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 사망
12년 전 이천 냉동창고 참사와 판박이
유증기 발생하는데 용접이라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월30일 석가탄신일부터 5월5일 어린이날까지 6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길목에 화재 참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29일 13시반 즈음 경기도 이천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큰 불이 났다. 이 소식은 2시간이 지난 15시반 언론에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폭발과 함께 지하 2층에서 불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매번 그렇듯이 불이 나면 불 자체보다 유독가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한데 이번에도 그랬다. 5시간이 흐른 18시42분 불은 모두 진화됐고 소방당국의 인명수색 과정에서 △사망자 38명 △중상자 8명 △경상자 2명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일단 지하 2층과 지상 4층의 건물 전체에 대한 1차 수색을 마쳤다. 다만 추가 피해자가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굴삭기를 통해 자재들을 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30일 새벽 내내 진행됐다. 

건물에는 각 분야별 9개 업체 약 70명의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6개층 모든 곳에서 발견됐고 모두 출구쪽 특정 스팟에 몰려있었다. 즉 작업 도중 대피 겨를도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소재가 많았다는 게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지하 2층에서의 우레탄 바닥 작업(흔히 녹색 코팅)이 의심스럽다.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쪽에서 △우레탄 작업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우레탄 작업을 하면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때 용접을 하다가 튄 불꽃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방당국과 목격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원인미상의 10차례 가까운 폭발 →엄청난 연기 발생 →지하부터 화재 확산 →피해자들의 옷에 불 붙음 등의 현상이 이어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왜 참사가 됐고 그 배경은 뭘까. 특히 2008년 1월7일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참사와 판박이라는 뼈아픈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정리해보면 △폭발에 따른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확산 △불에 잘 타는 샌드위치 패널(다른 종류의 재료를 샌드위치 모양으로 쌓아 올려 접착제로 접착한 특수 합판)에 따른 매연과 유독가스 △완공 안 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 미흡 등이 비극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125명을 투입해서 수사본부를 편성했고 안전 법률을 위반한 게 없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아무래도 시공사의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면서 불에 잘 타는 물체가 많은 곳에서 용접이나 절단 등 불꽃 작업을 하려면 여러 안전 조치(소화기구 비치/불티 비산방지덮개/용접방화포)를 의무적으로 갖춰놔야 한다. 

당장 경찰, 소방대원,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반을 꾸려 30일 오전 10시반부터 현장에 급파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0시반 청와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사고원인 조사 △실종자 수색 △의료지원 △사망자-부상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 및 지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외교부의 필요 조치 △고용노동부에 화재 발생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 수립 △정세균 국무총리에 정부 대책의 실효성 점검 등을 지시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2017년 12월21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2018년 1월26일) 등 유사한 참사가 이미 발생했었다. 

그 당시 범정부 차원의 화재안전특별대책이 마련됐으나 문 대통령은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유감스럽다.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필요하면 유전자 감식 인원을 늘려서라도 사망자 신원 확인을 최대한 서둘러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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