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시장의 취업 한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자영업자까지도 단기 아르바이트시장에 몰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자영업자까지도 생계를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시장에 몰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은 실직자는 물론 자영업자까지도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업의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단기성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까지 알바 시장에 가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66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천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휴직한 경우가 늘면서 지난달 일시휴직자 수가 폭증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9만5천명 감소했다. 이에 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4천명, 무급가족종사자는 8천명 각각 증가했다.

실제로 서울 중심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구하는데 지원자가 100명 가까이 모여 코로나 19 여파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개봉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47세)도 같은 체험을 토로했다.

26일 본지와 만난 A씨는 “이번에 가게 리뉴얼을 하며 아르바이트생 1명을 구하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80명 가까이 지원해 당황스러웠다"며 “전에는 20~30대 청년들이 주로 알바로 지원했는데 이번엔 40~50대 중년층까지 대거 몰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 했다 ”라고 덧붙였다.

이날 아르바이트에 채용된 취업준비생 J씨(27세)는 “원래는 6월이 시험인데 코로나에 7월로 미루어져 3개월을 버틸 생활비가 필요했다.”며 “요즘 기업의 채용일정까지 미루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상황이 엇비슷해 아르바이트 일 구하기가 엄청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최근 항공사의 리무진 버스를 운행하다 퇴직자의 대열에 합류한 B씨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직에 나서고 있지만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호소했다. 특히 5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작스런 실직자 대열에 끼였다는 슬픈 현실에서 우울증까지 겪다보니 가족과 불화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저임금에 겹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장인까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에 따르면 직장인 22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투잡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직장인 3명 중 1명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봤다는 답이었다. 이들 직장인이 겹벌이로 얻는 월평균 소득은 '50만원 이하'가 40.0%로 가장 많았고 이어 150만원 이하(32.8%), 300만원 이하(13.6%), 300만원 초과(13.5%)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출판 업무를 담당하는 K 씨도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무급휴가로 월급이 줄어 퇴근 후 대리운전으로 나서고 있다. K씨의 회사는 지난해만도 20명 가까운 직원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그 절반으로 급감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회사 측에서 강제 감원을 한 것이다. 이에 K씨는 “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월급으로는 집세 내기도 어렵고 특히 노모의 요양원비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소연 했다.

자영업자들 역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배달에 나서거나 투잡에 뛰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길동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H씨는 최저임금·임차료 상승에 이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결국은 배달 종업원을 정리, H씨가 직접 배달에 나섰다.

자신이 직접 배달하는 대가로  5만원 정도가 절약 되지만 이것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어 H씨는 새벽 배송시장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버티자면 알바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H씨의 설명이다.

점포세와 관리비가 벌써 두 달이 밀려 있고 아이들 학원비까지도 밀렸다는 하소연을 덧붙였다. 이 같은 사정은 비단 H씨 뿐 아니다. 최근 배달 인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배달원 인건비는 건당 2000원에서 최근 1년여 사이 850원까지 떨어져 알바시장의 취업 한파가 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자리 대란에 서울시에서는 농촌일손돕기 초단기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당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농번기 인력 수요를 파악, 실업 상태의 시민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농번기 초단기 일자리 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방역 소독된 안전한 숙소를 확보해 공급하고, 서울시는 농촌 현장으로 향하는 인력들에게 왕복 교통비와 숙박비, 보험료를 제공하며. 인건비는 농가에서 부담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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