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가 자라기 좋은 토양 이렇게 만든다...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떼루아'

<중앙뉴스>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와인에 미치다' 시리즈를 2주에 한번씩 게재한다.

이번에 '중앙뉴스'가 게재하는 와인에 미치다는 (사)한국소물리에협회 와인강사이자 식음료협회 와인 Sommelier 심사위원인 윤경옥 Sommelier가 와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보다 재미있고 맛있게 한편 한편 정성을 다해 소개한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와인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와인캡틴(wine captain)으로 불리우는 'Sommelier' 가 알려주는 '와인'이야기 두번째 편으로 와인토양의 유형_Type of Soil_와인이야기다. 중앙뉴스는 1편과 2편을 동시에 소개한다.

윤경옥 Sommelier
윤경옥 Sommelier

오늘은 포도가 만들어지는 토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물론 포도의 품종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떼루아(포도를 생산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들로 토양이나 기후, 고도 등이 해당)이며, 포도가 자라는 토양 Soil은 와인의 질감이나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비티스비니페라Vitis Vinifera)를 재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토양은 무엇일까요?

포도가 자라기 좋은 훌륭한 토양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4가지 정도의 토양 유형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1. 모래토양 Sandy Soils

2. 점토중심의 토양 Clay Based Soils

3. 쇄설물(碎屑物)로 이뤄진 토양 Silt Soils

4. 양질의 비옥한 토양 Loam Soil

① 모래토양 Sandy Soil

모래토양에서는 향기가 풍부하고, 연한 색과 낮은 탄닌의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모래가 많이 함유되어있는 이 토양은 열을 유지하기 좋고, 배수가 매우 잘 되는 토양입니다.

시원한 기후에서 모래토양은 향이 강한 타입의 와인을 만들고, 따뜻한 지역에서 모래토양은 옅은 색과 가벼운 산미, 타닌이 적은 부드러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듭니다.

또한, 모래토양은 해충에 대한 저항이 높은 토양이기 때문에 많은 유기농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모래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유명한 와인은 바롤로 BAROLO의 카누 비 CANNUBI마을의 최고급 레드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향기가 매우 뛰어나고 옅은 빛깔과 부드러운 타닌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메독의 북쪽(바다와 가까운 곳)과 보르도의 그라브 GRAVES도 모래토양이 많습니다. 이 지역들은 더욱 가볍고 향기로운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키워냅니다.

또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도시인 로디 LODI는, 1980년대 릴랜드 노마의 와이너리 Leland Noma's Vineyard를 포함한 여러 지역이 모래토양으로 인해서 필록세라의 공격에서 살아남았습니다.

②점토 중심의 토양 Clay Based Soils (+석회암 토양)

점토 중심의 토양에서는 진한 색상의 근육질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 점토 토양은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흙을 더욱 차갑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점토 토양은 석회가 풍부한 점토(Calcareous Clay)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 토양들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점토 중심의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유명한 와인으로는, 스페인의 리오하 Rioja와 리베로 델 두에로 Ribera del Duero지역의 최고 품질의 템프라뇨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나파밸리의 여러 산비탈식 포도원과 호주의 바로사 밸리의 쉬라즈를 만드는 포도원 역시 대부분 진흙과 찰흙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또한, 부르고뉴의 본-로마네 Vosne-Romanee는 '이회토'라고 불리는 점토와 석회암이 섞인 토양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석회암은 포도가 더 잘 자라고 더욱 달콤한 포도를 생산하도록 하는 유익한 영양소를 제공해주며, 건조한 날씨에서는 수분을 유지하고, 시원한 날씨에서는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특별한 조건입니다.

다만, 석회의 한 가지 부정적인 효과는 포도에 철분 결핍을 유발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석회 함유량이 높은 토양을 가진 와인 메이커들은 그들이 토양에 매우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이러한 결핍을 막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석회암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유명한 와인들로는, 샹파뉴의 오브 Aube라고 불리는 징역의 분필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샴페인들과 부르고뉴 지역의 샤블리 Chablis, 루아르밸리의 푸이 Pouilly와 상세르 Sancerre는 대담한 맛에 풍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또한 남부 론 Rhone지역에서 발견되는 석회질의 토양은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 포도들이 재배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③ 쇄설물(碎屑物)로 이뤄진 토양 Silt Soils

이 토양은 물에 의해서 운반되어 침적된 작게 부서진 물질들의 집합으로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토양입니다.

침적 토토 양에서는 산도가 낮으면서도 부드럽고 둥근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일조량이 좋으면서도 시원한 기후에서 매우 이상적인 토양이며, 이 땅은 수분과 열을 매우 잘 유지시켜 줍니다.

이 침적토는 매우 미세한 갈기가 있기 때문에 포도나무가 뿌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침적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유명한 와인으로는, 워싱턴 동부에 있는 황토토양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토양은 아주 오래전부터 홍수로 인해 모래와 찰흙으로 덮인 최상층으로, 향이 강하며 색이 옅고 부드러운 타닌을 가진 와인들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오레건주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피노누아의 산지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의 피노누아는 윌라켄지Willakenzie라고 불리는 이 점토 토양을 아주 좋아합니다.

④ 양질의 비옥한 토양 Loam Soil

이 양질의 토양은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는다면 너무나도 비옥한 토양입니다.

이 토양은 휴메스 Humus라고 불리는 부식토(유기물)뿐만 아니라, 침적토, 점토, 모래등 거의 모든 토양의 종류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 찰흙으로 된 양질의 토양은 너무 비옥하여 포도를 지나치게 성장하게 하므로, 영양 때문에 대부분 맛과 색의 복합성이 없는 와인을 만듭니다.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찰흙 토양은 포도원들이 엄격한 가지치기 방식을 통해서 잠재력이 큰 와인을 만듭니다.

이 비옥한 찰흙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유명한 와인으로는, 소노마 Sonoma계곡과 나파 Napa계곡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와인들입니다.

모래는 이 비옥한 토양과 섞여서 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 비옥한 토양을 어느 정도 열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포도가 자라는 토양은 위의 4가지뿐일까요?

물론 위의 4가지 타입의 토양 말고도 다른 종류의 중요한 토양들도 있습니다.

바로 자갈 Gravel이나 편암 Schist, 전판 암 Slate, 화산토 Volcanic soil 들로, 이러한 토양은 대부분 돌로 이뤄진 토양으로 이 '돌'들은 열을 유지시키거나 태양빛을 반사시키면서 토양의 온도를 변화시키거나 배수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독일 모젤 Mosel계곡의 푸른색 슬레이트 암석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열을 간직하고 있어서 시원한 기후 지역에 매우 좋은 영향을 주며, 스페인의 란사로테 Lanzarote와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의 분해된 화산토양은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므로 좋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길고 긴 와인이 만들어지는 토양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너무 비옥해도 좋지 않고, 너무 열악해도 안 되는 이 토양이라는 요소는 와인의 복합성을 위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경옥=(사)한국소물리에협회 와인강사, 식음료협회 와인 Sommelier 심사위원, 현 태번38 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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