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30분 전까지 논의
에어컨 기준 곧 마련
5단계 사전 자기진단
체육과 음악은?
모의고사는?
너무 빨리 생활 속 거리두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 학생들이 코로나19로 긴 시간 학교에 못 갔다. 이제 5월13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의 오프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일주일씩 순차적 등교가 이뤄진다. 다만 꼼꼼한 방역 지침이 전제돼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은 4일 1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등교 수업 개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가 매우 신중하게 학생 한명 한명, 교직원 한명 한명의 건강상태를 등교 일주일 전부터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있을 경우에는 출석 처리 등 이런 기준들을 정해서 그것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장관이 등교 수업 개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장관이 거론했듯이 학교에 가기 전 교사, 교원, 학생들은 전부 일주일 전부터 △발열 및 기침 △인후통 △설사 △미각과 후각 마비 △해외여행력 등 5가지 자가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자가진단은 모바일 나이스 시스템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고 원격 교육도 진행된다. 5가지 중에서 1가지라도 걸리면 학교에 못 간다. 등교 이후에도 매일 자가 진단은 계속된다. 

학교에서 마스크는 밥을 먹을 때를 빼고는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식사 중 대화도 하지 말라는 게 교육부의 권고사항이다. 정말 빡빡한 원칙들이 너무 많아서 간편식을 먹거나 당분간 급식없는 학교도 가능할 수 있다.  

일단 학교에 도착하면 △모두 체온 측정 후 이상없음이 나와야 교실 입장이 가능하다. 교실에서는 △자기 책상을 직접 닦아야 하고 △책상은 최소 1m 이상 간격이 유지된다.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학교에서 유증상자 학생이 나온다면 △현장에 마련된 임시 관찰실에서 대기하게 된다.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최종 확진자로 판정을 받으면 △해당 학교의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자가격리에 돌입하고 △바로 원격 수업체제로 전환된다.  

아무리 철저하게 하더라도 걱정이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등교 선택권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즉 불안해서 그러니 계속 등교 수업을 나가지 않더라도 출결상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유 장관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무조건 그냥 등교 여부를 어떤 증상이나 기준없이 선택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저희가 조금 더 논의를 해봐야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확대하거나 결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더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교실의 풍경.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별로 학교별로 학사일정상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유 장관은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이 병행하는 블렌디드 방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여부는 시도교육청과 단위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했다”며 “일부 학교의 경우 원격 수업 이후에 그것을 활용한 블렌디드 수업이나 학교에서의 밀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의 학사일정은 원칙적으로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저희들이 전체적으로 학교별로 일정들을 대략 파악은 하고 있지만 학교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의 횟수나 이런 것들은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정말 터놓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①5월12일로 예정된 경기도교육청 주관 모의고사는 어떻게 되는가? 
②침이 튀기 쉬운 체육 및 음악 수업은? 
③날씨 더워지는데 환기를 어렵게 하는 에어컨 문제는?

먼저 ①에 대해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5월12일로 알고 계신 모의고사는 원래 4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이게 이제 5월에 보도록 계획돼 있다”며 “지금 고3이 5월13일에 등교를 시작하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에서 같이 협의해서 아마 일정을 정하게 될 것 같다.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6일 교육국장들과 회의가 잡혀 있다. 거기에서 전체적인 일정이나 방책들을 정해서 고3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②에 대해 “학교 프로그램 중에서 어떤 수업은 가능하고 어떤 수업은 가능하지 않다라는 게 아니라 그 부분은 아마 선생님들이 충분히 고려를 해서 말씀을 주시겠지만 이게 충분한 거리가 유지된다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충분한 거리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정책관은 “체육예술 수업 등 학생 간 비말 확산 우려가 있는 수업은 자제하도록 이미 학교에 안내했다”며 “체육의 경우 접촉 빈도가 낮은 신체 활동 중심으로 수업하고 강당 등 밀폐된 곳에서의 수업은 가급적 지양하도록 자세하게 안내했다. 음악 같은 경우도 가창, 관악기 사용 수업은 당분간 지양하도록 했다”고 추가 설명했다.  

③ 문제는 지난 3월26일 광주교육청과 4월14일 경남교육청이 배포했던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포함돼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면 창문을 닫고 환기를 덜 하게 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확진자가 있을 경우 감염 확산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용 자제 권고가 내려진 것이다. 

다만 유 장관은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 질문이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지침을 방역당국과 협의를 통해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에어컨 없이 더위를 무조건 참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곧 새로운 지침이 마련될 것인데 전문가들은 정해진 시간에 에어컨을 틀되 환기만 잘 하면 된다고 권장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 더워서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를 벗게 만드는 것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KBS 9시 뉴스에 출연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캡처사진=KBS)

유 장관은 이날 방송된 KBS <9시 뉴스>에 출연해서 “날씨 더워져서 교실에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원래 3월에 나온 지침에는 사용 안 하는 걸로 나갔다”면서도 “아이들이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데 사용 안 할 수 있는가 싶어서 전문가와 방역당국과 협의 중이다. (아마) 환기를 자주 시키고 어떻게 냉방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지 곧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정 KBS 앵커는 유 장관에게 기자회견 예정 시간인 16시가 되기 30분 전까지 관련 논의를 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유 장관은 “마지막까지 점검한 것은 초중학교 중에 전교생이 60명 안 되는 그런 학교도 고3과 같이 (5월13일에) 등교할 수 있도록 교육청 재량권을 주자. 이 부분을 교육감이나 학교 현장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최종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특히 유치원생 개학과 관련 유 장관은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게 실제 대면을 해야 풍부하게 가능하기에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맞는 놀이수업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일이었던 3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선언했고 그에 따라 오프라인 개학이 이뤄지는 것인데 너무 성급하게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저녁 방송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몇 가지 데자뷰 상황이 있었다. 그러니까 2월 중순에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이제 종식 얘기가 한 번 나왔던 적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뭔가 큰 일들이 계속 벌어졌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어제 총리께서 발표하신 내용 중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기는 하셨는데 가장 저희가 당황했던 건 위기경보단계를 낮출 수도 있겠다는 그런 암시를 하셔서”라며 “사실 주말에 회의했을 때 전문가들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분명히 얘기를 드렸던 내용인데 그것과 전혀 무관하게 다음날 그런 언급을 저희가 듣고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아마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완화 측면이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차 “개학 일정을 보니까 전학년이 6월 안에 출석 수업을 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된 걸 보고 나서 이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강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이라며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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