듯이 그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라며 “그렇게 가면 확실한 뒤안길로 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가지 않으려는 새로운 당선자들이 쇄신의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사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상대를 악마화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김 공동대표가 지적했듯이 통합당을 적폐로 프레이밍하는 기술도 보여줬다. 하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다른 점이 있었다. 상대에 대한 증오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열성 지지층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가 달랐다.

정 편집장은 “상대 정파에 대한 악마화는 양 진영에서 다 한다”며 “다만 그 미묘한 차이가 어떻게 작용했냐면. 양쪽에 열성 지지층이 극단적인 메시지들을 냈는데. 통합당 쪽에서는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휘둘렸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덜 휘둘린 것처럼 보인다”고 운을 뗐다. 

사실 통합당이 김대호·차명진의 막말에 대응할 때나,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지를 고민할 때 각각 열성 지지층이 격렬하게 목소리를 냈다. 

정 편집장은 “작년 황교안 체제 들어선 이후부터 아니 홍준표 체제 때부터 (구 자유한국당이) 극단의 언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면서 그들에게 소구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다보니 극우 유튜버나 그들에게 의존하게 됐다. 나중에 선거 국면이 되니까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그 유튜버들의 필터가 낀 것”이라며 “차명진 발언이 나왔을 때 당의 반응이 더 놀라웠고. 민경욱이라는 막말러를 제명하니 마니 끝까지 살려낸 결정들을 보면. 열성 지지층이 두려웠다고 생각한다. 열성 지지층들이 한 번 결집되면 갑질을 한다. 차명진 날리면 니들 도와줄 생각없다는 목소리들이 강하게 작용했고 그런 목소리가 반대쪽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위성정당 하니 마니 할 때 의총에서 일부 소수 의원들이 위성정당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 강성 지지층에서 연락처를 공유해서 문자 폭탄을 날렸다. 아주 노골적인 지령들이 내려왔다”며 “양쪽 다 지지층의 압박에 시달리는데 통합당이 정면으로 그들에게 휘둘렸고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이 창당되고 약간 그런 게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공식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은 “중도 표심을 소구하는 메시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고 반면 “거기에 실망한 지지층들이 열린민주당을 바라보면서 선택지가 따로 하나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편집장은 민주당이 “의도치 않은 역할 분담이 되어서 덜 휘둘린 측면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인철 대변인, 정주식 편집장, 김종민 부대표, 김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우 대변인은 대선까지 지켜봐야 한국 정치 체제의 재정립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대선은 지방선거와 거의 비슷한 시기(2022년 3월9일과 6월1일)에 같이 치러질 것이니까 그때 당권을 가진 사람들은 공천으로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리더십이 있는 후보가 나온다면 그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며 “집권여당의 실정이 드러나거나 심화되고 통합당은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개혁적인 혁신을 이뤄내면 물론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직 모른다고 본다. 대선 이후에도 1.5당 체제가 지속될 것이냐. 대선까지는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대표는 “어떤 정당의 퇴출이 아니라 한 세력이 시대를 마감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당연히 보수의 재편이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통합당 의원 같은 인물이 보수의 대표 인사로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편집장은 김 공동대표의 신보수-구보수 분류법으로 봤을 때 통합당의 미래가 더 암울하다고 봤다. 1표만 이기면 당선되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상태에서 중도층에게 어필할 메시지를 내기도 어렵다.  

정 편집장은 “사실 전체 지역구 평균 득표율 차이가 8.4% 밖에 안 돼서 별로 차이가 안 났다고 볼 수도 있고 그게 소선거구제 일종의 착시인데. 8.4% 차이가 더블 스코어로 나왔다면 여기서 통합당 지지율이 5% 정도 떨어지고 소선거구제로 다시 치르면 50석도 안 나온다”면서 “지금 통합당 후보들이 받은 득표율에서 5%씩 빼버리면 이건 뭐 지역 정당으로 소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통합당이 점유하던 가치들은 시대적으로 낡았다.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야 하는데 그 당에서 나오는 그나마 상식적인 이야기들은 이미 민주당이 점유하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며 “새로운 얼굴로 바꿔내고 어떤 노력을 해도 백마탄 왕자가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자민련(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故 김종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 수준의 지역당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전망했다.  

1990년 2월 3당 합당으로 민주정의당(노태우 전 대통령), 통일민주당 상도동계(故 김영삼 대통령), 신민주공화당(김종필)이 민자당(민주자유당)으로 재편됐다.

김 공동대표는 “선거 개표 방송보니까 박형준 교수(전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가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인천과 대전에서 참패했던 게 뼈아프다고 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반반씩(새누리당 7석 대 민주당 11석) 나눠먹었는데 이번에는 인천과 대전 합쳐서 통합당이 1석(배준영 인천) 먹었다”며 “1987년 때 4당 체제(민정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신민주공화당)가 생겼다. 노태우가 있고 김영삼, 김종필, 김대중이 있었다. 노태우만 통합당에 남았고 이 셋을 민주당이 다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자당 체제가 민주당 체제로 바뀌었다”면서 “남은 그들이 죽진 않았고 30% 정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경상도라는 지역의 힘이 굉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소선거구제가 계속 된다면 신승하고 그래서 조금 떨어졌다가 올라갔다가 할텐데. 과거처럼 압도적으로 지배 정당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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