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및 사회단체 “경비원 최모씨 죽음은 사회적 타살, 재발 방지 요구”
경비원 폭행 엄벌 요구…국민청원에 15만명 넘는 동의 

1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故) 최모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1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故) 최모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10일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과 관련해 시민단체 및 사회단체들이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1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故) 최모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 측은 경비원 최씨의 사망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50대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는 평행주차된 가해자 A씨의 차량을 밀던 중 A씨와 다툼이 있었다. 그 후 주민 A씨로부터 지속해서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가 이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추모모임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고령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폭력을 휘둘러 최씨가 이를 비관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한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가 입주민갑질에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은 지 6년이 지났다"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막말과 갑질, 폭력 끝에 경비원이 또다시 숨졌다. 강남과 강북에서 6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령의 경비노동자는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이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기를 포기한 채 일한다"며 "이번 사건을이 시대 취약계층 감정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한 개인이나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이런 현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단순히 폭력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경비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어땠는지 반성하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관해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적 타살이다. 경비노동자에 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사회적 타살이다. 가해자 엄정처벌', '사회적 타살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들었다.

추모모임은 ▲경찰의 엄정한 수사 ▲노동 행정관청의 근로감독 ▲가해자 사과 ▲아파트 경비 노동자 관련 법 및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씨가 생전에 근무한 경비실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입주민의 항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한편 최씨의 발인은 원래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먼저 받겠다며 발인을 14일로 미뤘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경비원 폭행 엄벌 요구…국민청원에 15만명 넘는 동의 

이 가운데 고 최모씨를 폭행한 가해자를 처벌하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입주민의 지속적인 갑질과 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우이동 모 아파트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엄벌 촉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11일) 작성된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12일 오후 2시 기준 15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차문제로 4월 말부터 20일 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힘든 폭언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정말 좋으신 분이었다.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 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며 "제발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다"라고 호소했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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