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도전한 ‘배진교’ ·· 정의당 새로운 원내사령탑 됐다
8번 도전한 ‘배진교’ ·· 정의당 새로운 원내사령탑 됐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5.12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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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의 진보정치
8번 도전하고 6번 졌다
고단한 진보정치
방향을 잡는 트림탭
선거법 개정 어떻게 되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배진교 당선인이 정의당의 신임 원내대표를 맡게 됐다. 

정의당은 12일 아침 국회에서 당선인 총회를 열고 배 원내대표를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선출했다. 통상 거대 양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가동시켜 투표소와 투표함을 가져와 일종의 선거 과정을 거치는데 정의당은 6석 작은 정당이기 때문에 비공개 총회를 통해 호선으로 정했다. 배 원내대표는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이밖에도 강은미 당선인이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을 겸하기로 했고, 류호정·이은주·장혜영 당선인이 원내부대표를 맡기로 했다. 

배진교 신임 정의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6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4선의 심 대표 외에 나머지 5명은 전부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다만 배 원내대표와 강 수석부대표는 출마 경험을 비롯한 진보정당 활동을 풍부하게 해온 만큼 정치 신인으로 불리는 3명(류호정·이은주·장혜영) 보다는 주요 당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게 사실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늘 배진교 신임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는데 조금 아쉽다. 진보정당 20년 역사에서 경선을 통한 원내대표 선출은 없었다”며 “당대표로서 이번에는 많은 당선자를 만들어서 우리 당의 비전과 진로를 놓고 펼치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원내대표가 선출되길 바랐는데 그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배 원내대표는 우리 나이로 올해 53세(1968년생)다. 20대 때부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해왔고 인천 부품공장에서 새끼 손가락이 절단되는 산업재해 사고를 겪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배 원내대표는 2000년대 초반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권에 데뷔했고 그동안 8차례 선거에 도전했지만 2번 빼고 모두 낙선했다. 

△2004년 총선(낙선) 
△2006년 지방선거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낙선) 
△2006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낙선) 
△2008년 총선(낙선) 
△2010년 지방선거 남동구청장 후보(당선) 
△2014년 지방선거 남동구청장 후보(낙선) 
△2018년 지방선거 남동구청장 후보(낙선) 
△2020년 총선(당선)

1차례 당선된 것도 민주당계 후보와의 단일화로 범야권 단일 후보라는 타이틀을 얻고 겨우 이뤄낸 것이었다. 사실 계속 실패했는데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부담스럽다. 

실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비슷한 시기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조택상 전 동구청장(인천)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연달아 2차례 낙선하자 정의당을 탈당했다. 조 전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인천 중구·강화·옹진)에 도전했으나 떨어졌다. 진보진영에서는 배 원내대표와 조 전 구청장의 이력을 놓고 비교의 대상에 올리기도 한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심 대표 외에 정의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전무했던 만큼 배 당선인이 지역구를 접고 비례대표로 방향을 튼 것도 그런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故 노회찬 의원은 이번에 지역구(인천 연수을)로 도전했다가 낙선한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에게 “한 번만 하기 없기”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진보정당 소속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 무척 고단하지만 버텨내고 포기하지는 않는 게 중요하다. 

정의당 당선자 6인과 윤소하 전 원내대표(가장 왼쪽)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 원내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많은 분들이 6명이 슈퍼 여당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오히려 할 일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진보정치의 상대는 여당 등 타정당 뿐만이 아니라 낡은 질서와 삶의 위기였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가 전세계 구질서를 뒤흔들고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는 지금이야말로 정의당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교섭단체는 안 됐지만 여전히 일당백의 의지와 실력을 가진 정의당 여섯 의원들은 국회를 넘어 시민을 향해서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정의당의 무대는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순간부터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의당 의원들은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배 원내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그린뉴딜(한국판 뉴딜) △전국민 고용보험 △국민 취업지원제도 등이 코로나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다면서 “(정의당이 제시한 의제들은) 단순한 총선 전략이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총선용 공약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반드시 도입해야 할 주요 정책 과제였다는 취지인데 무엇보다 배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노동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게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게 하는 방파제가 될 것”이라며 “위기 때마다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취약계층은 정의당이 가장 먼저 나서서 보호할 것이다. 그 역할이 21대 국회 유일한 진보정당 정의당의 의미”라고 설파했다.

대여 전략에 대해서는 “공룡이 된 여당이 개혁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압도적인 의석수에 취하지 않도록 유일한 진보 야당인 정의당이 방향을 잡으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역할을 ‘트림탭’에 비유했다. 트림탭은 큰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장치로 민주당이 개혁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6석으로 선 굵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를테면 △2018년 개헌 정국에서 총리추천제를 제안해 구 자유한국당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구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역사상 최초로 진보 정치인이 교섭단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및 대폭 축소에 기여했고 △여야 공기업 채용비리 국정조사 협상 때 강원랜드 카드를 던져 한국당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으로 지소미아 카드를 최초로 제시해 청와대가 실제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전 원내대표가 배진교 신임 원내대표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일 큰 것은 선거법 개정이다. 

심 대표가 진보정당 최초로 국회직으로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제도 개혁 정국을 이끌었고 관철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대 양당의 완력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결과는 허무해졌다. 비례대표 의석을 못 늘리고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못 한 게 너무 뼈아팠다. 

특히 21대 국회는 20대 때와는 달리 중간지대 정당이 전멸했고 민주당 단독으로 5분의 3을 채웠기 때문에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고칠 정치적 유인 요소가 없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3석에 불과하고 오히려 보수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지렛대도 없다. 향후 선거법 개정을 위한 논의 테이블에서 정의당이 어떤 전략으로 임하게 될지 주목된다.

심 대표는 “배 원내대표는 앞으로 정의당을 이끌어나갈 뉴페이스다.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얼굴이지만 배진교 당선자는 민주노동당 때부터 20년 동안 진보정치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메이드 인 진보정치 뉴페이스”라고 평가했다.

선거 과정(전남 목포)에서 결기를 보이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던 윤소하 전 원내대표는 “(배 원내대표에게) 초선이지만 진보정당 사상 최초의 구청장으로서 자치 행정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분이고 강은미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주광역시 시의원으로서 지역 정치 밑에서부터의 삶의 정치의 모범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고 환기했다.

이어 “이분들이 정의당의 원내지도부로 선출됐다는 것은 외형과 실속을 모두 갖춘 정의당의 정치 활동을 대표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어필했다. 

나아가 윤 전 원내대표는 “배 원내대표의 잘린 손가락을 생각한다”며 “노동 현장에서 잃어버린 손가락은 노동 등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상징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라는 자기 다짐의 모습이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거대 양당 구조로 고착화된 대한민국 정치 특히 국회에서 잘린 진보정치의 손가락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모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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