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 연기 말고 단계적 등교” 
4월 중순부터 검토
학년별 개학 시기
학교 방역 수칙 철저
문제 생기면 다시 원격 체제로 전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1월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정국이 시작됐는데 그나마 겨울 방학 기간이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서 언제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퉁칠 수 없다. 4월15일 총선도 무사히 넘겼고 지역사회 감염자 증가세가 0명대에 도달한 상황에서 정부는 3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선언했다. 이제는 오프라인 학교 개학(등교 수업)만 남았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은 4일 1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는 등교 수업 시기를 코로나19 종식 이후로 무한정 미루기 보다는 감염병의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면서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등교하는 방식을 4월 중순부터 진지하게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방영당국과 감염병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시도교육감과의 협의, 교사와 학부모 의견 조사 등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장관이 등교 수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장관은 방역당국과의 협의 끝에 최종적으로 “5월 연휴 기간 후의 최소 14일이 경과되어야 하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5월 연휴 기간 후 7일이 경과한 시점에 등교 수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상별 등교 시기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①고3(5월13일)
②지방 소재 60명 이하 소규모 초중학교(5월13일)
③고2+중3+초1~2+유치원생(5월20일)
④고1+중2+초3~4(5월27일)
⑤중1+초5~6(6월1일)
⑥특수학교는 단계별 일정에 따른 시도교육청 자율 결정

유 장관은 ②에 대해 “생활 속 거리두기의 실천이 충분히 가능한 지역 소재 재학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초중학교는 5월13일부터 우선 등교하도록 하겠다”며 “읍면 도서벽지 등의 소규모 학교는 교내 밀집도가 낮고 돌봄 수요가 높다는 지역의 특수성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도교육청이 학년별 등교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③에 대해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은 학생 발달 단계상 원격 수업보다는 대면 수업이 효과적이고 초등 긴급돌봄 참여자 대다수가 이미 초등 저학년 학생들인 점을 고려해서 유치원과 초등1·2학년부터 등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⑥과 관련 유 장관은 “특수학교도 단계별 등교수업 일정을 준용하되 시도별 학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교 수업 일정과 방법을 교육청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교육부의 중앙 가이드라인을 세우되 각 지역 교육청의 재량권을 인정해주는 측면이 있는데 유 장관은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는 지역별 감염증의 추이 및 학교별 밀집도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학년과 학급별 시차 등교,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 운영 등 구체적인 학사운영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사람들이 아예 안 모일 수는 없었고 수도권 지옥철 출퇴근 시간이나 알려지지 않는 소규모 모임은 지속되고 있었다. 즉 통상의 직장 생활이나 대학교 수업 등과 달리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일제 학교 생활은 오랜 시간 밀접 접촉해서 한 학기를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4월9일 온라인 개학이란 고육지책을 발표한 뒤 한 달이 지나서 오프라인 개학을 신중히 결단하게 된 것이다.  

유 장관은 “학교에도 새로운 일상이 시작돼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똑같이 돌아갈 수 없고 우리 교육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학교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위험과 유사한 감염병 위험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변화된 상황에 따라 새로운 학교 방역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감염증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고 방영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등교 수업이 어려울 경우 신속하게 판단 조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진=연합뉴스)
유 장관은 학교에서의 방역 체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니까 학생 1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전체 코로나 추이에 이상 현상이 감지되면 신속히 반영해서 온라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등교 1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개인위생, 예방수칙, 의심 증상시 대처요령 등을 모바일 나이스 시스템으로 원격 교육하고 자가진단 실시 △5월7일부터 고3 학생 자가진단 시작 △등교 전 가정에서 이뤄지는 자기건강 조사 항목에 메스꺼움, 미각과 후각 마비, 설사 등 의심 증상 추가 △기존 지침과 달리 유증상 구성원이 있으면 의료기관 또는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 받도록 함 △동거 가족이 자가격리 대상자거나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 해당 학생 또는 교직원의 등교와 출근 금지와 같은 사전 방역 조치가 이뤄진다.

학교에서는 △교실 환기와 쉬는 시간 차별화 △책상면과 문 손잡이 등 접촉이 빈번한 시설에 대한 소독 자주 시행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마스크 상시 착용 및 발열 검사 진행 △학교 급식은 안전을 위해 학생 간 접촉 최소화하도록 학교별 여건을 고려한 예방책 강구 △조리원 건강 상태 매일 2회 체크 △학년별·학급별 배식시간 분산 △식사 좌석 일정거리 유지 △개인별 임시 칸막이 사용 △필요시 개인 도시락과 간편식 제공과 같은 조치들이 이뤄질 계획이다.

만약 학교에 나와서 발열 검사를 했을 때 그 결과 37.5℃ 이상이거나 호흡기 증상 또는 그밖의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선별진료소 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코로나19 진단검사 시행 △학생이나 교직원이 확진된 경우 해당 학교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돌입 △등교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전환 △다른 학교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접촉이나 의심 증상 확인과 같은 프로세스가 취해진다.

해당 학교의 원격 수업 전환 기준에 대해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보통 역학조사를 보건당국에서 할 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날로부터 48시간 전부터 접촉한 사람들을 하지 않는가. 학교는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난 후부터 그 아이들이 어디 어디를 갔는지 확정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들이 학교에서부터 확진자가 1명이 나오면 전체가 다 자가격리를 하는 것”이라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특정하게 해당 학생의 활동 범위가 나온다면 줄어들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14일 자가격리를 하고 그 기간에는 원격 수업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교에 배치된 보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조 과장은 “보건 교사와 관련 전체 현황은 저희가 4월1일자로 조사한 것은 전체 1만1900개 학교 중에서 1만224명이 배치돼 있어서 85.6%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다”면서 “배치되지 않은 곳에 추가적으로 간호사를 배치한 경우가 991명이 있어서 전체 배치된 인원은 1만1215명으로 93.9%가 현재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보건 교사 미배치 학교에 간호사 면허소지자의 한시적 채용을 지원하고,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지방 학교에는 간호대학 졸업자, 졸업예정자, 퇴직 보건 교사 등을 일시적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3월말에 배포된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은 추후 업데이트되어 배포될 예정이다. 평소 교사들은 안 그래도 수업 외에 할 일이 많은데 코로나 관련 업무로 더욱 과중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유 장관은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급성 덜한 업무를 최대한 줄이는 데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유 장관은 “학교 일상생활에서의 코로나19 안전수칙은 특히 우리 학생들이 숙지해야 한다”며 “우리 학생 여러분 학교에 오자마자 자신의 책상을 스스로 닦고, 교실 창문은 수시로 개방하고, 마스크는 식사시간 외에는 착용하도록 하고, 학교 내에 이동할 때와 줄을 설 때는 양팔 간격 정도로 앞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한다. 꼭 기억하고 지켜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장관은 “등교 수업은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의 자유롭고 활기찬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분간 과감한 예방 조치와 함께 학교와 가정 내에서 방역 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며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일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생소했던 원격 수업도 점차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듯이 마음을 모아 함께 협력한다면 우리 학교는 새로운 일상을 지혜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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