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자식들과 생이별...미소가 사라진 어머니
한번도 고향을 떠나보지 않은 어머니...이곳이 어디냐?

 

어버이날(사진=연합)
어버이날(사진=연합)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내일이면 어버이날이다. 서울 중랑구에 살고있는 은정(가명 58세)씨는 어머니 권모(90)씨를 지난 3월 초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경기도 양주군의 한 요양원으로 모셨다.

은정씨의 어머니는 안동에서 태어나 90여년을 안동에서 살고있는 그야말로 안동댁이다.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적이 없다.

그런 어머니를 은정씨는 코로나19로 확진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던 경북(안동)에 더이상 놔둘 수 가 없었다. 특히나 어머니는 연세에 비해 비교적 건강한 편 이었으나 혼자 생활하고 계셨다. 다만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이틀에 한번씩 투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은정씨에게는 늘 불안했다.

그래서 늘 전화로 어머니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 은정씨는 언니들과도 자주 연락을 하며 순번을 정해 안동 어머니집으로 방문을 하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가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대구에서 하루가 다르게 무더기로 발생하던 지난 3월 초에 갑자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형제들이 모두 놀라 급하게 안동으로 향했다.

지난 3월 초, 어머니가 갑자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형제들이 모두 놀라 급하게 안동으로 향했다.(사진=윤장섭 기자)
지난 3월 초, 어머니가 갑자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형제들이 모두 놀라 급하게 안동으로 향했다.(사진=윤장섭 기자)

다행스러운 것은 투석을 위해 이틀에 한번씩 어머니집을 방문해 은정씨 어머니를 투석 병원으로 모셔가던 병원의 관계자가 어머니의 행동이 이틀전과 너무도 달라 급하게 은정씨에게 전화를 해 줬고 은정씨는 대구 남동생에게 어머니를 빨리 큰 병원으로 모셔 응급조치를 하라고 한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평소 은정씨는 투석병원과 가장 소통을 많이 하면서 어머니의 건강을 체크해 왔다.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보호자 역활을 했다.

은정씨에게는 두명의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오빠가 있다. 직장인인 은정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영업에 매달리다 보니 형제들은 모두 바쁘다. 주말조차도 시간을 낼 형편들이 못됐다.은정씨는 결국 형제들과 의논을 한 끝에 연로하신 어머니를 더이상 혼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놔둬서는 안되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은정씨의 형제들은 어머니를 은정씨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돌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집 주변에 투석도 되고 재활치료까지 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찾아 보라고 했다.

은정씨의 어머니 권종순(90세)씨는 태어나서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런 어머니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의 추억이 담겨있는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은정씨는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모시기 위해 은정씨의 집과 시간상으로 1시간 안에 오고 가고 할 수 있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은정씨는 온라인 검색과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수십군데를 통화하고 때론 현장으로 달려가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말 은정씨의 어머니를 모시기(투석, 재활치료, 간병 등) 위한 장소를 찾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은정씨는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었다.(사진=윤장섭 기자)
은정씨는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었다.(사진=윤장섭 기자)

결국 은정씨는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은정씨는 직접 안동까지 내려가 안동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왔다.

은정씨 어머니를 모신 요양병원은 최근에 만들어져 요양시설은 물론 의료환경까지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은정씨는 이런 시설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좋은 시설에 모셨다는 것만으로 모든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은정씨 어머니는 뇌졸증으로 언어에 장애가 왔을뿐 정신은 또렸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코로나19의 상황을 알리가 없는 어머니는 몆날이 지나가도 보호자인 자식들이 나타나지 않자 자녀들이 자신을 생면부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자신을 버린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원한 다음날 부터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누구도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양주의 요양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은정씨 어머니는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평생 귀에익은 언어인 경상도 말이 아니라는 것과 간병인 조차 서울 말씨를 쓴다는 사실에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간호사들에게 은정씨를 비롯해 자녀들을 불러 달라고 화도내고 치료도 거부하고 했다.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요양원의 규칙때문에 가족 누구도 어머니를 만날 수 가 없었다.

언어에 장벽이 온 은정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욱 불안해 했고 급기야 자식들을 만나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음식마저 먹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간호사들이 영상통화로 은정씨와 연결을 해 주었지만 90세의 어머니의 불안감은 치료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화가 치밀대로 치밀어 자녀들을 만나기 전까지 치료를 포함한 모든 것을 하지 않겠다고 소동을 일으키기기 했다. 급기야 단식까지 하며 몆일을 버텼다. 그렇게 몆칠을 곡기를 끊은 은정씨 어머니는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병원측에서는 안되겠다 싶던지 결국 병실이 아닌 1층 로비에서 은정씨의 가족 면회를 허락했다.

병원을 찾은 것은 은정씨 바로 위의 언니와 형부다.(사진=윤장섭 기자)
병원을 찾은 것은 은정씨 바로 위의 언니와 형부다.(사진=윤장섭 기자)

병원을 찾은 것은 은정씨 바로 위의 언니와 형부다. 두사람은 1층 로비에서 어머니자 장모님을 1달여 만에 만날 수 있었다. 재활치료 덕분인지 은정씨 어머니는 드문드문 말을 하면서 어느정도 소통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둘째 언니는 은정씨 어머니가 안동에 홀로 계실때 어머니를 만나러 자주 안동을 방문했기 때문에 은정씨보다 더 어머니와 친숙하다. 은정씨의 형부도 장모님을 평상시 살뜰하게 챙기는 성격이어서 사위중에 가장 좋아하는 자식이었다. 은정씨 어머니는 이 두사람을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상황을 자세히 전해들은 은정씨 어머니는 자식들이 자신을 버렸다는 오해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모녀는 한참이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은정씨의 둘째언니와 사위를 만나고 난 뒤 은정씨의 어머니는 더이상 곡기를 끊지 않고 병원에서 주는 밥도 잘 드시면서 재활에도 열심이다. 비록 연세가 많다고는 하시지만 얼마 전까지 은정씨의 어머니는 혼자 식사며 외출이며 다 했던 분이다.

언니네 식구들이 면회를 다녀간 뒤 은정씨와 영상통화를 한 어머니는 한결 표정이 밝아 보였다.

모든 것이 자식들의 배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은정씨 어머니는 모든 것이 안심이 되었다. 은정씨와 어머니는 코로나19가 해제되어 자유롭게 면회가 될때까지 예전처럼 영상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주 얼굴을 보기로 햇다.

내일이면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도 요양원은 고령의 환자가 많아 면회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은정씨는 잠시 시간을 내기로 했다. 비록 어머니 면회는 할 수 없지만 어머니에게 드릴 생화로된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병원을 찾을 계획이다.
은정씨는 잠시 시간을 내기로 했다. 비록 어머니 면회는 할 수 없지만 어머니에게 드릴 생화로된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병원을 찾을 계획이다.

은정씨는 잠시 시간을 내기로 했다. 비록 어머니 면회는 할 수 없지만 어머니에게 드릴 생화(生花)로 된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병원을 찾을 계획이다. 그리고 영상통화로 간병인이 은정씨를 대신해 은정씨가 들고간 예쁜 카네이션을 어머니께 달아 드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 했다.

정부는 지난 6일(수요일)부터 국내 코로나 방역 체계를 생활 방역으로 전환시켰다. 생활 방역으로 한단계 수위를 낮추긴 했으나 상당수의 시설이 정상 운영을 하기는 조심스럽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 시설들이다.

그러나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남아 당분간 면회 금지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 발병률(發病率)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언제든지 확진환자가 발생할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망자들의 치명률을 살펴보면 80세 이상에서 25%다. 그많큼 고령일수록 사망자가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일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 간 정을 나누는 게 정말 필요한 시기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어버이날을 맞이해 자식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사연들이 온라인상에 넘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운영중인 카페에는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이 올라와 환자 가족들이 눈물짖기도 한다.

어느 한 가족은 임종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를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며 불효도 이런 불효가 어디 있냐며 자책하기도 했다.

세월은 부모님들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기에 연로하신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겨둔 자녀들의 마음은 더 조급하다.

형편이 허락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셔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는 어버이날이 더 마음이 아프다. 이번 어버이날에도 조화든 생화든 카네이션 한송이를 직접 달아드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라도 슬프지만 어쩌랴...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슬픈 현실인 것을,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자유롭게 부모님들을 면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를 기다릴"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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