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조주형, 이남석 공동 대표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조주형, 이남석 공동 대표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라보나 킥(Rabona Kick)'. 전설적 축구선수들인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더 가깝게는 호나우지뉴, 네이마르 같은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종종 사용하는 축구기술로 다리를 꼬은 채로 슛이나 크로스를 하는 기술이다.

한국의 프로축구 유니폼 및 머천다이즈 디자인 전문업체 ‘라보나 크리에이티브(Ravona Creative)’의 사명의 모티브가 이 ‘라보나’다. 그들은 라보나 킥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창조성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시각적 즐거움과 닮아있다고 생각해 업체 이름을 지었다.

2015년 창업 이후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부천 FC 1995 등 국내 유수의 프로 구단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체 스포츠 의류 브랜드 ‘라보나 풋볼’을 런칭해 프로와 아마추어 축구 시장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크게 과시하고 있는 라보나 크리에이티브의 조주형, 이남석 두 대표를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두 대표는 서로 다른 작업을 하던 디자이너였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조주형 대표(이하 조) :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취미인 축구와 관련된 분야를 찾아 스포츠 의류 브랜드에서 5년간 근무하며 축구 디자인에 대한 열망을 키워갔다. 이후 스포츠 디자인을 전업으로 하고자 2015년 디자인 회사를 창업했다.

이남석 대표(이하 이) : 시각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 졸업 후 구단 관련 일을 하고 싶었으나 다른 분야 디자인 회사에서 먼저 경력을 쌓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머천다이즈 회사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다 스포츠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알고 지내던 조 대표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창업 후 빠른 속도로 K리그 구단 관련 디자인 시장에 자리 잡은 것으로 안다.  

이 : 프로 구단과의 첫 사업은 포항 스틸러스와의 프로젝트였는데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아카데미를 수료하며 알게 된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포항은 황선홍 감독의 고별을 앞두고 있어, 고별 경기 이벤트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 구단에 먼저 제안했다. 구단에서 결과물에 만족했고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면서 다른 구단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자리를 잡아갔다. 그 후 포항에 디자인 상품을 납품해왔고, 상품화 사업을 직접 맡게 돼 현재 3년 째 팬샵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축구 구단의 유니폼들은 구단에 후원하는 용품사가 직접 디자인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유니폼 용품 회사와 디자인 회사가 다른가? 구조가 궁금하다.
 
조 : 예전에는 키트 서플라이어가 만들어 놓은 기성 유니폼을 구단이 그대로 입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유명 브랜드라도 유니폼이 구단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팬들의 외면을 받는다. 보통은 용품사가 직접 디자인하지만 용품사 성향에 따라 구단에 디자인을 일임한 경우, 구단은 팬들과 접점이 더 가까운 우리 같은 전문 디자인 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었다.

포항 레트로 유니폼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포항 레트로 유니폼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라보나의 K리그 구단 유니폼 작업들 중 2017년 포항 스틸러스의 시안블루 유니폼이나 FC서울의 럭키금성 복각 유니폼 등 레트로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나 역시 1998년 월드컵에서 본 엄브로의 잉글랜드 국가대표 유니폼을 데이빗 베컴이 입고 뛰던 멋진 모습이 눈에 생생하다. 레트로 유니폼 작업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이 : FC서울의 복각 유니폼은 구단 팬파크 내에서 역대 유니폼 전시를 하며 레트로 유니폼을 함께 출시했다. 당시 그 유니폼을 입고 뛰던 레전드, 피아퐁부터 현재의 박주영까지 계보를 잇는다는 컨셉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조 : 포항의 경우 과거 입었던 색상인 시안블루 유니폼을 되살리고자 하는 논의가 계속 있어왔다. 마침 준비하던 해가 과거 마스코트인 쇠돌이가 탄생한지 20주년 된 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상품과 연계해 기획했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응원해온 사람들이 레트로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반응 또한 뜨거웠다.

유니폼에 대해 더 물어보고 싶다.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핏도 좁아지고 2010년대 들어 축구화와 유니폼에 형광색들이 난무하더니 위는 좁고 바지는 넓은 지금의 스타일이 됐다. 그런 것들은 누가 주도하나? 글로벌 브랜드인가?

조 : 패션 트렌드를 명품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스포츠 의류 시장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는 품이 큰 유니폼을 입다가 2002년 이탈리아 유니폼처럼 몸에 딱 붙는 유니폼이 한 때 트렌드가 된 것처럼 원단 개발 등 기술의 발달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가령 나는 이탈리아 축구팀 AC 밀란의 빨간색과 검은색 조합을 보면 여전히 피가 끓어오른다. 브라질의 카나리아 색 유니폼을 보면 리듬감과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유니폼 디자인에 있어 좋아하는, 혹은 즐겨 쓰는 컬러 조합이 있나? 

이 : 둘 다 블랙에 골드 조합을 선호한다. 과감한 디자인이나 화려한 색상 조합도 시도하지만 두 사람은 대체로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쪽을 선호한다. 블랙 바탕에 골드 포인트가 무난하면서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큰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상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조 : 아마추어 팀들의 경우 많이 찾는 컬러 조합들이 있다. 블랙에 레드. 네이비에 블루 같은 색상 조합이다. 새로운 유니폼 디자인을 출시하면 이 두 조합은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편이다. 그리고 은근히 많이 찾는 색이 있는데 블랙에 핑크 조합이다. 축구 유니폼으로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냐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 요즘 K리그에서도 골키퍼 유니폼으로 핑크색을 많이 사용한다.

라보나 풋볼의 디자인 유니폼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라보나 풋볼의 디자인 유니폼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자체 브랜드 ‘라보나 풋볼’은 아마추어 축구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걸로 안다. 

조 : 프로팀 디자인 역량을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최대한 해당 팀의 특성을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한다. 팀 엠블럼을 유니폼 디자인에 녹여내는 등 우리 팀만을 위한 유니폼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 개발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고객들 중 주 고객층은?

조 : 맞춤 디자인에 좋은 원단에 품질까지 신경 쓰다 보니 시장 내에서 판매 단가가 낮은 편은 아니다. 5년간 진행해보니 우리 브랜드를 찾는 주 고객층이 보이더라. 사내 동호회 축구팀이나 취미 활동에 소비가 가능한 30대 이상 팀들이 많이 찾는다. 이 고객층을 주 대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K리그 시장에서는 ‘라보나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이 유명한데 아마추어 시장에서 ‘라보나 풋볼’이라는 브랜드의 존재감을 알릴 구체적 계획이 있나?

이 : 사업 초반에 프로구단 일을 먼저 시작하면서 일이 계속 들어오게 돼 한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 이제는 아마추어 축구 시장 쪽으로도 우리 역량을 집중해 더 키워보려고 한다. 그리고 ‘라보나풋볼’이 지금은 단체 팀 유니폼 위주지만 개인이 살 수 있는 축구 트레이닝복이나 의류들을 기획해 앞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축구라는 소재를 활용한 머천다이즈를 개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단순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아닌 축구를 베이스로 하는 모든 상품을 다루는 토탈 풋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창업 5년 째, 스타트업으로의 분명한 성과가 있다. 큰 회사경험이 있는 두 대표에게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의 이점은 뭐가 있다고 생각하나?

조 : 공동대표 두 명으로 시작해 현재 4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작은 조직의 장점은 빠른 실행력이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도 빠르게 취합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이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업무가 자기주도적이다.

이 :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 구성원들이 전부 축구를 좋아서 모인 집단이라 쉬는 시간에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함께 보거나 국내에서 빅매치가 있는 날은 같이 직관하는 등 일이자 취미를 병행하고 있다. 매주 달라지는 리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공동 대표로서의 합은? 서로의 성격은 어떤가. 비슷한가. 상보적인가. 아예 다른가. 의사결정 과정은? 외양적으로 상반되는 성격일 것처럼 보이나 그래서 더 잘 맞아 보인다.

조 : 보기와 달리 서로 상대방 얘기를 잘 듣고 배려를 많이 한다. 디자인 성향 또한 많이 비슷한데 이견이 있을 땐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나간다.

이 : 그렇다. 큰 틀에서 비슷해 쭉 좋은 호흡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굿즈 (사진=라보나크리에이티브)
포항스틸러스 굿즈 (사진=라보나크리에이티브)

축구 관련 디자인이 아니었으면 다른 종목의 유니폼이었으면(전주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 유니폼을 하고 있지만) 혹은 기성복 혹은 영캐주얼이었다면 관련 디자인을 했을 거 같나?

조 : 전공은 둘 다 시각디자인 쪽이다. 현업에서 유니폼 디자인을 하고 축구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의류 디자인에 흥미가 많이 생겼다. 아마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어도 스포츠 의류 디자인을 했을 것 같다.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데 매력을 느낀다. 의류는 현장에서 체득하며 배워가고 있는데 그래픽 디자인 전공 기반의 강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K리그 개막 연기와 관련해 체감되는 어려움은?

이 : 영향이 있다. K리그 새 시즌 개막을 못하니 유니폼이나 MD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량이 줄 수 밖에 없다.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중계와 대외 활동이 멈추니 사람들이 다른 취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어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5월 개막 이후 상황이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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