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형 교수
전주형 교수

[중앙뉴스 칼럼=전주형 교수]코로나 19로 온 세계가 이동 제한에 걸렸다. 사람 간 접촉이 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밝혀지면서 이동과 만남의 빗장을 잠근 것이다.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 마을과 마을을 연결시켜주던 모든 길은 막혔다. 국경은 폐쇄되었고 기차나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도 뜸해졌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차단되었으며 이웃 간 거리는 더 멀어져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가 온 세계를 뒤 덮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여행과 항공 같은 이동과 관련된 분야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던 공항에서는 시골 간이역만큼 한적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던 콜로세움은 고요하기만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잡스럽던 스페인 광장도 여행자를 찾기 힘들어졌다.

쉴 사이 없이 움직이던 에펠탑 승강기는 운행을 멈추었고, 에르미타주 박물관 앞 광장은 휑한 느낌마저 든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밤낮없이 반짝이던 라스베이거스 야경은 그 빛을 잃었으며 카지노 기계음도 잠잠해졌다.

여행자로 북적이던 관광지는 텅 빈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만들던 축제나 스포츠 행사와 같은 이벤트도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미술관은 물론이고 음악당, 영화관도 문을 닫았다. 사람 이동과 관련된 분야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로 코로나 19 여파가 밀어닥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온 세상을 휩싸여도 사람들 마음을 닫아버리는 심리적 거리 두기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동을 아무리 제한해도 더 넓고 큰 세상으로 향하는 우리 기억과 열망과 희망과 생각과 생명의 움직임까지 완전히 마비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물질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마음을 담은 정보를 교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다. 때문에 열린 세계로 향하는 우리 마음을 어느 것도 막을 수 없다.

그런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직접적 만남이 어렵게 되자 전화,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온라인 만남이 더 활발해졌다거나 며칠 계속된 연휴에 수많은 사람이 관광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쉽게 듣는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서 가까이 하고픈 열망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던 것은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유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름난 명소이어서 가보았다거나 멋진 사진을 남기려는 목적이거나 훗날 추억을 회상하려고 그렇게 멀고 낯선 곳까지 간 것만은 아니다. 이런 것과 구별되는 근본적 이유가 있다.

그것은 ‘늘 머물고 있어 잘 아는 곳’에서 충족시킬 수 없었던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보지 않아 잘 알지 못한 곳’에서 채울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또 ‘닫힌 마음’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향하려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더 넓은 세상, 다양한 세상을 향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을 갖고 ‘알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하려는 본능은 우리에게 늘 있어왔다. 새로움에 대한 욕구, 변화에 대한 욕망, 움직임에 대한 열망은 태초부터 갖고 있었고 아무도 앗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구속당해서 그 힘에 굴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억압과 제한을 벗어버리고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 존재다. 질병은 물론이고 테너, 전쟁의 공포도 우리가 가진 더 크고 다양하며 새로운 것을 좇는 마음을 막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깨뜨리고 저 먼 곳,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워줄 곳을 향한 우리 마음은 항상 열려 있다. 따라서 여행은 주체할 수 없는 충동이자 유혹이다. 한 번도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여행하는 사람은 없다. 이전의 세상에서 벗어나 새롭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때 여행만큼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국경이 다시 개방되고 이웃 나라를 방문하는 여행도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띨 것이다. 

청운대학교 전주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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